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렌터카 강동궁 “오늘은 강지은 주인공 만들고 싶었다”

PBA 팀리그 PO 2승 선점

SK렌터카의 강동궁. PBA 제공

“오늘 강지은을 주인공 만들고 싶었다.”(강동궁)

“(나한테 넘겨) 부담스러웠지만, 좋았다.”(강지은)

프로당구 SK렌터카의 ‘강-강’ 듀오인 강동궁과 강지은이 활짝 웃었다.

SK렌터카는 22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웰컴저축은행 팀리그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 크라운해태와 경기에서 세트 점수 4-2로 이겼다. 2승(1패)을 올린 SK렌터카는 23일 4차전에서 이기면 파이널에 진출한다.

이날 승패의 분수령은 6세트 여자단식에서 갈렸다. 세트 점수 3-2로 앞서던 SK렌터카는 강지은이 해결사로 나섰고, 크라운해태는 백민주의 반격을 기대했다. 결과는 강지은의 9-1 완승으로 끝났고, 이 경기로 두 팀의 승패가 갈렸다.

강지은은 경기 뒤 “내가 끝내야 하는 입장이어서 부담이 많았다.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각오로 쳤다”고 돌아봤다.

SK렌터카의 강지은. PBA 제공

SK렌터카는 이날 5세트 남자단식에서 강동궁이 출전했고, 이때 강동궁이 크라운해태의 다비드 마르티네스를 꺾으면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동궁이 4점에 묶인 새, 마르티네스가 11점 고지에 오르면서 승부를 6세트로 넘겼다.

이와 관련해 강동궁은 “오늘 (내가 5세트에서 져) 강지은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우스갯소리를 했고, 옆에 있던 강지은은 “주장을 믿고 웃으며 기다렸는데 나한테 승부처가 넘어왔다. 아찔했지만 이겨서 기분 좋다”고 답했다.

SK렌터카는 팀 리그 정규 1~5라운드에서 우승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승점을 꾸준히 쌓아 정규리그 최종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특유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강동궁은 “팀 구성원들이 워낙 실력이 있고 마음씨도 너무 착하다. 4라운드 이후 바짝 힘을 내면서 팀 응집력이 더 커졌다. 마무리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내친김에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SK렌터카는 뒤지다가도 따라잡고, 이길 수 없을 듯한 경기를 뒤집는 등 끈끈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날도 4세트 혼합복식에서 조건휘-히다 오리에 짝이 크라운해태의 오태준-임정숙 짝에 한때 0-8로 지다가 9-8로 대역전승을 거두면서 흐름을 바꿨고, 강지은도 6세트 여자단식에서 애버리지 1.286으로 상대를 완파했다.

SK렌터카 선수들. PBA 제공

주장 강동궁의 자신감과 분위기 메이커 강지은이 팀의 활력소 구실을 하는 것도 큰 힘이다.

강동궁은 전날 플레이오프 2차전 3세트 남자단식에서 크라운해태의 김재근에 14-15로 졌지만, 당시 6이닝에 보여준 환상적인 뒤돌리기 성공(13-13)으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테이블 짧은 쿠션 중앙을 향하던 큐볼은 갑자기 반원을 그리며 긴 쿠션으로 향했고, 빙빙 돌아 제2 목적구를 때려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냈다.

강동궁은 이와 관련해 “파워와 스피드가 필요하고, 당점도 낮게 주어야 한다. 큐 미스도 날 수 있어 부담을 느꼈지만 잘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국내 선수 최고의 파워샷을 구사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평가에, “세계 최고 아닌가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옆에 있던 강지은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바로 그런 강동궁의 자신감이 SK렌터카의 ‘위닝 멘털리티’를 자극하는 것 같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