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진보에 염증, 열렬히 지지했던 유명인사에 배신감”

이가영 기자 2024. 1. 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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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남 하동군 평거리 마을 자택에서 공지영 작가가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지영(60) 작가가 3년 만에 펴낸 신작 에세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해냄)’에서 86세대에 대한 반성문을 썼다.

공 작가는 23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열렬하게 옹호했던 한 사람이 내가 이전까지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는 “그런 사람일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상상을 못 했다”며 “꽤 오래 친분이 있었기에 배신감은 더 컸다”고 했다. 이어 “욕을 먹으면서도 그를 감쌌던 건 당시로선 나름의 애국이고 희생이었는데,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떠들었구나 싶었다”고 했다.

공 작가는 “나중에 과오가 드러났을 때 그가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 자신과 소셜미디어상에서 설전을 벌였던 진중권 교수에게 “미안해 죽겠다”며 사과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공개 지지한 공 작가는 2020년 반대 입장인 진 교수와 논쟁을 벌였다. 당시 진 교수는 조국 장관 임명에 찬성한 정의당을 탈당했다. 공 작가는 진 교수를 겨냥해 “이분이 평소에도 불안하고 힘들다고 한다. 이제 이분 친구들이 이분을 좀 보살펴드렸으면 한다”고 했고, 진 교수는 “공 작가 허언증이 심해졌다. 유튜브 그만 보시고 트위터 그만하시라”고 응수했다.

공 작가는 “우리 86세대는 그래도 자기가 한 약속은 지킬 것이라고 마지막까지 믿었던 것이 화근”이라며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본인들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지금의 진보는 더 이상 진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금고 이상 징역형 확정시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하게 하자는 한동훈의 주장은 아무리 국민의힘이라도 맞는 말이고, 예전 같으면 ‘박근혜 키즈’라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이준석도 옳은 말을 하니 예뻐 보인다고 농담처럼 얘기한다”고 했다.

다만 공 작가는 “그렇다고 보수로 간 것은 아니다”며 “우리 세대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지지하지 않고 비판적 자세를 취하며 사안별로 판단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86 운동권이 국회의원이 되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 됐는데도 여전히 낡고 이분법적인 논리를 내세우며 80년대식 구호를 외치는 이데올로기적 동지들과 결별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했다.

공지영 작가 신작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해냄

신간 제목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는 이런 공 작가를 배신자라고 낙인찍고, 손가락질해도 소수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며 스스로에게 던지는 다짐이라고 했다. 공 작가는 “이제 애들도 다 컸고, 책이 안 팔리면 안 팔리는 대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겠다”며 “누구 편에도 서지 않으니 생각하는 대로 말하면 되고, 내가 틀릴 수도 있으니 그만큼 자제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책은 2022년 예루살렘 순례 여정 중 공 작가가 얻은 삶의 메시지와 영성을 전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르는 높다란 장벽과 철조망을 마주하고, 요르단부터 예루살렘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고독, 옳고 그름, 고통, 행복, 보편적인 우리네 삶의 주제에 천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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