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軍 미사일 개발 시작점?···국산 1호 로켓 ‘황룡’을 아십니까[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실전 배치는 못해 ‘비운의 무기’로 불려
美 ‘MGR-1 어네스트 존’을 모델 삼아
사거리 55㎞ 北 122mm 방사포 겨냥
지난 2021년 5월부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옥외전시장에는 ‘국산 무기 1세대’ 시제품 및 목업(Mockup·모형물) 등을 전시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방산 분야별 국산 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가볼 만한 전시장이다. 그 가운데서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여명기에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미사일·자주포·다연장로켓의 원조 격인 ‘홍능-1호’(일명 ‘황룡’)은 가장 눈에 띈다. 물론 ‘XK9 자주포 선행시제품’, ‘130㎜ 구룡 시제품’ 등 ‘자주국방 원조무기들’도 한자리에 전시돼 있다.
우리 군의 유도탄 개발은 박정희 대통령이 1960년대 후반부터 증가한 북한의 대남 도발(1·21사태· 울진 및 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 등)과 1970년대 초반에 벌어진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주국방(自主國防)을 위한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면서 시작했다.
대외적으로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닉슨이 1968년 11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이듬해 7월 25일에 ‘닉슨 독트린’이 발표되면서 불을 지폈다. 닉슨 행정부는 당시 한국에 주둔 중인 미 2·7사단에 대한 철수를 계획했다. 실제 1971년 3월 미 7사단은 모두 철수했다. 1972년에는 닉슨의 방중(訪中), 1973년에는 미군의 베트남 철수 등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닉슨 독트린 이후 1970년 8월 6일 국방부 산하에 국방과학연구소(ADD·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우리 군은 무기 국산화 및 무기 개발에 본격 나섰다. 당시 보안을 유지하고자 ADD는 ‘홍능기계공업회사’라는 위장 명칭을 사용했다. 대외적으로도 농업용 기계를 만드는 곳으로 알려졌다. 국산 1호 로켓이 일명 ‘황룡’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것은 이 같은 연장선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1971년 11월 10일 박정희 태통령은 ADD에 ‘제1차 번개사업’을 지시했다. 20개 예비군 사단을 무장시킬 60mm 박격포 등 기본 병기와 로켓 등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ADD 창설 멤버들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어야 할’ 만큼 기간이 촉박하다고 해서 이 사업의 별칭을 ‘번개사업’으로 정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개발한 무유도 로켓으로 우리 군 최초의 국산 로켓은 홍능-1호다. 이른바 ‘황룡’으로 불렸다. 북한의 화력체계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됐다. 함께 개발 중이었던 대한민국 최초 단거리 지대지탄도탄 백곰 미사일의 1단 추진체를 활용해 제작됐다. 1978년 백곰 미사일과 함께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당시 유도무기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1980년 9월 개발이 중단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황룡은 1978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로켓이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점은 황룡이 속한 로켓과 미사일은 큰 차이가 있다. 유도기능의 유무로 갈린다. 로켓은 기본적으로 ‘무유도’ 체계다. 즉 유도 장치가 없어서 로켓은 일단 발사되면 속도·고도를 통제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미사일은 항법장치가 장착되는데 다수의 미사일이 관성항법장치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위성항법장치도 많이 활용한다. 이를 기반으로 추진체의 속도와 고도를 조절해 목표물 타격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요즘은 유도기능을 갖춘 로켓이 등장하면서 미사일과 로켓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다. 따라서 군사적 용도로 미사일 보다 광범위한 개념으로 로켓을 사용하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실전에 배치 되지는 못했지만 황룡이 우리 군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대목은 국산 미사일 역사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이다. 1977년 개발에 착수한 황룡은 1년 여의 개발을 거쳐 이듬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그해 10월 1일 국군의 날 거행된 국군 퍼레이드에서 함께 개발된 국내 최초 탄도미사일 ‘백곰’과 함께 전 국민에게 공개된 바 있다. 백곰 미사일 ‘NHK-1’은 우리 군 첫 국산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다. 지속적인 개발과 발전을 거듭하며 현재 육군의 주력 탄도미사일 ‘현무’로 이어지며 대한민국 대표 무기체계 중에 하나로 꼽힌다.
여기서 잠깐, 황룡의 운명을 거론하면서 왜 비운의 무기체계라고 평가될까. 우리 군의 황룡 개발은 자주국방의 기술력 검증이라는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했지만 실전 배치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황룡을 ‘비운의 무기’라고 일컫는다. 이는 당시의 무기체계 흐름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1970년대 말부터 무기체계의 개발 방향이 유도무기 쪽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우리 군 역시 유도미사일이 훨씬 요긴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무유도 로켓의 개발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황룡은 개발이 중단됐고 역사의 뒷길로 사라지게 됐다.
황룡은 개발 과정에서 미국의 ‘MGR-1’ 어네스트 존(Honest John) 로켓을 모델로 삼았다. 길이 6.4m, 지름 56㎝인 로켓과 가로 2.4m, 세로 9.4m, 높이 4.2m인 발사대로 구성돼 있다. 최대 사거리는 55㎞로 북한의 122mm 방사포를 겨냥한 무기체계다.
‘MGR-1’ 어네스트 존은 핵 공격이 가능하게 설계된 미국 최초의 지대지 로켓이다. 이를 모델로 삼았다면 황룡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럴 수 있다’. 전쟁기념관에 따르면 황룡 탄두 자체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형태다. 하지만 어네스트 존이 핵탄두 탑재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더라도 실제로는 고폭탄과 집속탄 위주로 운영됐다. 핵탄부 탑재가 가능하다는 것은 단순한 추정이라는 게 전쟁기념관의 설명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군 수뇌부가 황룡 개발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시대적 상황과 맞닿는다. 1968년 1월 21일에는 김신조는 물론 무장 공비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1·21사태가 발생했다. 다음 해에는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피랍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다.
게다가 미국은 ‘닉슨독트린’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북한은 소련제 ‘FROG-5’란 미사일을 도입해 전쟁 위협을 가중시켰다. 프로그 미사일은 소련의 지대지 미사일로 핵과 재래식 탄두를 겸용할 수 있는 차량 탑재형 무유도 로켓이다. 북한은 1950년대 중반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우리 군은 1970년 ADD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무기체계 구축에 나섰고 그 결과물이 바로 ‘황룡’이다.
미사일·로켓은 기술적 진입장벽이 아주 높은 무기체계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추진체가 중요한데 개발 경험이 전무한 우리 군은 시험 중 오발로 시험장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같은 어려움과 난관을 뚫고 개발된 황룡은 공개 직전까지 철저한 대외비였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ADD 역시 대외비였기 때문에 명칭도 연구원이 위치한 서울 동대문구 수목원의 이름을 따 ‘홍능기계공업회사’라고 불렀다. 트랙터를 만드는 회사로 위장한 채 로켓을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황룡의 시험발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을 비롯해 중국, 일본, 미국 등 주변국 모두가 놀라는 상황이 일어났다. 당시 대한뉴스는 ‘유도탄 개발에 성공-자주국방에 새기원’이란 제목으로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대한뉴스가 황룡을 ‘유도탄’이라고 지칭한 점이다. 유도기능이 없는데 왜 이렇게 보도했을까. 군사전문가들은 황룡에도 유도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에서는 주변 국가에 우리가 유도탄을 가지고 있다는 경고를 보내기 위해 약간의 과장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내외 상황이 어찌됐든 1980년 9월 황룡은 개발이 중단됐다. 그나마 대한민국 방산의 우수성을 알리는 시작점이자, 이후 각종 무기체계 개발의 마중물이 됐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이처럼 황룡이 우리 국방기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점을 인정해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하기도 했다. 비운의 국산 1호 로켓 황룡의 실물을 보려면 전쟁기념관 옥외전시장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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