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약 지킨 사전청약률 47%뿐...거세지는 사전청약 무용론

2024. 1. 23. 11: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공주택 7398가구 본청약 연기
집값하락·고금리탓 당첨자 줄이탈
민간 단지서도 첫 사업 취소 나와

정부가 조기 주택 공급 효과를 위해 도입한 사전 청약 제도가 예정된 본청약 일정을 지킨 비율이 절반을 채 넘기지 못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또 민간사전청약 단지였던 인천 서구 가정2지구 ‘우미 린’이 사전청약까지 마친 후 사업을 전면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민간사전청약 단지의 첫 사업 취소 사례다. 정부가 조기 주택 공급 효과를 위해 도입한 사전 청약 제도가 곳곳에서 파행을 빚으며 제도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헤럴드경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전청약 주택 공급 계획을 분석한 결과 정부는 2021년 7월부터 현재(올해 1월 22일)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95개 단지 5만425가구의 사전 청약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15개 단지 7398가구의 본청약 일정이 예정일보다 연기되면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예정대로 본청약을 완료한 지구는 12개 단지 6611가구에 불과했으며, 본청약 일정을 앞두고 있는 지구는 68개 단지 3만6415가구다.

이 분석대로라면 본청약 일정이 도래한 1만4009가구 중 예정대로 사전청약을 진행한 단지는 6611가구에 불과하다. 본청약 이행률이 47%에 그친 것이다. 절반이 넘는 53%가 본청약 일정이 밀린 것이다. 이에 남은 3만6415가구 또한 본청약 일정의 지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민간 사전청약 단지에서 첫 사업 취소 단지가 나왔다. 이 단지는 이미 사전청약 접수를 받은 상태였다.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은 인천 가정2지구 우미 린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심우건설은 최근 인천 서구청에 신청했던 건축심의를 취하하고,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사전공급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우미건설(심우건설) 측은 “인천 가정2지구 우미 린과 관련해 인허가 지연 등 불가피한 사유로 부득이하게 사업을 취소한다”며 “사업취소로 인한 사전공급 계약은 별도 방문 없이 취소된다”고 안내했다. 이어 “명단 삭제 및 계좌부활 등 후속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업 연기와 취소, 계약자 이탈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전청약 제도가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면적인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젊은 층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를 잡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되살린 이 제도는 당시에도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이란 비판이 거세게 제기된 바 있다.

실제 본청약 예정일을 맞추지 못한 단지는 수개월 이상 일정을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본청약 예정이었던 인천계양 2개 단지(A2·A3)는 건설사업관리(CM) 업체 선정이 2회 유찰되면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오는 3월 감리 용역을 선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또다시 유찰될 경우 2026년 초로 예정됐던 입주일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본청약 일정이 도래했던 남양주진접 4개 단지(A1·3·4, B1)는 문화재 발견, 의왕월암(A1·3)는 법정보호종 맹꽁이 발견으로 미뤄졌다.

공공아파트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무더기로 이탈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실시된 공공 사전청약 4만4352가구 가운데 실제 본청약 신청자수는 2819명(6.4%)에 불과했다.

정부가 2021년 11월 공공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사전청약 제도를 민간 아파트로 확대한 것도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지자체 인허가 지연, 공사비 급등에 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자금줄이 말라버린 건설사들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민간 사전청약이 진행 중인 곳은 45곳이다. 본청약 일정이 도래한 단지는 29곳인데, 이 중 일정대로 본청약을 실시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본청약 예정일을 수개월 넘긴 후에야 확정한 곳은 12곳이다. 나머지는 본청약 일정이 잡히지 않아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전청약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서진형(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경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수요자 입장에선 분양 가격, 입주 시기 등 정해진 것이 없어 불확실성이 크고 분쟁의 소지가 있어 꺼릴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공사비 급증, 지자체 인허가 지연 등 사업이 지연될 수 있는 위험요소가 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2021년 사전청약을 전면 확대해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사전청약은 정해진 것이 없고, 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않아 공급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로명 기자

dodo@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