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웡카’ 촬영감독 정정훈 “티모시 샬라메 대스타 아닌 열심히 하는 배우”

“한국인 촬영감독이란 꼬리표 반갑지 않아 … 이방인 아닌 미국 촬영감독과 경쟁”
“이전 웡카가 기괴했다면 이번 영화의 웡카는 우리 주변의 친구이자 가족”

정정훈 촬영감독. 촬영 Matt Kennedy

“이제는 ‘한국인 촬영감독’이란 꼬리표는 반갑지 않아요.”

영화 ‘웡카’(31일 개봉)로 한국 관객과 만나게 된 정정훈 촬영감독은 23일 오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에서 능력만으로 순수하게 평가받은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한국 촬영감독으로서 최초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이제는 할리우드를 누비고 있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지난해엔 미국촬영감독협회의 정식 회원에 선정됐다. “달라진 점이라면 회비를 좀 더 낸다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미국 내 많은 촬영감독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위치가 된 것이 만족스럽다”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언어적인 문제에 대해선 “서로 가는 방향이 같으면 언어가 달라도 상관이 없다. 반대로 서로 의견이 다를 땐 언어를 떠나 서로 이해를 못하기에 어려워진다”며 “영화 자체에 대해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보다 레스토랑 갈 때 영어가 항상 어려워요. 하하.”

영화 ‘웡카’는 로얼드 달 원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작품의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 영화로 월리 웡카가 초콜릿 가게를 열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티모시 샬라메가 웡카 역을 맡았고, ‘패딩턴’을 만든 폴 킹이 연출했다. 다채롭고 환상적인 장면이 많은 뮤지컬 영화이자 따스한 가족영화다.

정 감독은 “촬영하면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영화가 본질적으로 가진 화려한 조명과 판타지적 요소를 적절하게 균형 맞춰 관객들이 믿을 수 있고, 동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눈에 띄는 영상미보단 좀 사실적으로 찍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카메라를 너무 과하게 쓰면 관객들이 현란함에 정신이 없어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보다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받아들이게끔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따스한 분위기에 대해선 “따로 필터를 쓰진 않았고, 스모그머신을 이용해서 조명의 부드러움과 깊이감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호흡을 맞춘 샬라메에 대해 “현장에선 대스타라기보단 잘 아는 동생이나 자기 일에 열심히 하는 배우란 느낌이 들었다”며 “‘이래서 모두가 좋아하는 배우가 됐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앞서 두 차례나 영화화됐다.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웡카 역을 맡은 조니 뎁과 이번 영화의 샬라메의 연기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정 감독은 “이전 영화에서 웡카는 기괴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영화의 웡카는 우리 주변의 친구이자 가족”이라며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이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접속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