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사 폐업, 바이오벤처 죽으면 대형 제약사도…"

김선 기자 2024. 1. 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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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초대석] 윤선주 에이피트바이오 대표
"지난해 바이오벤처 100개사 폐업"
"특히 '계열 내 최초' 신약개발 지원책 절실"
윤선주 에이피트바이오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 대표는 계열 내 최초 신약개발 비용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지난해 바이오벤처 100개 기업이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았다. 기술·특허 담보 등을 통한 대출 지원 확대와 같은 지원 방안이 절실하다"

윤선주 에이피트바이오 대표가 기술력을 보유한 바이오벤처 기업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문을 닫게 되는 일이 없도록 빠르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표는 "바이오벤처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개의 바이오벤처 기업이 없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바이오벤처가 산업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윤 대표가 이끄는 에이피트바이오는 40여 개 바이오기업이 입주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바이오클러스터에 위치해 있다. 그는 바이오클러스터의 중심지에서 정부가 현장을 직접 보고 듣고 고민해 줄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선주 에이피트바이오대표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투자에서 피어나는 'First-in-Class'


윤 대표는 "바이오벤처가 험난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계열 내 최초) 신약 개발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 유치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First-in-Class는 시장에서 가장 먼저 출시됐거나 동일한 계열 내에서 가장 좋은 효과를 보이는 의약품으로 관련 시장의 70% 이상을 독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가 First-in-Class 파이프라인을 선호하는 이유다.

통상 First-in-Class 개발은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며 연구개발(R&D) 과정을 버텨내야 한다. 에이피트바이오는 First-in-Class 단클론항체·다중항체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으로, 윤 대표가 First-in-Class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유치를 강조한 배경이기도 하다.

에이피트바이오는 기존 항체 라이브러리의 단점을 극복한 '물성특화 항체 라이브러리'를 통해 항원 특이적 항체를 효율적으로 발굴하고 생산과 기능 확인이 가능한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First-in-Class 고형암 치료제 APB-A001을 개발해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이어 최근 자체적으로 CD3 항체를 만들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CD3 이중항체이기 때문이다.

CD3 항체는 T세포(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CD3 분자에 결합하는 모노클로날 항체(단일 항체 형성세포가 생성하는 항체)로서 면역억제제로 개발됐다. 에이피트바이오는 암젠·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의 CD3 항체 대비 동등 이상의 항원 결합력을 가진 독자적 CD3 항체를 확보했다. 효능은 극대화하면서 독성은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CD3 항체를 선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에이피트바이오는 CD3 항체를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면서 12개의 후보 항체를 확보했다. 요즘 제약·바이오 업계 관심사로 떠오른 항체·약물 접합체(ADC) 항체를 중심으로 1년 전부터 국내 ADC 전문기업 3곳과 First-in-Class ADC를 위한 예비 공동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윤선주 에이피트바이오 대표가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어렵다던 항체 발굴도 성공… 남은 건 '투자'


에이피트바이오는 국내 상위 바이오기업으로 손꼽히는 셀트리온의 의뢰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에이피트바이오에 타깃 2개에 대한 항체발굴을 맡겼다. 윤 대표는 "셀트리온에서 발굴위탁한 타깃 2개에 대한 항체발굴을 성공적으로 마쳐 에이피트의 항체라이브러리와 항체발굴 기술의 우수성을 검증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더 많은 회사들과의 항체발굴에 대한 파트너십이 더욱 확대되기 바란다"며 First-in-Class 개발을 위한 투자유치에 대해 강조했다.

에이피트바이오는 현재 항암과 만성 B형 간염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단클론항체로 췌장암·담도암·난소암에 적응하는 APB-A001과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APB-A101, 고형암 적응증을 가진 APB-A002이다.

간염 치료제의 경우 First-in-Class로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돼 조기 기술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외에 이중항체 고형암 치료제 APB-B003과 유방암 ADC 치료제 APB-H101 등이 있다.

윤 대표는 민간에서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기신약개발사업단(KDDF)에서 First-in-class 신약개발사업을 지윈하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을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정부의 지원이 어느 정도인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First-in-Class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해결해 민간이 들어오게 되는 마중물 역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죽은 바이오벤처 기업을 다시 살려내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바이오벤처들이 죽어버리면 국내 대형 제약사들도 홀로 설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선 기자 sun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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