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대주주, CB 악용 안돼…무관용 일벌백계”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 발표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경제인협회, 전문가(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연대호 KB증권 기업금융2본부장, 유무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이정수 서울대 교수, 정준혁 서울대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전환사채(CB)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전환사채가 더 이상 대주주의 편법적인 사익추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전환사채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일벌백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모두발언 전문이다.
※CB(Convertible Bond·전환사채)=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비교적 안전한 채권의 성격과 수익성이 높은 주식의 특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최대주주의 편법적 지분확대 및 이익취득, 무분별한 CB 발행에 따른 일반 투자자들의 리스크 증가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CB 발행은 총 5조6000억원 규모다. 발행액의 74%(작년 기준)가 코스닥 상장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됐다.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 제출도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발행하는 사모 방식이 대부분(작년 기준 99%)이다.
전환사채 시장 평가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비교적 안전한 채권의 성격과 수익성이 높은 주식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환사채는 투자 매력을 높이는 콜옵션, 리픽싱 조건과 결합되어 중소·벤처기업의 주요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러한 전환사채의 특수성을 악용하여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얻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대주주의 콜옵션 행사 한도를 제한하고, 사모 전환사채에 대해 주가 상승 시 전환가액 상향조정을 의무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2021년 12월)한 바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실질이 사실상 유사한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해서도 전환사채에 준하는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콜옵션·리픽싱 부여 비중이 최근 들어 다시 상승하고 있고, 전환사채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사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요 문제점 및 원인
전환사채와 관련하여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으나, 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전환사채 발행·유통 과정에서의 투명성 부족입니다. 그동안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모 형태로 발행되는 전환사채의 특성상 전환권 행사와 같은 중요한 정보가 시장에 적시에,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감시와 견제의 기능이 작동하지 못할 소지가 있습니다.
둘째, 임의적인 전환가액 조정(refixing)에 따른 문제입니다. 전환가액 조정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정해져야 하나 일부의 경우 모호한 규정 등을 이용하여, 임의적으로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반 주주의 지분가치가 과도하게 희석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셋째, 콜옵션과 리픽싱과 같이 전환사채에 부여된 조건을 활용하여 불공정거래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조건들이 자본 M&A나 시세조종과 같은 행위와 결합되면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향후 정책방향 및 추진계획
정부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자 합니다. 공개 세미나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광범위하게 수렴하는 한편, 실제 정책 집행과정에 대해서도 꼼꼼히 다시 점검하여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1)CB 발행 및 유통공시 강화
첫째, 전환사채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겠습니다. 발행과 유통과 관련된 공시의무를 강화하여, 시장에 충분한 정보가 적시에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콜옵션 행사자, 만기 전 취득한 전환사채 처리 계획과 같이 기업의 지배구조와 지분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전환가액 조정(refixing) 합리화
둘째, 전환사채의 전환가액 조정(refixing)을 합리화하겠습니다. 일부 기업이 특정인에 대한 이익 제공 목적으로 임의적으로 전환가액을 조정하여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문제를 적극 개선하겠습니다. 전환가액이 시가를 적절히 반영하도록 산정기준 및 조정방법을 구체화하는 한편 증자, 배당 등 자본변동 시에는 해당 주식의 실제가치 변동을 정확히 반영하여 전환가액이 조정되도록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겠습니다.
(3)CB시장 불공정거래 점검 및 제재 강화
셋째, 전환사채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조사를 강화하고, 적발된 사례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제재하겠습니다.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등 관계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 하에 작년 한 해 동안 전환사채 관련 불공정거래 협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해 왔습니다. 적발된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엄중히 제재하는 한편, 향후에도 관계기관의 조사역량을 집중하여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콜옵션, 리픽싱과 같은 부가조건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전환사채 시장이 미국, EU와 같은 선진시장과는 사뭇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과도하게 위험을 회피하려는 투자자의 성향과 어떠한 방법으로든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기업의 수요가 결합되어, 다소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성장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입니다.
정부는 금번 대책에 만족하지 않고 전환사채가 더이상 대주주의 편법적인 사익(私益)추구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환사채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입각하여 일벌백계할 예정입니다. 또한 앞으로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여 필요한 제도개선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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