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금액 1조5천억원…주택공급 지연 우려

1년만에 연체대금 갑절 증가

경기 파주 운정지구 아파트 공사 현장. LH 제공

고금리와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각한 공동주택용지의 분양대금 연체금액이 1조5천억원을 넘어섰다.

23일 엘에이치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건설사의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 규모는 전체 45개 필지, 약 1조51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2022년 말(7492억원)과 비교해 갑절 이상이다.

택지별로는 파주 운정지구의 연체규모가 7개 필지, 약 5439억원으로 가장 컸고 성남 복정1지구의 2개 필지도 2962억원이 미납됐다. 그밖에 인천 검단·영종·청라 등 인천지역은 11개 필지에서 2253억원, 화성 동탄2지구는 5개 필지에서 1758억원이 각각 연체되는 등 수도권 요지의 택지에서도 줄줄이 대규모 연체가 발생했다.

이처럼 공동주택용지 대금 연체가 늘어난 것은 고금리 여파로 분양 경기가 악화된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건설사들의 금융권 자금조달이 힘들어지면서 신규 사업 추진을 중단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10% 중반대의 PF 이자를 내고 무리해서 자금조달을 하느니 차라리 8%대인 택지대금 연체이자를 내면서 버티는 편이 낫다고 본 것이다.

정부가 올해 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해 엘에이치를 ‘구원투수’로 투입하는 등 공적 역할을 더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이런 공동주택용지 대금 연체는 공공택지내 민간주택 공급 지연과 함께 엘에이치 재무구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초 발표한 올해 업무 보고에서 부동산 PF 연착륙 지원을 위해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건설사의 사업부지를 엘에이치가 매입해 직접 시행 또는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그동안 경매 우선매수권 양도 시에만 진행하던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 매입을 감정가 수준에서 임대인, 채권자 등과 협의 매수하도록 하는 등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엘에이치의 공적 역할도 강화하기로 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