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한 FA 시장, 속타는 ‘보라스 고객’들..악마의 역대 ‘늦은 계약’ 성적표는?

안형준 2024. 1. 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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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오타니 함구령'으로 조용했던 오프시즌이 잠시 뜨거워졌지만 다시 잠잠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새해를 맞이한 메이저리그는 이제 스프링캠프 소집까지 약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 선수들도 구단들도 조금씩 새 시즌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하는 시기다. 김하성, 배지환 등 코리안리거들도 이른 준비를 위해 이미 미국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FA 시장은 여전히 잠잠하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D) 등 특급 FA 선수들이 새 팀을 찾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선수들이 남아있다. 류현진도 그 중 하나다.

FA 시장에 남아있는 굵직한 선수들 중에는 대형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관리하는 선수들이 많다. 남아있는 투타 시장 최대어인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코디 벨린저, 맷 채프먼이 모두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이다. 류현진을 비롯해 J.D. 마르티네즈, 리스 호스킨스, 조이 갈로, 제임스 팩스턴 등도 보라스의 고객들이다.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 선수들의 계약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보라스의 성향이다. 보라스는 자신이 보유한 선수들 중 '가장 비싼 선수들을 가장 비싸게' 계약하게 한 뒤 나머지 선수들의 계약을 진행하는 경향이 짙다. 예를 들면 스넬에게 거액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팀이 류현진을 영입해 스넬 영입전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스넬의 계약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류현진의 계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시간은 선수의 편이 아니다. FA 선수는 소속팀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없지만 구단은 FA 선수가 없어도 시즌을 진행할 수 있다. 구단은 협상 중인 선수가 합류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현재 보유한 선수들로 우선 시즌 개막을 구상한다. 협상은 계속 진행되겠지만 결국 데드라인의 압박을 받는 쪽은 선수다. 계약이 늦어지면 계약 규모도 작아질 수 있다. 스프링캠프 소집이 조금씩 다가오는 지금, 이미 오프시즌의 반환점은 일찌감치 지났다. 선수 입장에서는 점차 초조해질 시기다.

MLB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1월 23일(한국시간) 2010년 이후 보라스의 '늦은 계약' 성적표를 짚었다. 과연 '악마'로 불리는 에이전트 보라스는 2-3월(혹은 그 이후)에도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을까. 직장폐쇄로 수많은 계약이 3월에 이뤄진 2022년 3월을 제외한 나머지 오프시즌들의 성적표를 돌아봤다.

2010년 이후 보라스가 2-3월에 성사시킨 최대 규모의 계약은 2019년 3월 브라이스 하퍼의 계약이었다. 하퍼는 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3년 3억3,000만 달러의 당시 기준 최고액 계약을 맺었다. '특급 중의 특급'이었던 하퍼는 시간의 흐름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울 수 있는 입지의 선수였다. 다만 당시 하퍼는 14년 4억2,000만 달러 계약까지도 예상됐지만 13년 3억3,000만 달러에 사인했다.

하퍼를 제외하면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은 두 건 밖에 없었다. 2018년 2월에 맺은 J.D. 마르티네즈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5년 1억1,000만 달러 계약, 에릭 호스머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8년 1억4,400만 달러 계약이다. 그 해 오프시즌의 막이 오를 때 마르티네즈는 6년 1억5,000만 달러 수준 계약이 예상됐고 호스머는 6년 1억3,200만 달러 수준 계약이 전망됐다. 두 선수 모두 최초 예상치보다는 규모가 작아진 계약을 맺었다.

1억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들 외 다른 선수들도 대부분 오프시즌 초반 예상보다 작은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오스틴 잭슨(2016년 3월), 맷 위터스(2017년 2월), 카를로스 고메즈, 토니 왓슨(2018년 2월), 그렉 홀랜드, 카를로스 곤잘레스(2018년 3월), 제임스 팩스턴(2021년 2월), 주릭슨 프로파(2023년 3월) 등이 그랬다.

특히 퀄리파잉오퍼(QO)를 거절한 뒤 늦게까지 시장에 남아있던 선수들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마이크 무스타커스는 2017시즌이 끝난 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1,740만 달러 QO를 거절하고 시장에 나왔고 5년 8,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18년 3월 1년 650만 달러 계약으로 캔자스시티에 잔류했다.

그나마 시즌 개막을 정상적으로 맞이한 무스타커스는 나은 편이었다. 2014년 스티븐 드류는 보스턴의 1,410만 달러 QO를 거절했지만 5월이 돼서야 1년 1,010만 달러에 잔류하고 시즌을 시작했다. 같은 해 켄드리스 모랄레스도 시애틀 매리너스의 QO를 거절한 뒤 드래프트 지명권 손실 패널티가 사라지는 6월이 돼서야 미네소타 트윈스와 1,200만 달러 단년 계약을 맺고 시즌에 합류했다. 댈러스 카이클은 2018시즌 종료 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1,790만 달러 QO를 거절했고 4년 8,200만 달러 수준 계약이 전망됐지만 FA 미아가 돼 2019년 6월에야 1년 1,300만 달러 계약으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합류했다.

올겨울 FA 시장은 오타니라는 역대급 최대어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흉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구단들은 돈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쓰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름값'만 보고 달려드는 구단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보라스가 남은 선수들 중 가장 우선적으로 계약하고 싶어하는 스넬은 지난해 사이영상을 수상했지만 시장과 선수의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과연 아직도 '무소속' 신분인 많은 보라스의 고객들이 남은 오프시즌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주목된다.(자료사진=스캇 보라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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