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이자 내느니…" 건설사의 LH 토지 연체대금, 1조5000억원 넘어

이미연 2024. 1. 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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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매각 토지대금도 2조원 육박
고금리·PF 부실로 건설사 사업 추진 중단 여파
사진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각한 공동주택용지의 분양대금 연체금액이 1조5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매각 토지 규모도 2조원에 육박해 부실사업장 인수 등 LH의 공적기능 확대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LH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건설사가 LH로부터 사들였던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 규모는 전체 45개 필지, 약 1조519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7월 초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반년 만에 5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분양 경기가 악화된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건설사들의 금융권 자금조달이 힘들어지자 신규 사업 추진을 중단한 곳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LH 연체이자가 연 8.5% 수준인데 PF 브릿지론 이자는 연 12%를 넘어가고, 본 PF 전환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계가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높은 PF 이자를 내고 무리해서 자금조달을 하느니 차라리 LH 택지대금을 연체하는 편이 낫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지별로는 파주 운정지구의 경우 연체규모가 7개 필지, 약 5439억원에 달한다. 전체 연체금액의 3분의 1이 넘는 것으로 작년 단일 택지지구 최대 규모의 연체다.

인기 택지로 분류되는 성남 복정1지구의 2개 필지도 2962억원이 미납됐고 인천 검단·영종·청라 등 인천지역은 11개 필지에서 2253억원, 화성 동탄2지구는 5개 필지에서 1758억원이 각각 연체됐다.

공동주택용지 신규 판매도 부진하다. 지난해 신규로 분양에 들어간 공동주택 63개 필지 가운데 20%가 넘는 13개 필지가 팔리지 못했다.

이에 작년 말 기준 미매각 용지는 총 32개 필지로 늘었고 미매각 대금도 총 1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난해 LH와 건설사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공공택지 전매를 허용했지만 아직까지 전매 실적은 한 건도 없다.

이런 상황이라 LH의 공적업무 추진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작년 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과 연초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등에서 3기 신도시 건설과 5년 내 '주택 270만가구+α' 건설 등 기존 LH의 핵심 업무 외에도 LH의 공적기능을 대폭 확대했다.

부동산 PF 연착륙 지원을 위해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건설사의 사업부지를 LH가 매입해 직접 시행 또는 매각하도록 하고, 3기 신도시 주택 조기 착공 및 공공투자 조기집행 등을 주문했다. 이 외에도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 매입을 감정가 수준에서 임대인, 채권자 등과 협의 매수하도록 하는 등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공적 역할을 강화했다.

불과 한달 전 원희룡 전 장관이 퇴임 전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책임을 물어 LH의 전관 카르텔을 깨고 체질 개선을 하겠다며 '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연간 10조원 규모의 LH 공공공사 업체 선정 권한을 조달청 등으로 넘기고, LH 고유의 업무인 공공주택건설도 일부 민간에 넘겨 상호 경쟁으로 LH도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시키겠다며 엄포를 놨는데 혁신안 발표 후 LH 사장 출신인 박상우 장관이 임명된 직후 기류가 급변했다.

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해 LH를 '구원투수'로 투입하는 등 공적 역할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LH가 이러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공사채 발행이 필수여서 LH 부채비율 증가 등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있다.

LH는 2020년 이른바 'LH 땅 투기 사태' 이후 2~3년간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해 작년 상반기 기준 LH의 부채비율을 219.8%로 줄여놨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6월 말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부채비율을 반드시 200% 미만으로 관리해야 하는 데 올해 PF 부실사업장 인수 등 공적기능 수행을 위해서는 부채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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