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선 자리도 없었는데, 연봉 100% 인상 대박…"30-30 가능해" 진짜였구나

김민경 기자 2024. 1. 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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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곽혜미 기자
▲ 이주형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사실 LG에서는 자리도 없었다."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주형(23)이 LG 트윈스 시절을 떠올리며 했던 말이다. 이주형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3순위로 LG에 입단해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당장 주전급들을 밀어내기는 시간이 필요했다. 실제로 LG는 최근 2~3년 동안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았고, 지난해 꿈에 그리던 통합 우승을 이뤘다. 이주형이 LG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외야 가리지 않고 빈자리가 있으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주형은 지난해 7월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LG는 윈나우를 위해 선발투수 보강이 절실했고, 당시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은 트레이드뿐이었다. 카드를 맞춰본 결과 키움에서 최원태를 내주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LG는 팀 내 상위권 유망주로 평가받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를 내주는 결단을 내렸다. LG는 여기에 2024년 신인 1라운드 지명권까지 키움에 얹어줬다. 최원태는 LG 이적 후 등판한 9경기에서 3승3패, 44⅓이닝, 평균자책점 6.70에 그쳤다. 최원태의 성적만 보면 성공적인 트레이드라 보기 어렵지만, 어쨌든 LG는 1994년 이후 29년 동안 염원했던 우승 트로피를 안았으니 원하는 결과는 이뤄냈다.

이주형에게 키움은 기회의 땅이었다. LG 주장 오지환은 이주형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오지환은 이주형이 트레이드 당일 짐을 싸러 잠실야구장을 방문했을 때 "너는 아주 젊고 30-30도 가능한 선수야. 가서 잘될 거야. 형처럼 FA하고 그런 게 최종 목표니까 지금이 중요해"라고 강조하며 트레이드가 아주 좋은 기회라는 사실을 한번 더 각인시켜 줬다.

오지환은 "기회를 받을 수 있게 구단이 오히려 길을 열어줬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메이저리거가 될 수도 있고 모르는 일이다. 어릴 때는 나도 (강)정호 형을 봤는데 미국에 갔고, (김)하성이가 메이저리그에 갔다. 그 팀의 문화가 될 수 있기에 충분히 (메이저리그도)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주형이 더 큰 꿈을 품고 뛰는 선수가 되길 응원했다.

이주형은 오지환의 당부대로 늘어난 출전 기회를 자신의 성장 발판으로 삼았다. 지난해 LG에서는 18경기밖에 뛰지 못했는데, 키움 이적 후 51경기에서 타율 0.330(200타수 66안타), 6홈런, 3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시즌 막바지 허벅지 부상으로 휴식을 취하지 않았더라면 경기 수를 더 늘릴 수도 있었다.

▲이주형 ⓒ키움 히어로즈
▲이주형 ⓒ키움 히어로즈

결과적으로 트레이드는 이주형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키움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후계자로 이미 이주형을 점찍어 놨다. 이주형은 키움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은 덕분에 연봉도 지난해 3300만원에서 올해 6600만원으로 올릴 수 있었다. 인상률 100%는 올해 키움 연봉 협상 대상자 가운데 최고 인상률이었다. LG에 남아 있었다면 팀의 우승은 멀리서 지켜볼 수 있었겠지만, 동기부여가 될 기회는 적었을 것이다.

이주형은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공을 키움에 돌렸다. 그는 최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홍원기 감독님을 비롯한 코치님들이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큰 변화를 요구하기보단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해줬다. 결과도 좋게 나오면서 확신이 생겼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사실 LG에서는 포지션이 없었다. 내야 외야를 옮겨 다녀야 했다. 처음 키움으로 온 날 홍원기 감독님께서 가장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이 어디냐고 물어보셨다. 외야수가 가장 편하다고 답했는데, 트레이드 첫날부터 외야수로 선발 라인업에 들어갔다”고 덧붙이며 확실한 내 자리가 생긴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이주형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키움에서 주전 외야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그러려면 지난 시즌 막바지처럼 부상 없이 건강한 몸을 유지해야 한다. 올해 건강히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지난해 보여줬던 임팩트를 이어 간다면, 확실한 주전 도약은 물론이고 오지환이 응원했던 것처럼 메이저리거의 꿈도 꿀 수 있을 것이다.

▲이주형 ⓒ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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