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0.1mm 골 취소…영혼 불태운 타지키스탄, 추가 시간 16분 기적 16강→'중국의 좌절'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무려 후반 추가시간 16분이 주어졌지만, 타지키스탄은 계속 뛰었다. 승리를 지키겠다는 일념이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기적으로 이어졌다.
중앙아시아의 복병 타지키스탄이 2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중국과 첫 경기를 0-0으로 비기고 개최국 카타르와 2차전을 0-1로 아깝게 패했던 타지키스탄은 레바논전에 무조건 이기고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레바논 역시 중국과 2차전을 0-0으로 비겨 승점 1점을 가진 상태에서 타지키스탄을 이긴다면 카타르-중국전 결과에 따라 16강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양팀의 경기는 축구의 순수성이 그라운드에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전반 추가시간에 루스탐 소이로프(로코모티프 타슈켄트)가 찔러준 패스를 마맛쇼프 셔보니(이스티퀴올 두샨베)가 수비수를 제치고 페널티지역 안에서 멋있게 골을 넣었지만, 반자동 오프사이드(SAOT)가 울렸다. 0.1mm 차이에 불과했다.
1-0이 0-0으로 바뀐 순간 같은 시각 중국 역시 카타르에 같은 점수로 전반을 마쳤다. 결과 그대로면 무려 3무승부, 승점 3점 2위로 중국의 16강행이 결정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의 연출이었다.
그러나 후반 양팀은 치열하게 치고받았다. 레바논이 선제골을 넣으며 불을 붙였다. 패널티지역 왼쪽 밖에서 바셀 지라디(방콕 유나이티드)가 오른발로 감아 슈팅한 것이 그대로 골대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이번 대회 최고의 골 중 하나라고 해도 손색없을 환상적인 궤적이었다.
하지만, 레바논은 침대 축구의 조짐을 보였다. 골키퍼가 골킥을 하기 전 시간을 끌었고 주심은 구두 경고를 선사했다. 이후 변수가 발생했다. 11분 볼 경합 과정에서 수비의 한 축인 카셈 엘 제인이 알리셔 잘릴로프의 정강이를 가격했다. 비디오 판독(VAR)에서 퇴장이 선언됐다.
수적 열세가 된 레바논은 선수 교체로 버티기에 돌입했고 타지키스탄은 계속 공격했다. 26분 잘릴로프가 골망을 갈랐지만, VAR에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몸통이 수비수보다 조금 더 나온 것이 문제였다. 관중석에서는 타지키스탄 팬들의 탄식과 레바논 팬들의 환호가 동시에 섞여 나왔다.
이겨야 했던 타지키스탄은 대거 공격수를 투입했고 35분 결실을 봤다. 파르비즈존 우마르바예프가 기막힌 왼발 프리킥을 그대로 골로 연결했다. 모두가 환호했고 일순간 중국이 카타르에 한 골을 내줬음에도 승점 2점 3위로 올라서는 어부지리를 얻었다.
넘어지고 쓰러지기를 반복한 양팀이다. 다리 근육 경련이 일어나 더 뛰지 못해 스스로 터치라인을 기어 나가 치료받는 장면도 보였다. 그래도 싸웠고 타지키스탄이 일을 냈다. 추가시간 16분 중 1분째에 오른쪽 측면에서 에쇼니 파샨베가 올린 크로스를 누리딘 캄로쿨로프가 머리로 방향을 바꿔 결승골을 터뜨렸다. 모두가 뛰어나와 엉겨 붙었다. 레바논의 시간 지연 전략이 결과적으로 실패였음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극적인 골이 터졌지만, 추가시간이 너무 길었다. 타지키스탄은 막기 바빴고 레바논은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효율적인 역습을 펼쳤지만, 힘이 빠졌다. 골키퍼의 선방까지 겹쳤다. 오죽 급했으면 레바논 골키퍼가 중앙선을 넘어 먼 거리에서 슈팅하는 모습까지 나올 정도로 난장이었다.
단순한 축구를 주고받은 양팀의 경기가 끝난 뒤 타지키스탄은 두 손을 들고 하늘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전 대회에서 16강에 올랐던 레바논은 좌절을 맛봤다. 동시에 중국도 승점 2점으로 6개 팀 3위 중 성적이 좋은 4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노리는 신세가 됐다. 현실적으로 2점으로 16강에 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영혼을 앞세워 뛴 타지키스탄의 의지가 중국에는 절망이 됐다. 심지어 카타르는 2승을 거둔 뒤 주전을 대거 빼고 나선 1.5군급 구성이었다.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조별리그 탈락의 운명이 엄습한 중국이다. 타지키스탄처럼 뛰었다면 적어도 승점 3점 한 경기는 만들 수도 있었을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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