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프로그램서 매력 발산…LG 이관희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프로농구 창원 LG의 가드 이관희(35)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이관희는 지난 비시즌 기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연애 프로그램 '솔로지옥' 시즌3에 출연해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솔로지옥은 지옥도라는 이름의 무인도에 갇힌 젊은 싱글 남녀 각 6명이 서로를 탐색하다가 마음이 맞으면 천국도라고 불리는 고급 리조트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이관희는 이 프로그램에서 솔직하고 톡톡 튀는 매력을 보였고, 솔로지옥 시즌3의 모든 화제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그의 소셜미디어(SNS) 팔로워 수는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초 7만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약 84만명까지 늘었다.
이관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높은 인기를 얻고 방송 활동에 매진하는 '인플루언서'가 아닌 농구선수로 돌아왔다.
구단의 훈련 일정이 없던 비시즌 기간에만 방송 촬영을 한 이관희는 다시 본업인 농구선수로 복귀해 시즌 준비에 열중했고, 코트 위에서 땀방울을 흘린다.
이관희는 베테랑으로서 올 시즌 평균 20분 41초를 뛰며 팀 내에서 아셈 마레이(16.2점), 양홍석(12.8점), 이재도(11.1점) 다음으로 많은 9.8점을 책임지고 있다.
22일 현재 LG는 20승 13패로 치열한 3위 다툼 중이다.
이관희의 엄청난 화제성이 개인을 넘어 LG 구단과 한국 농구의 인기로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프로그램 방영 전 LG 구단의 SNS 팔로워 수는 일주일 평균 100여명씩 증가했으나, 마지막 회차 방영 후에는 일주일에 4천명 가까이 급등했다.
올 시즌 LG의 호성적이 미친 영향이 더 크겠지만, 지난 시즌 같은 기간(1∼3라운드) 대비 프로농구 전체 평균 관중은 약 24% 늘어났음에도 LG 평균 홈 관중 수는 60% 가까이 증가했다.
농구의 '농'도 몰랐으나 솔로지옥을 통해 이관희의 매력에 빠진 이들은 본업에 열중하는 이관희의 모습을 찾아보면서 농구에 한발짝 다가가고 있다.
프로그램을 즐겨본 직장인 임모(28)씨는 방송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솔직하고 투명한 성격의 이관희에게 '관며들었다(관희+스며들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기존 농구 팬의 댓글을 보고 '농구선수 이관희'도 궁금해진 임씨는 유튜브와 SNS 알고리즘을 통해 이관희의 영상을 찾아봤고, 이관희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후배 선수에게 전하는 조언 등엔 농구에 대한 애정이 가득해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임씨는 이관희가 은퇴 전 목표로 세운 '리그 우승'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서 이관희와 LG의 성적을 계속 관심 있게 찾아볼 것 같다고 말했다.
농구계도 이관희에 대한 관심이 한국 프로농구의 인기로 이어질 기회라는 데 공감한다.
2019년 LG는 이미 현주엽 전 감독이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고, 팬들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
KBL 김광 사무처장은 "독특하고 개성이 있는 이관희로 인해 농구에도 관심이 이어지는 건 상당히 좋은 현상인 건 맞다. KBL이나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그러다 보면 박무빈(현대모비스), 유기상(LG) 등 재능 있는 신인들도 농구의 매력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한국 농구의 인기 회복이라는 나비효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관희의 꾸준한 경기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팬들이 지속적으로 농구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이관희의 농구 실력과 코트에서의 매력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경기력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농구선수 이관희'에게 역풍이 불 수 있다.
LG 구단 관계자는 "농구 팬으로 유입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잘 활용해야 한다"며 "선수와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관희 개인의 경기력뿐만 아니라 KBL, 협회 등 농구계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국 농구의 부흥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손대범 KBS 해설위원은 이관희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미디어를 통한 노출이 효과적일 거라고 봤다.
손 위원은 "SNS에 이관희의 플레이 영상을 더 띄우는 방법도 있다"고 한 뒤 "'솔로지옥 이관희'를 먼저 알고 농구장에 오는 팬이라면 농구가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유명한 선수가 농구 경기를 즐기는 방법을 쉽게 설명하는 영상에 등장하는 방식 등 예비 팬층을 향해 좀 더 친절하게 다가가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 위원은 인터뷰에서도 톡톡 튀는 개성을 보이는 만큼, KBL만의 유산인 아카이브를 활용해 이관희의 화제성을 농구로 옮겨오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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