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라미란, '믿고 보는 배우'에게도 고민이 있다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믿고 보는 배우’ 라미란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자신이 소화하며 배우 일을 오래도록 하는 것. 라미란이 바라는 건 이것뿐이다.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으로, 라미란은 극 중 덕희를 연기했다.
이번 작품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고 직접 총책을 잡는데 큰 역할을 했던 김성자 씨의 실화를 모티브를 한 작품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에 라미란도 처음 ‘시민덕희’에 흥미를 가졌다고. 라미란은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정말 대단하더라”라고 말했다.
총책 잡기가 쉽지 않을 거란 말에도 덕희는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 재민의 구조 요청을 흘려듣지 않고 직접 중국으로 가 보이스피싱 일당들의 본거지를 찾아내고 총책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덕희는 피해를 입고 망연자실하기보다는 직접 행동으로 나서는 강단이 있는 인물이다. 덕희의 강단에 라미란도 마음이 이끌렸단다. 라미란은 “덕희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었다. 실화가 가진 힘 때문에 더 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스스로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라미란 조차도 존경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극 중 덕희의 모든 걸음들은 보통의 사람이라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부분이다. 라미란은 “덕희를 만나고 나서 내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덕희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나는 비겁한 사람이더라. 저 같으면 제보를 받아도 경찰에 넘기고 그들이 해결해주길 바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덕희의 강단을 표현하기 위해 라미란은 자신의 여러 모습 중 강인한 면모를 부각했다. 라미란은 “여러 인물들을 연기하지만 사실은 고만고만해 보이는 이유가 제 껍데기를 통해서 나오는 표현하기 때문이다. 라미란이라는 인물을 배제할 수는 없다. 어느 지점에서든 캐릭터에 제가 묻어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덕희는 제 안에 있는 여러 가지 감성 중에 강인함을 끄집어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덕희를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고. 이에 대해 라미란은 “당시 김성자 씨가 엄청 마르셨다고 하더라. 외형적인 것을 맞출 필요는 없지만 덕희가 이렇게 풍족해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데 안되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그러면서 라미란은 “사실 영화를 보실 때 제 모습이 방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라고 덧붙였다.
덕희를 포함해 봉림(염혜란), 숙자(장윤주), 예림(안은진), 일명 ‘덕벤져스’의 ‘케미’는 ‘시민덕희’를 이끌어가는 큰 힘 중에 하나다. 라미란은 ‘덕벤져스’의 ‘케미’ 비결로 ‘밥’을 꼽았다. 그는 “밥을 같이 먹음으로 인해서 나오는 ‘케미’”라면서 “현장에서 데면데면한 상태에서 만나서 아무리 불꽃 연기를 해도 그 ‘케미’가 안 나온다. 서로 마음을 교류할 만한 믿음이 있는 친구 사이인데 그런 건 연기를 한다고 나오는 건 아니다”라면서 “저는 살이 찌고 ‘케미’는 좋아졌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재민과의 통화 장면이 가장 촬영하기 힘들었다고. 라미란은 “촬영할 때 실제로 통화할 수 없어서 서로의 연기를 상상하면서 해야 했다. 실제로 보면서 연기를 주고받는 것과 전화로 하는 건 다르다”면서 “그래서 명이랑 촬영하는 시간이 길지가 않아서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개봉을 앞둔 지금, 라미란은 ‘시민덕희’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라미란은 “화나는 작품들 많이들 보셨을 테니까, 극장을 나설 때 기분이 좋아지는 우리 영화를 찾아봐주셨으면 좋겠다. 취업사기 같은 젊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는 부분도 있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매 작품마다 라미란 만이 할 수 있는 연기로 어느새 우리들에게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라미란이지만 여전히 그는 촬영장 갈 때마다 긴장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정도로 한 번도 현장이 만만했던 적이 없었다고.
오랜 연기 경험으로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을 법도 한데, 라미란은 여전히 “자신감이 붙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라미란은 “경력이 쌓일수록 노하우가 생겨서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할 수 있는 게 줄어드는 것 같다. 제 밑천이 떨어지는 느낌이다”라고 고민을 전했다.
라미란은 스스로를 “지금까지는 안일하게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이리저리 갖다 쓴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역할도 소화할 수 있게 준비된 상태이고 싶다며 새해 계획으로 다이어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체중 감량으로 지금과 다른 외양을 만들면, 다른 역할이 들어왔을 때 주저 없이 할 수 있지 않겠나라는 생각에서다.
라미란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좋은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참여할 의사가 있단다. 라미란은 “제가 언제부터 주인공을 했다고 그런 게 어딨냐. 자연스럽게 좋은 시절을 만난 거다. 한동안 잘 놀았으면 됐다. 제가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에 쓰인다면 그걸로도 좋다”고 했다.
이어 라미란은 “단역이어도 참여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한다. 김혜자 선생님처럼 그 나이대에서 할 수 있는 좋은 역할을 제가 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쇼박스]
시민덕희 라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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