윤·한 충돌 본질과 전화위복 방안[포럼]

2024. 1. 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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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으로 국정 소모가 너무 심각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하라는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에 대해 과도한 비판을 하는 것을 한 위원장이 막지 못했다는 이유라고 한다.

윤 대통령도 한 위원장이 미래 권력으로 급부상해 자신의 권력을 침식하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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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으로 국정 소모가 너무 심각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하라는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에 대해 과도한 비판을 하는 것을 한 위원장이 막지 못했다는 이유라고 한다.

우선, 어떻게 대통령이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을 총선이 불과 두 달 반밖에 안 남은 시점에 사퇴를 요구할 수 있을까? 얼마나 화가 났으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던 후배를 내칠 수 있을까? 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공당의 대표에게 사람을 보내 사퇴를 종용할 수 있을까? 아무리 ‘함정 몰카’라고 해도 영부인이 선물을 받을 때는 사려 깊은 행동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대통령의 리더십에 타격을 줘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직접 사과하면 될 일을 하지 않아 악화 일로의 사태로 만들고 있다. 선거 기간 내내 네거티브 공방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여당의 패배는 자명해질 것이다. 이번 4·10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이 사건이 그렇게 의미가 있을까? 만약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윤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초래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통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이 시점에 정부와 여당은 냉정해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가 첫 관문이다. 영부인은 두 번째로 사과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내조에만 전념하겠다던 첫 번째 약속을 다시 해야 한다. 대통령도 적절한 수준에서 사과에 동조해야 한다. 다음은, 몰카 목사를 명예훼손 등으로 수사해 이러한 음모적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벌해야 한다.

이쯤으로 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재는 남는다. 바로 국민의힘의 구조적 모순이다. ‘대규모 숙청’이 일어나지 않는 한 권력을 동경하는 구태를 절대 벗을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기 정치’ ‘배신의 정치’를 언급했을 때와 같은 ‘집단 사고’(group thinking)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토양을 가진 국민의힘에는 ‘큰’ 정치인이 등장할 수 없다. 오로지 현상 유지를 원할 뿐이고, 판을 뒤흔들 만한 큰 정치인을 기르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 풍토다.

한 위원장은 바로 당내 역학, 즉 ‘새로운 권력’에 대항하는 ‘낡은 권력’을 간파하지 못했다. 한 위원장은 신바람 나게 달렸고 국민의힘에 큰 희망을 주었지만, 고삐 풀린 야생마 같았다. 윤 대통령도 한 위원장이 미래 권력으로 급부상해 자신의 권력을 침식하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김 비대위원 출마 지지는 성급했고, 국민의힘의 낡은 권력은 기회를 잡았다. 이에 고무된 대통령실 또한 성급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쫓아낸 권력이 이번에도 한 위원장을 쫓아내려 했지만, 이들 또한 성급했다. 이번엔 대안이 없다.

지금 한 위원장은 처음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전화위복(轉禍爲福), 곧 위기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심기일전(心機一轉)해야 할 때다. 권력의 맛은 도취적이므로 두 걸음 전진하기 위해 일보 후퇴를 할 때다. 한 위원장이 탁월한 능력과 거침없는 자신감에 더해 겸손과 관용의 덕목이 겸비된다면 미래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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