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결국 평판이다 [전지적 헤드헌터 시점]

황계식 2024. 1. 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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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알고 지내던 모 보험회사 디지털 부문 임원이 의견을 구해왔다. 전사 디지털 전환 총괄 임원 자리로 타사 영입 제안을 받고 이직하기로 결심해 모든 프로세스를 마치고 최종 합격 안내만 기다리던 중 예상치 못한 탈락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다.

추천한 지인에게 긍정적인 면접 피드백을 전해 듣는 등 회사의 강력한 채용 의지를 느끼고 있었기에 ‘모시기 어렵게 되어 아쉽게 생각합니다’라는 갑작스러운 탈락 통보에 그는 당황했다. 탈락 사유를 알아본 결과 결국 평판 조회 내용 탓이었다. 리더십 및 소통 역량 부족, 강하게 밀어붙이는 독불장군식 업무 스타일 탓에 주변에서 매우 힘들어한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고 한다. 본인은 조직의 성과를 내려고 열심히 한 것뿐인데 주변 직원들이 몰라주는 것 같다며, 업무 역량이 우수한데도 리더십에 대한 평판 탓에 탈락할 수도 있는 거냐며 부당함을 토로해왔다.

후보자의 최종 합격 여부를 가르는 단계에서 행해지는 평판 조회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차츰 평판 조회가 후보 검증의 실질적이고 강력한 도구가 되어 가고 있다. 이력 내용과 면접 결과에서 완벽해 보였던 후보가 평판 조회에서 어이없이 탈락하는 일이 종종 생기는 것을 보며, 평판 조회는 헤드헌터로서도 가장 긴장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기업은 왜 서치펌에 평판 조회를 의뢰하는가?

첫째 평판 조회는 후보를 채용해야 할 이유를 찾는다는 의미보다 채용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는지 확인해주는 역할이 크다. 꼼꼼한 서류전형과 여러 단계의 면접 전형, 경우에 따라 캐주얼한 티타임 또는 식사 자리까지 거친 뒤 신중하게 선정한 최종 후보에 대한 평판 조회를 서치펌에 의뢰하면서 기업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 기업은 그 후보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히 찾았을 것이다. 서류와 면접에서도 알 수 없었던 ‘채용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혹시 있는지 평판 조회를 통해 최종 확인하는 절차로 이해할 수 있다. 인사 리스크를 사전에 줄이자는 의미인 셈이다.

둘째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강화되면서 반드시 평판 조회에 대한 본인 동의서를 받게 되었다. 기업은 후보의 평판에 대해 뒤에서 자체적으로 수소문하기보다 정식으로 서치펌에 의뢰하고 있다. 많은 기업은 공식적인 평판 조회 보고서를 ‘후보 검증자료’로 활용하여 합격 승인 시 결재서류로 함께 올려 채용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확보한다. 이렇게 평판 조회 단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평판 조회에서 변별력이 가장 큰 부분은 리더십과 소통 역량이다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면 평판 조회에서 업무 역량과 도덕성 그리고 조직 융화력 면에서 모두 비슷하게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특히 임원의 자리까지 오른 후보들은 시장에서 검증된 후보들로서 이미 업무 능력 평가가 상위에 있는 이들이 많기에 가장 변별력이 적은 부분이 업무 전문성이다.

반면 평판 조회에서 가장 변별력이 큰 부분이 리더십 역량과 소통 역량으로 후보마다 가장 큰 차이가 난다. 세부 항목들로는 타인과 의견 상충 시 이견을 조율하는 스타일,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능력, 부하 직원들의 고충을 공감하는 인간적인 면모, 호불호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고 리더로서 두루 아우르는 포용적인 면모, 위아래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 본인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기꺼이 책임질 줄 아는 면모 등이 있다. 리더십과 소통 역량에 대한 평가가 등락을 가르는 것을 보며, 결국 평판이 가장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리더십 평판이 승패를 가른다는 것을 현장에서 자주 목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판은 어떻게 관리할까?

첫째 평판 관리에 대한 개념부터 알자. 평판은 나의 평소 언행과 의사결정 과정, 그리고 주변을 대하는 태도가 만든다. ‘언행이 쌓여 주변에 각인되고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평판 관리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전혀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을 때와 그 관계를 평소 의식하고 행동 전에 한번쯤 더 생각해 볼 때를 비교해보면, 그 결과의 차이는 매우 클 것이다. 현재 리더급이라면 회사에서의 언행이 추후 평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한번 더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임원급이라면 평판 조회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일이 잦기에 더 주의해야 한다.

둘째 적어도 적은 만들지 마라. 아주 좋은 평을 듣지는 못하더라도, 몹시 나쁜 평은 없어야 한다. 백마디 좋은 평보다 한마디 부정적인 평이 후보의 등락에 더 영향을 준다. 부정적인 평 중 요즘 더욱 민감한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 발언’, ‘갑질 논란’ ‘술자리 실수’ 등 도덕성과 인성에 관련된 평은 탈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셋째 이직 시 마무리를 잘하자. ‘지나온 다리를 불태우지 마라’는 속담이 있듯, 지금은 떠나는 회사이지만 언제 다시 어떤 관계로 마주칠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향후 계속 평판 조회처로 남게 된다는 점이다. 남은 이들을 배려하며 정성스럽게 관계를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평판 관리,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된다. 다음편에서는 실제로 평판 조회 시 후보자로서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실제 헤드헌터는 어떤 방법으로 평판 조회를 수행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정은주 유니코써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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