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염혜란, 용기가 필요한 순간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염혜란이 '시민덕희'에 용기의 메시지를 담았다. 누군가의 위로와 힘이 되길 바라며 띄우는 염혜란의 편지다.
24일 개봉을 앞둔 '시민덕희'(연출 박영주·제작 씨제스스튜디오)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염혜란은 개봉 소감에 대해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좀 밀렸는데 지난주에 시사회에서 다들 예전에 찍은 작품 같지 않다고 하더라"며 "중국 현지 촬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티가 하나도 안 났다. 군산, 전주 등에서 비슷한 곳을 찾아 찍었다. 미술팀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드디어 선보일 수 있게 돼서 떨리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 속 염혜란이 맡은 인물은 덕희의 조력자 봉림이다. 연변 사투리를 쓰는 봉림은 중국어에도 능통하다. 보이스피싱 총책을 찾아 칭다오에 간 '덕벤져스'의 통역을 담당한다.
봉림에 대해 염혜란은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전사는 덕희와 관계였다. 어려웠을 때 도와준 친구에 대한 전사가 컸다. 감독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많이 보던 연변 출신 여인과 다른 모습으로 접근해 보려고 했다"며 "본인을 사랑하고, 연애에 대한 욕구가 있는 모습이었다. 지금까진 기본적인 생존에 대한 것과 억척스러운 모습이 많지 않았냐. 이번엔 조금 더 사랑스럽게 그려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덕벤져스'의 통역을 담당하는 만큼, 능숙한 중국어 대사는 필수였다. 이에 대해 염혜란은 "큰일 났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한국 출신이 중국말을 배워서 하는 거랑 다른 느낌이라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하나씩 다 짚어서 성조를 다 표시했다. 통으로 외우는 과정을 하다 보니까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더라"고 털어놨다.
동시에 연변 사투리를 연습해야 했다. 염혜란은 "우습게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어떤 것을 흉내 내거나 따라 하는 것보다 선생님이 제일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서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며 "저는 연습 없이 하는 배우가 못돼서 필요한 애드리브도 다 준비해 갔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현장에선 또 다른 게 필요하다 보니 '선생님'을 제일 많이 외쳤던 것 같다. 그땐 사실 여유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봉림은 중국어에 능숙한 모습도 멋지지만, 무엇보다 '덕벤져스'와 함께 있을 때 빛을 발하는 인물이다. 염혜란은 "그게 라미란이 가진 장점 같다. 특출한 능력이 있어 보이진 않아도, 우리 옆에 있을 것 같고, 내 친구 같은 배우인데 그 친구들과 함께 좌충우돌 우당탕하는 모습들이 재밌다"며 "여자들이 뭉쳐서 내 일처럼 생각하면서 떠나는 모습이 재밌겠다는 생각에 작품을 선택한 것도 있다. 그런 합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염혜란은 "현장에서 음향 감독님이 고생하셨을 거다. 오디오가 비질 않았다. 차 안에서 대기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차에 다들 상주하고 있었다"며 "라미란이 노래를 부르면, 안은진이 흥얼거리고, 끊임없이 노래가 나오고, 화음이 맞춰지면, 장윤주는 지쳐가고 저는 듣고 있는 식이었다. 대기시간이 내내 유쾌하고 행복했던 작품이다. 영화를 찍고 나서도 그 모임이 계속되니까 오래 간 거다. 개봉이 늦어져서 다행인 것 같다. 덕분에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염혜란은 "라미란은 따라갈 수 없는 배우다. 너무 훌륭한 배우다. 저에겐 '라미란'이라는 배우가 상징이 됐다. 언니랑도 우스갯소리로 '우린 시대를 잘 타고나서 이렇게 큰 롤을 맡는다'고 농담한다. 그런 시대를 만나서 여성성이 확장되는 대표 주자 아니냐"며 "처음부터 주연도 아니었고, 차근차근 밟아서 올라간 총체적인 발자취가 상징성이 됐다고 본다. 저에게 '제2의 라미란'이라는 타이틀이 생긴 게 너무 좋다. 이번에도 언니가 팀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덕목도 그렇고 참 품이 넓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적으로도 너무 훌륭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시민덕희'는 단순히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으러 가는 피해자 시민의 이야기에 더해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어가는 성장 서사를 넣었다.
이에 대해 염혜란은 "보이스피싱이 워낙 정교하고, 만연하다 보니 자칫하면 소재로 끝날 수 있는데 그래도 감독님이 진지하게 다루려고 노력하셨다"며 "재민의 설정 자체도 가해자가 피해자가 돼서 함께 연대한다는 이야기가 신기했다. 단순히 가해자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재민도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 구조 자체가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쩌면 많이 보던 얘기일 수도 있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뜨끈해지더라. 주변 이웃들이 용기가 필요한 지점에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주변 누군가 솔직하게 얘기할 때 도와줄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때론 상황이 아니라 운이 따라줘서 해결할 때도 있을 거다. 그런 것들이 보통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짠해지더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염혜란은 "여전히 보이스피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테고, 그때 실제 사건 당사자분도 영화를 보시고 후련한 건 아니지만 위로를 받았다고 하시더라"며 "자신의 얘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해주셔서 그것이 영화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모른 척하지 않고, 계속 다뤄주고, 뭔가 해드릴 건 없지만 그런 위안은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염혜란은 "이 작품을 선택한 큰 이유 중 하나는 '라미란'이라는 배우가 이 연기를 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알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면서 보셨으면 좋겠다"며 "누구나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지 않냐. 어떤 선택을 할 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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