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개국 선거 ‘포퓰리즘 공습’ … 지구촌 ‘폴리코노미 혼돈’ 속으로[Global Economy]
3월 러시아·우크라 대선 이어
6월 EU의회… 11월엔 美대선
선심성 공약 따른 돈풀기 우려
경제·무역정책 등 변화 예고도
美, 올 4조달러 국채발행 계획
유로존, 발행규모 18% 늘릴듯
금리 인상·인플레 등 ‘빨간불’
FT “부채 비율 역대최대 전망”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한국을 비롯해 올해는 세계 곳곳에서 대선과 총선 등 굵직한 각종 선거가 잇따라 열리는 ‘슈퍼 선거의 해’다. 전 세계 76개국에서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0억 명 이상이 투표소로 향할 것(영국 이코노미스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세계 선거의 화두로는 자유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는 점과 함께 ‘폴리코노미’(policonomy)가 꼽힌다.
폴리코노미는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정치가 경제를 좌우하는 현상을 뜻한다. 선거를 앞두고 각종 선심성 공약 남발에 따른 ‘국채 찍어내기’와 선거 결과에 따른 각국의 경제·무역정책 변화가 글로벌 경제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선거용 돈풀기’에 각국 부채 급증 우려=외신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열린 대만 총통선거에 이어 3월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4월 한국 총선, 6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 9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이 잇따라 치러진다. 이처럼 올해 선거를 앞둔 주요국이 선심성 공약 이행을 위해 국채 발행을 남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과도한 국채 발행으로 각국의 재정적자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달으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인용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를 제외하면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정부의 부채비율은 2020년 평균 99.7%에서 2021년 95.5%, 2022년 92.1%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반등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미 재무부는 4조 달러(약 5331조 원) 규모의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3조 달러를 찍어낸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전년 대비 18% 증가한 6400억 유로의 순발행량이 예측된다. 시장에선 주요국의 이 같은 행보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른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정부, 기업, 개인 등 각 경제 주체의 이자 부담이 늘어 투자와 소비 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 자산운용사 야누스헨더슨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 짐 지엘린스키는 각국의 채권 발행 증가를 두고 “향후 6∼12개월 사이 국제 금융시장의 심각한 우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빨간 불이 켜진 신흥국의 부채 규모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신흥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규모는 지난해 사상 최고인 68.2%를 찍었다. IIF는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파키스탄 등 신흥국의 선거 및 지정학적 마찰로 정부부채 및 재정준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향후 선거 결과 포퓰리즘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정부지출 급증으로 이자 지급 부담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 최대 불확실성, 美 대선=올해 선거 중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11월 5일에 열리는 미국 대선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대선이 4년간 세계 경제의 향방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고율 관세 등 보호무역주의로 세계 각국과 마찰을 빚었다. 그가 재집권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경제정책 대부분이 백지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후 1기 시절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할 경우 외국산 제품에 매기는 관세를 10%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급격한 관세 인상은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미 흑자 규모가 큰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가 현실화되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과 풍력발전 시설, 태양광 패널 등을 지은 국내 주요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대만 선거 결과도 세계 경제 리스크…러·우크라 대선도 촉각=대만에서 지난 13일 치러진 선거에서 ‘친미·독립’을 추구하는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의 총통 당선에 따른 양안(대만·중국) 간, 미국·중국 간 갈등 고조 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액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커 세계 GDP의 10%에 해당하는 1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3월 치러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선 결과도 세계 경제 리스크 중 하나다. 러시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이 유력하지만, 우크라이나 대선은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선거의 핵심 변수도 미국 대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親)러시아 성향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끊기거나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러시아와 유럽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재발할 수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진정 국면에 들어선 유럽 물가가 재차 들썩일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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