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공약 경쟁이 간과한 근본 문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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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둔 여야 정당이 지난 18일 저출생 공약을 내놨다.
저출생 위기를 두고 모처럼 정책 경쟁을 벌이는 여야 정당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가장 근본적인 시각 중 하나는, 현 가족제도가 신세대의 개인주의적 지향과 부합하지 않아서 세계가 겪는 저출생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도 저출생 위기를 불러오는 사회제도의 문제를 근본부터 점검하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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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둔 여야 정당이 지난 18일 저출생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을 월 15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올리고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를 1개월까지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육아휴직을 신청만 하면 바로 쓸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하겠다는 약속이 특히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은 결혼하고 출산하는 부부에게 현금성 지원을 하는 것을 내세웠다. 신혼부부에게 1억 원을 대출해주고 자녀를 출산하면 이자와 원금 상환을 감면하겠다고 한다. 다자녀 가구에 대해 주택 분양 혜택도 늘린다. 아동 자립펀드를 만들고 아동수당을 확장할 계획도 제시했다.
저출생 위기를 두고 모처럼 정책 경쟁을 벌이는 여야 정당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정치권 대응이 그 해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위기를 넘어서는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 없이 금전적 지원 위주의 편의적 대응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가장 근본적인 시각 중 하나는, 현 가족제도가 신세대의 개인주의적 지향과 부합하지 않아서 세계가 겪는 저출생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선진국들에서 저출생이 특히 심각한 이유도 어느 정도 설명한다. 이 지역 신세대들은 서구 못잖은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자유 속에서 성장한 개인주의자들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들은 가부장적인 질서가 완강한 가족과 직장 현실에 직면한다.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 안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개인적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결혼을 전제로만 출산을 허용하는 사회에서 비혼출산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저출생 추세는 가치관 변화의 필연적인 결과일까? 개인주의가 강고하지만 저출생 극복에 성과를 낸 북유럽 국가들을 떠올리면 이러한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들 국가에서는 이미 1960년대를 거치면서 정부가 아동 부양의 역할을 늘리기 시작했다. 또, 직장과 가족 내 성 평등을 실현하는 제도 혁신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지원했다. 이렇게 해서 개인의 행복 추구에 더해 일과 가족 사이의 타협과 균형을 이뤄냈다.
우리도 저출생 위기를 불러오는 사회제도의 문제를 근본부터 점검하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오랜 기간 정부가 보육 지원을 크게 늘려온 만큼, 이제는 기업의 전근대적 경영 규범을 혁신해 일과 삶의 균형, 일과 가족의 양립을 이루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성차별적인 처우를 일소하고 출산과 양육에 불이익을 주는 반가족적 관행을 근절하며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부모의 경제력 차이, 안정된 일자리 취업 여부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진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은 일부 계층만이 누리는 기회로 축소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저출생 대책은 이러한 계층 간 격차를 다뤄야 한다.
저출생은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제도 개혁 없는 출산 지원은 경제적 안정 속에서 결혼 관문을 통과한 계층에는 횡재가 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좌절을 안긴다. 대증요법에 치우친 저출생 대책이 또 다른 양극화의 길이 되지 않도록 정치권의 성찰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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