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자랑스러운 튀니지 동포사회 [선남국의 튀니지 통신]

선남국 주튀니지대사 2024. 1. 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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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판매 등 연말 자선바자 수익금으로 불우이웃 도와
튀니스 한 아동전문병원에 온열가습기·수납장 등 기증
선남국 주튀니지대사.

(튀니스=뉴스1) 선남국 주튀니지대사 = 지난 1월초 튀니스의 한 아동전문병원에 온열가습기(2대)와 의자(10개), 수납장 등 꼭 필요하고도 소중한 물품이 도착했다. 온열가습기는 폐렴에 걸려서 숨을 잘 쉬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는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튀니지의 우리 동포들이 연말 자선 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으로 조용히 불우이웃 돕기를 한 것이다.

튀니지의 한인동포는 다 합해서 180여명 정도이다. 수십 년째 살고 있는 동포들과 몇 개 회사 지상사 주재원, 기타 봉사 활동차 나와 있는 분들과 정부와 공공기관 파견 직원 가족들, 아랍어를 배우는 유학생들로 이뤄져 있다.

재튀니지한인회는 지난해 말 재외동포청의 재외동포사회 지원금 2000달러를 활용해 한식과 한국상품을 튀니지에 알렸다. 동시에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기 위해 연말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판매 물품으로는 김밥과 여러 한국 물품을 선정했고, 운송비를 아끼고자 한국에 잠깐 다녀올 일이 있는 동포를 수소문해 재료를 운반했다.

장소는 바자회의 취지에 공감한 튀니스 최대 슈퍼 중 한곳에서 목 좋은 입구를 무료로 제공해 줬다.

김밥 만드는 팀은 새벽에 각자 집에서 전기 밥솥을 가지고 한인회장댁에 모였다. 어른들은 당근을 씻고 자르고, 계란도 부치고, 김밥을 말았다. 다른 한쪽에서는 어린이들이 김밥 종류를 표시하는 스티커를 붙였다. 배달팀은 수시로 바자 장소와 한인회장댁을 차로 오가며 김밥을 날랐다.

그렇게 준비된 김밥 400줄은 종류도 모양도 제 각각이었지만, 한결같이 맛이 좋았다. 김밥 외에 준비된 상품들도 많은 관심을 모아 불티나게 팔렸다. 판매팀에 소속된 우리 유학생들과 한국어를 배우는 튀니지 자원봉사자들의 열성도 한 몫을 하였다.

직접 참가한 동포들만 40여명이었고, 그 외에 동포들은 성금과 물품 기증으로 참여했다. 그렇게 우리 동포들은 한마음으로 온열가습기를 살 수 있는 돈을 모았다.

재튀니지한인회 2023년 연말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튀니지의 동포사회가 이렇게 불우이웃돕기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도 관계가 있다.

코로나19로 한창 어려움을 겪던 때에 정부는 세계 여러나라에 백신과 마스크 등을 지원했고, 세계 각지의 우리 동포사회도 성금을 모아 병원에 기증하거나 어려운 분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쳤다.

튀니지 한인회도 2020년에 성금을 모금하고 코이카(KOICA)의 지원도 받아 튀니지 저소득층 학생들의 비대면 교육용 태블릿 PC 150대를 튀니지 정부에 기증했다. 2021년에도 모금한 성금으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종합병원에 침대와 심전도 측정기 등 약 650만원 상당의 의료물품을 기증했다.

튀니지 외교장관은 우리 대사에게 "200여명도 안되는 소규모 커뮤니티가 이렇게 팔을 걷어붙여 튀니지인들을 돕는 것에 대해 대통령도 고마워하고 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바자회에 관심을 보이는 튀니지 사람들

몇 년전부터 튀니지에는 우리 동포들의 노력으로 배추와 무, 고구마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동포들은 배추와 무, 고구마를 가지고 불우이웃돕기에도 열심이다.

2022년 겨울에는 한인회장댁에 모여서 120포기의 김치를 담가서 동포들과 주위의 튀니지인들에게 판매했다. 추가로 책, 옷, 신발 등 중고물품을 모아 불우이웃돕기 바자를 자그마하게 열었다. 이렇게 모은 돈 약 230만원으로 신생아 체중계, 아동 키재기 같은 물품을 사서 아동전문병원에 기부했다.

동포사회의 유일한 한인교회에서는 2022년에 작은 농장을 빌려 7, 8월에 고구마를 심어 11월에 첫 결실을 거둬 이를 동포들에게 조금씩 나눠줬다. 이후 수확한 고구마는 판매하여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튀니지 이웃의 겨울나기 월세 비용으로 기부했다. 2023년에는 모로코의 지진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했다고 한다.

튀니지와 같이 세계 곳곳의 동포사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한국인들의 정을 알리는데 있어 우리 재외동포청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재외동포청의 재외동포사회 지원금은 튀니지의 경우 우리 동포들이 한국을 알리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찾아 스스로 노력하게 하는 계기가 됐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종잣돈이 됐다. 이 과정에서 동포사회도 더욱 단합하고 발전해 가고 있다.

튀니지 동포사회처럼 세계 곳곳에서 좋은 일을 겸손하게 많이 하는 우리 동포사회의 얘기가 국내에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튀니지에서는 지역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돕기 위해 어른들이 새벽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합심해 김밥을 만드는 것을 본 소중한 우리 어린이들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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