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테니스로 ‘韓-필리핀 우정’ 다진다...DGB대구은행팀, ‘마닐라 합동훈련’+‘국경 넘는 재능기부’ [SS현장]
[스포츠서울 | 마닐라=김경무 전문기자] “DGB대구은행 여자소프트테니스 선수들의 지원 너무 고맙습니다. 덕분에 우리 필리핀대표팀 선수들, 지난해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에서 금메달 3개나 땄어요. 모든 선수들 행복합니다.”
지난 18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의 ‘리잘(Rizal) 메모리얼 스포츠 콤플렉스’. 필리핀 소프트테니스팀 여자 에이스인 프린세스 카틴딕(26)은 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린 뒤, 이렇게 한국에서 온 선수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힘들다고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뜻깊은 시간인 것 같아요. 서로 도움이 되죠. 열심히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도 힐링이 됩니다.”
필리핀 선수들에게 박스에 가득 담긴 공을 연신 던져주던 대구은행팀 막내 설유진도 보람을 느낀 듯 이렇게 말한다.
지난 1980년 창단돼 44년 전통을 자랑하는 DGB대구은행 여자소프트테니스팀. 이날 필리핀 남녀대표팀과의 합동훈련 현장엔 이렇게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두팀 선수들은 오전 내내 진행된 합동훈련에서 선진기술을 공유하고, 우정도 쌓으며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보냈다.
조경수(56) 감독이 이끄는 DGB대구은행 소프트테니스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마닐라를 찾아 동계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데, 필리핀대표팀과의 합동훈련은 중요한 일정 중 하나다.
주장 조은정(24)을 비롯해, 김민주(23), 김한설(23), 김가현(21), 김다영(20), 이수민(20), 설유진(19) 등 7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마이클 엔리케스 코치가 이끄는 필리핀대표팀은 남녀 7명의 선수가 함께 했다. 필리핀팀 고문 겸 매니저 역할을 하는 윤재구 전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이사도 참석해 훈련에 여러모로 도움을 줬다.
조경수 감독은 필리핀 여자 유망주 비비엔(22)한테 폼과 타법을 세밀하게 지도해준 뒤 “우리팀 동계훈련도 중요하긴 하지만, 소프트테니스 종목을 이곳 동남아지역에서 발전시키는데 일조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 큰 일 중 하나”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열심히 대구은행 선수들이 쳐준 공을 받아친 비비엔은 “오는 9월 대한민국 안성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어떤 메달이든 따고 싶다. 대구은행 선수들과의 훈련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비비엔한테 “스핀이 없는 공을 친다. 정구는 스핀이 많이 필요하다”며 폼을 교정시키는 등 도움을 줬다.
여자 단·복식 국내 강자인 김민주는 “필리핀 선수들 열정이 넘쳐 우리도 더 신나게 할 수 있다. 얘들이 자꾸 배우려 하고 가르쳐 달라고 해 우리도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데, 좋은 성적까지 낸다고 하니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기술적으로 얻어간다기보다, 필리핀 선수들의 파이팅과 열정을 얻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동남아시안게임에서 남자단식·여자복식·여자단체에서 금메달, 여자단식에선 은메달, 남자단식에선 동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합동훈련은 필리핀 PTV 뉴스에서도 다루는 등 현지에서의 관심도 높았다.
대구은행 선수들은 다음날인 19일에는 마닐라 케손 시티의 마삼봉(Masambong) 테니스 코트를 방문해 이곳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뜻깊은 재능기부 행사에도 참여했다.
전력회사인 메랄코(MERALCO)가 ‘여성 풀뿌리 스포츠 발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소프트테니스 클리닉’ 행사였는데, 대구은행과 필리핀 대표팀 선수들이 참석해 어린이들 수십명을 대상으로 원포인트 레슨을 2시간 남짓 진행했다.
케손 시티의 기안 카를로 소토 부시장도 참석해 대구은행의 재능기부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해외전지훈련을 시작해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로마, 헝가리 부다페스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지에 소프트테니스 기술을 지원하는 등 재능기부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왔다.
이번에는 애초 동티모르 선수단을 위해 재능기부를 할 예정이었으나 비자 문제로 동티모르 선수단의 마닐라 입국이 거부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조경수 감독은 “앞으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등으로 재능기부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팀은 지난 1959년 창단된 NH농협은행팀과 함께 대한민국 여자 소프트테니스의 큰 버팀목이다. 지난해는 김민주-김한설 황금콤비를 앞세워 국내 대회 7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구은행의 국경을 초월한 재능기부는 다른 팀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경수 감독은 이날 재능기부 행사 뒤 “어린 초등학생들이 계속 사진을 같이 찍고 안아달라고 해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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