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해연’ 이낙연이 달라졌다?…“화법 아니라 처지 바뀐 것”

고한솔 기자 2024. 1. 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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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 고한솔의 여의도 고프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출범식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이 달라졌다.”

최근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비슷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5선(16·17·18·19·21대) 국회의원, 전남지사, 국무총리, 여당 당대표에 당내 2위 대선주자까지 지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다소 ‘근엄한 리더’에 가까웠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런 그가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가칭) 창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한껏 자세를 낮추고 있다는 겁니다.

거대양당과 진보정당을 제외한 제3지대에서 세력화를 도모하는 이들은 △민주당 탈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미래대연합(가칭) △금태섭 전 의원과 정의당 탈당파의 새로운선택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까지 크게 다섯 곳입니다. 이 전 총리는 그 가운데서도 거대 양당의 전직 대표로서 가장 거리감 느껴지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연대에 관해 유독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기호3번 ‘빅텐트’ 아래 모아야 제3지대에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이준석 대표는 가장 지지율이 높은 최대 주주입니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유선 3%, 무선 ARS 97%.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지지할 정당’은 민주당(42.2%), 국민의힘(36.3%), 이준석 신당(7.8%), 이낙연 신당(3.5%), 정의당(1.9%)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때문일까요. 이 전 총리는 이 대표와의 연대에 관해 “(과거) 디제이피(DJP·김대중-김종필) 연합보다는 훨씬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이다(11일 탈당 기자회견)” “세대 통합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12일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72살인 그는 39살인 이 대표의 ‘충고’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입니다. 관련 인터뷰의 한 대목입니다.

◎ 진행자 > (이준석 대표가) 우리 총리님을 향해서 두 가지를 이야기를 했어요. 하나는 엄숙주의를 걷어내야 한다. 이건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 이낙연 > 좋은 충고죠. 저도 걷어내고 싶어요. 잘 안 떨어져서 그렇지.

◎ 진행자 > 이게 조화를 이루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러면 약간의 엇박자라든지 이런 걸 낼 수도 있다는 뜻이 여기에는 깔려 있는 거 아닌가요?

◎ 이낙연 > 그렇지는 않고요. 저는 젊은 분들의 그런 충고를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1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총리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입니다. 이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 불출마 뜻을 밝혔는데, 이 대표는 “뒤에서 후배들을 양성하시겠다는 그런 마음에서 벗어나서 선봉장이 돼어 달라”(18일 에스비에스 인터뷰)” “저라면 계양(을)에 간다”(19일 연합뉴스티브이 인터뷰)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진정 연합을 원한다면 선거에 나가 한 석이라도 확보하려는 자세를 가져달라는 겁니다.

다른 제3지대 신당 또한, 합당의 결과가 ‘이낙연당’으로 정리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이때문에 이 전 총리도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한 발 물러나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새로운미래 창당발기인대회 준비 과정에서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주변의 요구도 한사코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낙연 신당’이잖나. 지지자들은 당연히 이 전 총리가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주기를 원하는데, 총선 승리를 위해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겠다고 자처한 거다. (새로운미래 관계자)”

정치권의 또다른 관계자도 지난해 이 전 총리를 만난 뒤 “많이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당을 만들면 나와도 함께 해줄 수 있겠느냐’고 극도로 겸손하게 말씀하셨다. 옛날 같으면 머리 꼭대기에서 얘기했을 것 같은데 본인은 총선 다음날인 4월11일 정계 은퇴해도 된다고, 아무 욕심도 없다고 말씀하시더라”는 겁니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 1년여 미국 방문연수를 마치고 지난해 6월 귀국했더니 후원회장을 맡아달라던 국회의원들이 사퇴를 요구하는 등 ‘곁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더라’는 회한, ‘궁즉통(궁하면 통한다)’의 태도가 요구되는 절박한 상황이 때문이라는 등 갖가지 관측이 정가를 떠돕니다.

다만, 스타일이 달라졌다기 보다는 서 있는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가장 유력한 것 같습니다. 이 전 총리를 잘 아는 과거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라는 큰 그늘 밑에서 살던 때와는 다르다. 화법이 아니라 처지가 달라진 거다. 분당한다는 게 광야에 발 벗고 혼자 서 있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작은 텐트 하나 친 건데 대궐같은 집에서 살던 때와 어떻게 같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이 전 총리는 대선 불출마 여부에는 맞다, 아니다 즉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1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2027년) 대선에 출마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 이낙연 > 대선은 3년이 남았고요. 대한민국은 하루가 급합니다. 하루하루가 급한 대한민국 위기상황을 놔두고 3년 남은 대선을 생각하는 건 오만한 일입니다.

제3지대 세력의 성패는 빅텐트의 크기와 현역 의원의 추가 합류 여부에 따라 엇갈릴 것입니다. 정치권의 시선은 이낙연 전 총리와 이준석 대표가 한 텐트 아래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여부에 모이고 있습니다. 이 전 총리의 손짓은 과연 응답을 받을 수 있을까요?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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