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위해 리버풀 복귀한 살라→이집트 전설 분노 "대표팀 주장 맞아?"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이집트 대표팀 주장이 대회 도중 영국으로 갔다. 치료 목적이라지만 모하메드 살라를 보는 이집트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살라의 치료 행선지를 놓고 말들이 많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살라는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서 열리는 2023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이집트와 가나의 경기에서다.
이집트 주전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살라는 전반 막판 그라운드에 누웠다. 왼쪽 허벅지에 통증을 느낀 것이다. 곧바로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살라가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살라는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후 경기에 돌아오지 못했다. 이집트는 고전 끝에 가나와 2-2로 비겼다. 살라는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집트 대표팀의 동료들은 주장을 위로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만큼 햄스트링 부상이 가볍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정확한 검사 결과 살라의 부상 부위는 햄스트링이 아닌 등이었다. 등근육에 이상이 생기며 한동안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리버풀은 "살라가 근육 부상 치료를 시작했다. 리버풀 의료진과 함께 집중적인 재활 프로그램에 임할 것이다"고 알렸다.
논란은 그 후에 일어났다. 살라는 등 부상 치료를 위해 고국인 이집트로 돌아간 게 아니라 영국으로 갔다. 이집트축구협회는 22일 "살라가 영국 리버풀로 간다.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이집트 축구 대표팀 의료진과 리버풀 의료진은 살라 부상을 놓고 서로 의논했다. 그 결과 리버풀에서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알렸다.
리버풀은 "살라가 근육 부상 치료를 시작했다. 리버풀 의료진과 함께 집중적인 재활 프로그램에 임할 것이다"고 알렸다.
일반적으로 국제대회 출전 중에 부상을 입으면 현지에서 치료를 하거나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다반사다. 특히 살라는 아직 네이션스컵 복귀 희망이 남아있다. 살라 에이전트가 직접 "최상의 시나리오는 영국에서 잘 치료받고 아프리카로 돌아와 이집트 대표팀에 다시 합류하는 것이다"고 밝힐 정도다.
그런데 살라는 이집트보다 더 먼 영국을 택했다. 소속 팀 리버풀에서 치료하는 게 이집트에서 받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해서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네이션스컵이 열리는 코트디부아르는 살라를 치료하기 위한 환경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집트 내부 여론은 좋지 않다. 살라는 이집트 축구 대표팀 주장이다. 이집트 축구의 상징이다. 그런 살라가 이집트가 아닌 영국으로 가서 치료를 받는다. 이는 이집트 의료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현재 네이션스컵에 참가 중인 이집트 대표팀의 사기에도 영향을 끼친다.
리버풀 의료진의 개입도 이집트로선 불편하게 다가온다. 이집트 축구의 전설로 꼽히는 아흐메드 하산이 직접 살라를 비판했다. 1975년생인 하산은 1995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이집트 대표팀에서 뛰었다. A매치 출전 경기 수만 184경기다. 이집트의 네이션스컵 우승을 이끌었고 2006년과 2010년 대회엔 MVP까지 선정됐다. 살라 이전에 이집트 축구를 대표하는 간판스타였다.
이런 하산이 직접 살라를 건드린 것이다. 하산은 "살라가 이집트 대표팀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더라도 리버풀 의료진과 함께 할 가능성이 있다. 살라 출전 여부를 놓고 이집트가 아닌 리버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살라는 이집트 축구 대표팀의 주장이다. 설사 그가 뛰지 못하더라도 팀에 남았어야 했다. 살라 스스로가 이집트 축구 대표팀을 두고 살라의 대표팀이 아닌 이집트 전체를 대표하는 팀이라고 했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영국으로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하산은 "지금 코트디부아르에 있는 이집트 선수들은 모두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우승을 위해 싸운다. 하지만 살라는 그러지 않았다"며 "살라의 부재만으로도 이집트 축구를 손상시킬 수 있다.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난 항상 살라를 지지했다. 그가 이집트 대표팀 주장으로 있는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그는 영국으로 갔으면 안 됐다. 그는 이집트의 주장이다. 아무리 큰 부상을 당해도 팀에 남아야 한다. 모든 선수들은 현장에서 우승을 위해 싸운다"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살라의 부상 정도는 가볍지 않다. 지금으로선 네이션스컵 복귀 여부도 불투명하다. 살라의 에이전트인 라미 압바스는 23일 "살라의 부상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 앞으로 21~28일 정도 결장할 것이다. 현재 살라는 영국에서 집중적으로 재활하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몸이 좋아지는 대로 다시 이집트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리버풀과 클롭 감독에게도 충격이다. 살라의 부상 직후 클롭 감독은 "부상 이야기를 듣는 순간 충격이었다. 어젯밤에 살라와 이야기를 나누고 부상 정도를 물었다"며 "아직 살라 부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이러한 부상은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지금 진행 중이며 끝나봐야 더 자세한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클롭 감독은 "아마도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할 것이다. 그 다음 이집트가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당장 입장을 밝히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답답함을 숨기지 않았다.
살라의 결장으로 대회 우승을 노리는 이집트는 빨간불이다. 7회로 네이션스컵 최다 우승 국가인 이집트는 이번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우승을 확신할 수 없다.
이는 리버풀도 마찬가지. 리버풀은 14승 6무 1패 승점 48점으로 프리미어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라이벌인 2위 맨체스터 시티를 승점 5점 차로 앞선다. 살라는 리버풀 전력의 핵심이다. 14골로 팀 내 득점 1위는 물론이고 프리미어리그 전체로 봐도 엘링 홀란드와 함께 득점 공동 1위에 있다.
가뜩이나 네이션스컵 차출로 1, 2월 살라 공백을 버텨야 하는 리버풀로선 비상이 걸렸다. 살라의 부상 정도와 회복 기간에 따라 프리미어리그 우승 확률이 크게 달라진다. 예상보다 큰 살라의 부상으로 리버풀, 이집트의 우승 전선이 위기가 왔다.
이번 부상은 리버풀과 살라의 재계약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리버풀은 2025년 여름 계약이 끝나는 살라과 연장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1년 더 계약 기간을 연장하려 한다. 살라 역시 리버풀과 재계약에 긍정적이다.
세부 조건은 아직이다. 영국 현지에선 연장 계약 기간을 놓고 줄다리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살라는 장기 계약을 원한다. 변수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이티하드는 거액에 살라 영입을 희망한다. 주급만 무려 245만 파운드(약 40억 원)를 안길 계획을 하고 있다. 마이클 에메날로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축구 이사는 "살라는 지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살라를 포함해 누구든 사우디 리그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을 환영한다고 한 적 있다"라며 공개적으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집트는 네이션스컵 조별리그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우승후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3무에 그쳤지만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당초 살라는 이집트가 4강에 오를 경우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네이션스컵 4강은 2월 8일 열린다.
하지만 살라의 에이전트가 밝힌 것처럼 최소 3주, 최대 한 달까지 결장이 이어지면 네이션스컵 출전은 어렵다. 실전 경기 투입은 3월이 되서야 가능할 수 있다.
맨시티와 치열한 프리미어리그 1위 경쟁 중인 리버풀에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팀 공격의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살라가 없다면 시즌 막판 뒷심은 떨어질 게 분명하다. 이집트와 리버풀의 계획이 예상치 못한 살라의 부상으로 꼬이고 있다.
클롭 감독은 살라의 복귀 일정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나도 모르겠다. 부상 이후 살라와 꾸준히 통화했다. 리버풀 의료팀과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몸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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