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잘 알면서 왜···전공의 86% “의대 증원땐 집단행동”
‘빅5’ 2곳 포함 총 55곳 4천200명 참여
보건의료노조 측 “국민 협박하는 행위”
전공의 86%가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하면 파업 등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현장을 잘 아는 전공의들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응하는 단체 행동 참여 여부에 대한 설문 결과 전공의 86%가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대전협은 지난 21일까지 55개 수련 병원에서 자율적으로 4200명 가량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파업 등 단체 행동 참여 여부를 조사했다.
설문에 참여한 55개 병원 중 27곳은 500병상 이상 규모이며 여기에는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중 두 곳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은 이번 조사가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벌인 공식 설문은 아니며 지난달 정기 대의원총회 이후 일부 수련병원에서 개별 진행해 협의회에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협의회가 직접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대응 방안과 단체 행동 참여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협에 가입된 전국의 전체 전공의는 1만5000명 정도다. 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와도 단체 행동 여부를 두고 소통 중이라고 했다.
전공의 단체가 의대 증원을 두고 파업 등 단체 행동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대의원총회에서 집단행동에 대한 의견은 나왔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대전협은 2020년에도 정부가 의대 정원 등을 추진하자 파업에 나섰다. 당시 한 자릿수에 그친 의협 집단휴진 참여율에 비해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율은 80%에 육박했고 결국 정부는 증원 추진 계획을 접었다. 전공의들의 파업은 응급·중환자 진료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대전협이 단체행동 참여 여부의 설문 결과를 발표한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등 보건의료 분야 각 직역 종사자로 구성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설문조사 참여 비율이 전체 전공의의 28%, 전체 수련병원 200곳 중 27.5%에 불과하다”며 “‘단체행동 86% 참가’ 결정이 전체 전공의의 입장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직접 의료현장에 근무하면서 의사인력 부족이 의료현장에 어떤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고 있는지 잘 아는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또 “대전협은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료현장의 불법의료, 의료사고 위협, 긴 대기시간, 만족스럽지 못한 진료, 충분하지 못한 설명, 번아웃으로 내몰리는 열악한 전공의 근무환경 등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라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고,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에서 근무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전협의 조사 결과에 “유감”을 표했다. 복지부는 “정부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어떠한 경우도 용인할 수 없다”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엄정하게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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