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피해 공제 혜택 누린 2억~5억 고소득자, 사실상 ‘감세’

최하얀 기자 2024. 1. 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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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2~5억 근로소득자 실효세율 하락 왜?</span>
5억·10억 초과 구간과 달리 ‘핀셋’ 없고
소득공제 제도 ‘역진성’ 혜택 누려
게티이미지뱅크

고소득자의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2015년(소득 귀속연도 기준)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다 2018년부터 정체 상태를 보였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2014년 고소득자들이 주로 많이 받던 의료비·교육비 등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전환한 데 따른 결과다. 이후 큰 틀의 소득세제 변화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 때 최고 소득 구간을 하나 더 만들고 최고세율도 인상한 ‘핀셋 부자 증세’가 사실상 유일하다. 10년가량 흐른 현시점에서 소득세제를 다시 들여다볼 때가 된 셈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실효세율을 높이고, 고소득자를 상대로 한 소득공제 제도 손질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핀셋 증세로 초고소득자는 세 부담 증가 지속

총급여 10억원 초과 근로소득자의 실효세율은 다른 소득 구간에 견줘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졌다. 2014년 평균 33.7%에서 2018년 평균 36.5%로 상승한 뒤 2022년에는 평균 39.2%다. 이는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 이루어진 ‘핀셋 증세’ 영향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부자 증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강화’를 내걸고 2018년 귀속소득부터 최고 명목세율(당시 과표 5억원 초과자)을 40%에서 42%로 올린 데 이어 2021년 귀속소득부터는 과세표준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5%의 세율을 적용했다. 명목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소득은 비과세소득과 각종 소득공제를 뺀 소득이다.

2020~2022년 실효세율 하락 소득 구간(2억원 초과~5억원 이하·총급여 기준)을 뺀 나머지 소득 구간은 2013~2014년 소득세제 개편 효과로 꾸준히 상승하다 2018년 전후로 상승폭을 줄여갔다. 추가적인 소득세제 개편이 없었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럼에도 소폭이지만 상승한 건 물가 상승과 급여 증가에 따라 명목소득이 전반적으로 늘어서다. 세제 개편 없는 증세인 셈인데 이를 전문가들은 통상 ‘인플레이션 증세’ ‘자연 증세’라고 표현한다.

핀셋 증세 피해 간 고소득자 세 부담 하락…고소득자 유리한 공제제도 개편 필요

이런 점에서 2억원 초과~5억원 이하 총급여 구간의 최근 2년간 실효세율 하락은 이례적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 초고소득자를 겨냥한 명목세율 조정을 이 구간에 속하는 근로소득자 상당수가 피해 간데다 소비 패턴에도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의 규모와 그 내역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실효세율에 영향을 주는 소득공제 규모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통상 소득공제는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커지는 역진성을 갖고 있다.

실제 2억원 초과~3억원 이하 구간의 1인당 소득공제액은 2020년 2008만원에서 2222만원으로,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구간에서도 같은 기간 2450만원에서 2695만원으로 올랐다. 특히 신용·체크카드 사용액에 대해 적용하는 소득공제의 경우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소득 구간의 공제액은 2020년 1인당 274만원에서 322만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중·저소득 구간은 같은 기간 외려 감소(5천만원 이하)하거나 큰 차이가 없었다. 중·저소득자들은 소비 여력이 적어 공제도 적게 받았다는 얘기다. 나아가 보험료와 기부금·주택임차차입금 지출 등으로 구성되는 특별공제도 해당 소득 구간에서 급증했다. 2020년 1570만원에서 2022년 1720만원으로 9.8% 상승했다.

같은 맥락에서 초고소득자(총급여 5억원 초과)도 공제액은 크게 늘었다. 한 예로 총급여 10억원 초과자의 1인당 소득공제액은 2020년 6151만원에서 2022년 6962만원으로 13.2% 증가했다. 다만 이들은 핀셋 증세(명목세율 상향 등) 영향으로 실효세율이 하락하지는 않았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공제나 감면 제도로 인한 역진적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공평 과세의 한 축인 수직적 공평성이 저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누진세율 체계를 통해 얻으려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소득공제로 인해 제약됐단 뜻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양극화를 줄이고 복지 지출을 늘리려면 근로소득자 실효세율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 첫 단추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소득공제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안태호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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