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의 우승 도전' 한국 축구, 일본전이 문제가 아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2023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첫 경기에서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선제골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멀티골에 힘입어 바레인을 3-1로 물리치고 힘찬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 20일 요르단과 2차전에서 고전 끝에 막판 손흥민(토트넘)의 패스를 받은 황인범의 슛에 이은 상대 자책골로 가까스로 2-2로 비기면서 때이른 위기를 맞았다. 조 1위와 16강 진출 조기 확정의 계획은 완전히 빗나갔다. 단 한 경기에, 패배도 아니고 비긴 것에 '위기론'을 말하는 것은 경기 결과에 따른 실망보다 경기력과 경기 운영에서 너무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또 조 1위를 차지하지 못할 상황에 빠지면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뒤에도 계산이 복잡해졌다. 유불리를 상당히 따져야 하는 국면이다. 한국은 요르단과 승점 4(1승 1무)로 같지만 골득실차에서 뒤져 있다. 한국은 +2이고, 요르단은 +4이다. 여기에 일본이 지난 19일 이라크와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뜻밖에 1-2로 패하면서 조 2위(승점 3, 1승 1패)로 밀려난 것도 맞물려있다. 이라크는 2연승하면서 승점 6을 확보해 조 1위를 확정했다. 일본은 24일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승점 3, 1승 1패)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기고, 이라크가 베트남(승점 0, 2패)에 져 2승 1패 동률을 이루더라도 승자승 원칙에 따라 조 1위로 나설 수 없다. 일본이 조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당초 E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하고, 일본 역시 D조 1위를 차지할 경우 결승전에서 만나 화끈한 숙명의 라이벌전을 치르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물론 중간 과정을 잘 헤쳐나가 서로 결승까지 진출했을 때의 예상도였다. 그런데 조별리그 2차전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이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는 E조 1위를 차지한다면, 16강전에서 D조 2위와 만나게 된다. 토너먼트 첫 길목에서 일본과 싸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상대로 당장 일본보다 사우디가 낫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은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중동국가 바레인과 요르단을 상대로 고전했다. 8강에서 이란을 피한다지만 호주를 마주해야 한다. 만만한 상대는 없다. 일본 이란도, 사우디 호주도 모두 우승 후보다. 만에 하나, 한국이 조 3위로 16강에 진출한다면 A조 1위 카타르(승점 9, 3승)나 D조 1위 이라크를 곧바로 만날 수도 있다. 역시 힘겨운 중동의 강호들이다. 우승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차피 모두 극복해야만 하는 적수들이다.
문제는 한국이 조 몇 위를 차지할지, 토너먼트 상대가 어느 국가인지에 있지 않다. 한국의 경기력에 대한 의문점이 강하게 제기된 현실이 더 중요하다. '클린스만호'가 2023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까지 6연승하면서 가려졌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다시 노출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해 초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5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을 할 때 비판받았던 그 문제점들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준 꼴이었다.
요르단전에서는 '클린스만 축구'의 전술적 특장점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바레인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것이 클린스만 축구다'라고 내세울 만한 특징이 없는 '무색·무취의 축구'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이유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중심으로 한 특정 선수 몇 명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현재 클린스만호에서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인범을 제외한다면 대안이 있는가'라고. 각 포지션의 주요 해외파 선수들이 부상 등의 이유로 결장한다면 그 공백을 대체할 선수가 있는가. 긍정적인 답을 내놓을 수 없다. 한마디로 '플랜B'가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요르단전에서 그대로 드러난 부분이고, 그동안의 경기력이 이를 입증한다. 황희찬(울버햄튼)이 부상에서 복귀한다고 대반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도 인정했듯이 '역대급' 선수들로 이뤄진 이번 대표팀을 이끌고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난해 부임 초 5경기 무승 때 불거졌던 '조기 사퇴'의 압박에 다시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무난히 통과한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아시안컵에서도 졸전을 펼치는 현재의 경기력이라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의 강호들과 경쟁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 목표가 조별리그 1위가 아니라 64년 만의 우승에 있듯이, 월드컵에서 목표 역시 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과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 본선에서 16강 진출을 넘어 더 높은 곳에 있다. 한 경기의 승패와 당장의 결과가 아니라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계획과 안목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의문이다.
클린스만호가 조별리그에서 일찍 맞이한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점을 일찍 발견해 좋은 처방책을 내놓는다면 조별리그에서 승승장구하다가 토너먼트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곧바로 중도 탈락하는 잘못을 미리 대비할 수 있다. 한국은 직전 대회인 201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3연승 뒤 바레인과 16강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고전 끝에 김진수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지만, 카타르와 8강전에서 0-1로 석패한 아픔을 안고 있다.
7장의 옐로카드와 주전 골키퍼 김승규(알 샤밥)의 부상 낙마 악재까지 안고 있는 클린스만호가 앞으로 어떻게 가시밭길을 헤치고 나갈지, 아시안컵 우승 도전의 길에서 때이르게 시험대에 올랐다.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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