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최초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클래식에서 다양성, 새로움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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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 베토벤 녹음을 일종의 '선언문'으로 생각했겠지만, 내겐 그저 작곡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기록이었을 뿐이에요." 지난 14일 국립심포니와 협연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스튜어트 굿이어(46)는 아프리카계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을 녹음한 연주자다.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빈의 작곡가 베토벤이 나와 같은 아프리카계 캐나다인 피아니스트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하니, 경계를 넘어서는 음악의 보편성을 더욱 확신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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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문 아닌 존경과 애정의 기록”
지난해 내한 흑인 연주자 3팀 불과
“사람들은 내 베토벤 녹음을 일종의 ‘선언문’으로 생각했겠지만, 내겐 그저 작곡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기록이었을 뿐이에요.” 지난 14일 국립심포니와 협연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스튜어트 굿이어(46)는 아프리카계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을 녹음한 연주자다.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빈의 작곡가 베토벤이 나와 같은 아프리카계 캐나다인 피아니스트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하니, 경계를 넘어서는 음악의 보편성을 더욱 확신하게 된다”고 했다.
베토벤에겐 실제로 조지 브리지타워(1778~1860)란 절친한 아프리카계 음악가 친구가 있었다. 베토벤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브리지타워에게 고난도 테크닉이 요구되는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헌정할 계획이었다. 1803년 빈에서 이 곡을 초연했는데, 베토벤의 피아노와 브리지타워의 바이올린 협연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갔고 1805년 출판된 이 곡 악보엔 브리지타워가 아닌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루돌프 크로이처(1766~1831)의 이름이 들어갔다. 정작 크로이처는 이 곡을 한 번도 연주하지 않았다.
지난해 내한한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28)는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주하며 “이 곡을 ‘브리지타워 소나타’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가 재일동포 3세 한국인,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구스비는 2021년 데카 레이블에서 발표한 앨범에 ‘뿌리(Roots)’란 제목을 붙여, 아시아, 아프리카계 작곡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흑인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스튜어트 굿이어는 이번 내한에서 국립심포니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협연했다. 흑인 정서가 담긴 재즈풍 작품이다. 그는 “거슈윈의 작품은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에 대한 존경(homage)을 불러일으킨다”며 “1924년의 뉴욕의 광경과 소리는 거슈윈의 조화롭고 서정적인 언어로 아름답고 설득력 있게 묘사됐다. 작품에 녹아든 젊은 열정, 낙천주의, 에너지가 시대를 초월하게 한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백인이 지배했던 클래식 음악계에서 아프리카계 클래식 음악가로서 활동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여정이에요.” 굿이어는 “점차 아프리카계 음악가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전달할 기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기쁘다”며 “클래식 음악계의 다양성이 더는 새로운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클래식 공연 7300여건 가운데 아프리카계 연주자의 공연은 단 3건에 그쳤다. 랜들 구스비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색소폰 연주자 스티븐 뱅크스(31), 영국의 음악 가족 카네 메이슨 남매 정도다. 작곡을 겸하는 연주자 스티븐 뱅크스는 흑인 클래식 작곡가들에 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뿌리 찾기’에 열성적이다. 지난해 11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 초청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7남매 모두 악기를 연주하는 ‘카네 메이슨 가족’은 2015년 영국 방송 경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해 유명해졌다. 맏이인 피아니스트 이사타-카네 메이슨(28)은 영국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다. 셋째인 첼리스트 세쿠-카네 메이슨(25)는 2018년 해리 왕자와 메건의 결혼식에서 연주해 주목받았다. 세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흑인과 라틴계 젊은층 가운데 클래식 악기를 배우는 인구가 늘어나는 ‘세쿠 효과(Sheku Effect)’란 말도 생겼다. 이들은 지난달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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