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사태 확산에"…금감원, 은행 경영진 책임 물을까
내부통제 관리 부실 근거로 경영진 책임 물을 가능성
지배구조법 개정했으나 올해 말 시행돼 ELS 사태 적용 어려워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손실이 확대되는 가운데, 향후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에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가 대규모로 발견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은행 직원의 불완전판매(자본시장법 위반)보다는 판매 프로세스 미흡 등 회사의 경영 계획상의 문제를 근거로 내부통제 부실(금융사 지배구조법 위반)을 적용해 경영진을 제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현행 지배구조법상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이 명시되지 않은 점은 한계로 꼽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들어 은행들이 판매만 홍콩 ELS 손실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개 시중은행의 홍콩 ELS 만기 손실률은 50%를 넘어섰다. 특히 이달 만기 손실액은 지난 19일 기준 23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홍콩 ELS는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중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다. 홍콩 ELS는 통상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가입 당시보다 H지수가 70% 아래로 떨어지면 하락률만큼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다. 최근 논란이 되는 홍콩 ELS는 2021년 상반기 때 판매된 것으로 당시 1만2000선을 넘었던 H지수가 최근 5100대로 급감해 대규모 손실이 예고된 상태다.
금감원은 은행의 홍콩 ELS 판매 과정에서 문제점이 없는지 파악하기 위해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금감원의 검사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이뤄진다.
하나는 지난해 말 주요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점검에서 적발된 전반적인 판매 관리 체계상의 문제들을 다시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사전점검에서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핵심성과지표(KPI)상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정책 ▲계약서류 미보관 등의 문제점을 발견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은행 창구에서 이뤄진 은행 직원들의 불완전판매가 대규모 또는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다. 과거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처럼 은행 직원들이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를 고의로 위반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은행 창구에서 발생한 불완전판매 사태로 은행들을 중징계하기 위해서는 DLF·라임펀드 사태처럼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설명의무 위반 사례가 드러나야 한다. 가령 DLF 사태처럼 은행 지점장이 불법 광고 1만 건을 소비자에게 무작위로 보내거나, 라임펀드 사태처럼 투자성향을 임의 기재하고 해피콜을 조작하는 사례가 대규모로 발생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홍콩 ELS 사태에서 DLF·라임펀드 사태와 같은 대규모의 불완전판매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 ELS 판매 당시인 2021년도는 이미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컸고 제도적으로도 정비 중인 상태였다"며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과거 사모펀드 사태만큼 심각한 불완전판매 사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은 은행 직원과 영업 담당 임원에게 적용될 뿐 지주회장·은행장 등 경영진까지 적용하기 어렵다. 은행 창구 일부에서 일어난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경영진 책임에 직접적으로 연결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DLF·라임펀드 사태 당시 불완전판매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닌 금융사 지배구조법 위반(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 위반)으로 적용하며 제재를 별도로 추진했다.
결국 금감원이 사전점검에서 적발된 홍콩 ELS와 관련 경영계획상의 문제점을 근거로 내부통제 관리 부실을 적용해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 창구의 불완전판매 여부보다는 그 앞단에 있는 회사 차원의 판매 의사결정, 한도 관리 등 경영계획에 대한 부실 여부를 중점으로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통해 과거 사모펀드 사태처럼 내부통제 관리 부실 혐의를 적용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내부통제 관리 부실에 따른 경영진 제재에는 법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법에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가 있을 뿐 '준수' 의무는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현행법상 금융사 경영진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만 하고 준수하지 않아도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DLF·라임펀드 사태 당시 지주회장·은행장의 중징계를 강행했고, 이에 따라 행정소송을 당해 법정 공방을 아직 진행 중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지난해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라 이번 홍콩 ELS 사태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 현장검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며 "벌써 제재 방향을 논의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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