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원 야심작 캐롯손보, '만성' 적자 행진에 대규모 자금 수혈...햇볕 언제
캐롯손보 총 1305억 원 규모 유상증자
올해 적자 고리 끊어낼 수 있을지 관심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캐롯손해보험이 최근 한화손해보험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 받았다. 이에 출범 이후 적자경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캐롯손보가 올해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는 올해 캐롯손보가 자동차보험 외 실질적으로 수익이 나는 상품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캐롯손보는 총 130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모회사인 한화손보와 미국의 한국계 벤처캐피탈(VC)인 알토스벤처스가 각각 1200억 원(754만2427주), 105억 원(65만9962주) 규모로 참여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캐롯손보는 국내 디지털 손보사 최초로 '유니콘 기업' 조건인 기업 가치 1조 원을 달성하게 됐다. 한화손보의 캐롯손보 지분율은 종전 56.31%에서 60.15%로 올라 지배력이 한층 더 상승했다.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 중 하나인 캐롯손보는 지난 2019년 5월 국내 업계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다. 캐롯손보는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합작해 만들어졌다. 출범 초기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이자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책임자(CDO)였던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야심작으로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캐롯손보는 출범 후 4년째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출범 첫해인 2019년 9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20년에는 381억 원의 적자를 냈고 2021년에도 6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손실 규모는 795억 원에 달한다. 그나마 지난해 3분기 순손실은 317억 원으로 전년 동기(-536억원) 대비 적자 폭을 줄였다. 이에 시장에서는 김 사장의 적극적인 경영행보에도 출범 이후 계속되는 적자행진에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자금 수혈은 캐롯손보가 향후 잠재력이 큰 기업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캐롯손보의 흑자 전환이 절실한 시기다. 사실상 한화생명이 김 사장의 '오너 경영체제'를 대비하는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2월 8년여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캐롯손보가 빠른 시일 내 실적을 개선해야 향후 김 사장이 그룹 내 금융 부문을 이끄는 승계 계획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출범 이후 만성 적자를 기록하는 캐롯손보가 올해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다. 캐롯손보는 국내 최초의 디지털 보험사인 만큼 디지털에 대한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2024년 주요 경영 전략으로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 혁신을 통한 지속 성장 도모, 신시장 진출을 통한 수익 창출 기반 강화 등을 수립했다. 캐롯손보는 주행 분석 기반 자동차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사물인터넷(IoT) 기반 신규 보험 관련 서비스 개발과 고도화, 커넥티드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보험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9월 관련 내용의 금융감독원 부수 업무 신고도 완료했다.
캐롯손보 주력 상품은 주행 거리만큼 보험료를 지불하는 '퍼마일 자동차 보험'이다. 2020년 2월 출시된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출시 3년 8개월 만에 누적 가입 150만 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2022년 말 1.3%대비 0.3%포인트 오른 1.6%을 기록했다.
앞서 캐롯손보는 지난해 8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애플 본사에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기계학습) 개발을 담당해 온 이진호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기도 했다. 캐롯손보는 이진호 CTO 영입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상품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기존 보험사와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는데 주력한다.
캐롯손보는 최근 마케팅과 영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주력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새로운 광고 모델로 배우 고윤정을 발탁하고, 신규 광고를 TV와 유튜브, 디지털 채널 등을 통해 방영하고 있다.
아울러 캐롯손보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해외 진출을 모색할 예정이다. 캐롯손보에 따르면 올해에는 고객의 주행 습관을 분석해 안전운전 정도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BBI(Behavior-Based Insurance) 상품을 출시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며 글로벌 IaaS(Insurance-as-a-Service) 업체의 위치를 견고히 다질 계획이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현재 캐롯의 성장세에 박차를 가하고, 고객 경험을 혁신적으로 차별화해 나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캐롯손보가 '퍼마일 자동차보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수익 구조의 여전한 한계로 꼽는다. 캐롯손보가 벌어들이는 전체 매출 중 퍼마일자동차보험을 통해 거둔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비단 캐롯손보 뿐만 아니라 디지털 손보사들은 취급하는 상품이 대부분 단기소액보험, 자동차보험 등으로 수익성이 낮고 손해율 관리가 까다로워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캐롯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7.9%로 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대형보험사(삼성·현대해상·KB손보·DB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77.2%였고 중소형사 역시 78.8%의 손해율을 보였다. 자동차보험은 보험료의 약 20%를 사업비(보험료 산정·과실비율 검증 등)로 쓰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통상 손해율 80%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 캐롯손보의 수익성도 직격타를 입는 만큼 자동차보험 외 수익이 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사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 특성상 수익구조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자동차보험 외에 수익이 나는 상품을 판매해야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 같다"며 "수익이 나는 상품의 개발과 판매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캐롯손보 관계자는 "지금은 글로벌 기업이 된 미국의 아마존이나 테슬라도 창립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하기까지 10년, 1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며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혁신 기업 일수록 흑자 전환을 하기까지 긴 세월을 인내하며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기에 지금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미래지향적 관점으로 캐롯만의 역량과 가치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캐롯은 한화손보 외에도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대형 투자사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주요 경영 사항은 주주들의 지분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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