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시공사 공사비 다툼 줄어드나…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 배포
건설공사비 지수 등 공사비 조정 시 쓰이는 기준이 명확히 제시된 데 이어 착공 이후에도 물가를 반영해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는 점에서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비조합과 시공사가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활용하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협회 등에 배포한다.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는 지난 10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후속 조치다.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분쟁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에 배포한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 주요 내용은 ▲공사비 산출 근거 명확화 ▲설계변경·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기준 마련 등이다.
현재 많은 정비사업에서 공사비 총액만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탓에 공사비 세부 구성내역이 없다. 설계변경 등으로 시공사가 증액을 요구할 때 조합은 해당 금액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려워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총액 계약을 맺은 후 조합이 A등급 자재릉 요구하는 경우 시공사는 "당초 총액공사비는 B등급 자재를 기준으로 산정했으니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이때 조합 측에서는 증액 적정성 판단에 곤란을 겪는다.
국토부는 시공사가 제안하는 공사비 총액을 바탕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되 선정 후 계약 체결 전까지 시공사가 세부 산출내역서를 제출토록 했다.
이를 첨부해 계약을 체결토록 함으로써 공사비 근거를 명확히 한다. 조합이 기본설계 도면을 제공해야시공사의 산출내역서 제출이 가능하므로 조합이 도면을 제공하기 어려울 때는 시공사가 입찰 제안할 때 품질사양서를 제출해야 한다.
품질사양서란 시공사가 입찰 참여 당시 조합에 제안하는 마감재·설비 등의 명확한 사양을 명시한 서류다.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에 표준품질사양서 양식을 별도로 첨부할 예정이다.
다수의 계약서에서 설계변경 시 공사비 조정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단순 협의를 거쳐 공사비를 조정하도록 한 탓이다. 이에 설계변경 사유나 신규로 추가되는 자재인지 등에 따라 공사비 조정기준을 세부적으로 포함함으로써 원활한 공사비 조정을 유도한다.
세부 조정기준에는 설계변경으로 추가되는 자재가 기존 품목인지 신규인지 등에 따른 단가 산정 방법 제시 등이 포함된다.
그동안 다수의 정비사업에서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위해 당초 공사비에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을 적용해왔다. 계약서에 "공사비 산정 기준일부터 실착공일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에 따라 공사비를 조정한다.
다만 "실착공 이후에는 물가상승에 의한 공사비 증액을 배제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음식이나 의류 등 국민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의 물가를 나타내는 지수다. 건설공사 물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총공사비를 비목군(노무비·경비·재료비 등)으로 나누고 비목군별로 별도의 물가지수를 적용해 공사비에 물가 상승을 반영하는 지수조정률 방식 등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공사비에 대한 물가 반영 방식을 현실화했다.
당사자끼리 합의 시 예외적으로 건설공사비지수 변동률을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이 경우 공사비에서 간접공사비·관리비·이윤을 제외한 직접공사비에 대해서만 적용해야 한다.
착공 이후에는 물가 변동을 반영할 수 없도록 하는 일이 잦았지만 공사를 시작한 이후 공사비의 일정 비율(계약 당사자가 계약서에 포함) 이상을 차지하는 자재의 가격이 급등할 때는 물가를 일부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공사비 급등에 따른 현실적 부담이 고려되도록 한 조치다.
그 외에도 증액 소요가 큰 굴착공사(지반을 파는 공사) 시 지질 상태가 당초 지질조사서와 달라 시공사가 증액을 요청하는 경우 증빙서류를 감리에게 검증받은 후 증액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과도한 증액 요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박용선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가 마련돼 그동안 내용이 모호하거나 일방에 다소 불리한 탓에 분쟁이 많았던 계약사항들로 인한 분쟁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함께 밀착 관리를 해나가면서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분쟁조정위원회에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법 개정 필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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