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CB 시장 불공정거래 막는다… 공시·리픽싱 규제 강화
금융위는 23일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개최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논의했다. 금융당국은 CB 시장에서 불공정거래와 대주주 편법을 막겠단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중소·벤처기업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CB의 특수성을 악용해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얻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B는 콜옵션·리픽싱 등 다양한 조건과 결합해 활용된다는 특수성이 있다. 콜옵션이란 미리 정한 가액으로 CB 등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리픽싱은 주가 변동 시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행위다.
임의적인 전환가액 조정은 일반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할 수 있다. 콜옵션이 대주주의 편법적 지분 확대 및 이익 취득에 악용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했다.
당국은 지난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콜옵션·리픽싱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콜옵션·리픽싱 부여 비중이 다시 높아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리픽싱 비중은 2022년 2분기 58.7%에서 지난해 2분기 78.9%, 지난해 3분기 81.8%로 증가했다. 콜옵션 비중도 지난해 1분기 45.3%에서 3분기 63.3%까지 높아졌다.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금융 당국은 CB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리픽싱 예외 적용을 엄격히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콜옵션 행사자 지정 시 공시 의무를 부과한다. 구체적인 행사자와 발행기업이 제3자에게 콜옵션을 양도할 경우 정당한 대가를 수수했는지 여부와 지급 금액 등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현행 규정에서도 CB 발행 시 콜옵션 행사자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만 공시하고 있어 투자자가 콜옵션 행사자에 대한 정보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발행회사의 만기 전 CB 취득에 대한 공시도 강화한다. 그동안 만기 전 취득한 CB를 최대주주에게 재매각한 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불공정거래에 악용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만기 전 재매각은 사실상 신규 발행과 유사하지만 시장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아울러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모 CB 발행 시 사모 유상증자와 동일하게 발행 이사회 결의 이후 납입기일 일주일 전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반드시 공시하도록 추진한다. 해당 방안은 이미 지난 2022년 12월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추진 중에 있다.
리픽싱과 관련해서도 추가 제도 개선을 마련했다. 우선 예외 적용을 엄격히 할 방침이다. 현행 규정은 시가 변동에 따른 리픽싱 최저한도를 '최초 전환가액의 70%'로 제한하고 있는데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고려해 주주총회 특별 결의 또는 정관을 통한 예외 적용(70% 미만)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주주 동의 없이 정관만을 이용해 불가피한 사유가 아님에도 최저한도 제한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에 금융위는 건별로 주총 동의를 구한 경우에만 CB 리픽싱 최저한도에 대한 예외 적용이 허용되도록 추진한다.
증자·주식배당 등으로 전환권의 가치가 희석되는 경우에는 희석 효과를 반영한 가액 이상으로만 하향 리픽싱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동안 증자와 주식 배당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은 발행기업이 이사회 결의로 자유롭게 조정 방법을 정할 수 있어 일부 기업들이 전환가액을 과도하게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사모 CB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도 명확히 규율할 예정이다. 전환가액은 원칙적으로 CB 발행을 위한 이사회 결의 전일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이 전환가액 산정 후 주가가 상승할 때까지 납입일만 계속 연기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정당한 시가 반영을 회피하는 사례가 있었다. 금융당국은 발행 직전 주가를 전환가액에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사모 CB 전환가액 산정 시 실제 납입일의 기준시가를 반영토록 개선했다.
CB 시장 불공정거래 점검 노력도 지속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월 사모 CB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집중 조사 계획을 발표하고 총 40건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총 14건에 대해 조사를 완료해 33인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이첩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등 관계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하에 조사를 강화하고 적발된 사례는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일벌백계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법률 개정 없이 하위 규정 개정을 통해 가능한 사항을 상반기 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염윤경 기자 yunky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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