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만 끈 부동산PF…불안감 여전한 이유
정부, 지원책 냈지만…자칫 부실사업장 더 늘릴라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 작업(워크아웃)이 개시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의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 바라보는 부동산PF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아직도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PF사업장이 대다수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일단 부동산PF 위기를 막기 위해 연이어 대책을 내놨지만 금융권에서는 우려가 여전히 깊다. 부동산PF의 경우 이해관계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업장의 사업성 향상 혹은 부동산PF 옥석가리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한 숨 돌렸다고 보기 힘든 이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태영건설은 다른 건설사에 비해 PF의존을 많이 한 조금은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이 다른 건설사와 달리 부동산PF를 통한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었다는 얘기다.
최상목 부총리가 이처럼 말한 것은 태영건설의 위기가 다른 건설사들의 도미노 워크아웃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일부 중견 건설사들 역시 연이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태영건설 채권단이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고 당장의 부동산PF 위기는 잠재웠다는 평가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부동산PF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금 부동산PF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고금리, 분양시장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들이 해결해야 하는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인데 대부분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대출에 대한 만기는 다가오는데 만기까지 비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는 곧장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PF 대출 잔액이 급증했던 사업장의 준공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라며 "높은 이자비용, 인건비, 원자재 가격등을 감당해온 사업장(미분양 혹은 후분양)은 준공이후 분양을 통해 이를 회수하고 빚을 갚아야 하는데 분양 시장이 매우 침체돼 있다보니 사업을 완료하고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133조원에 달하는 부동산PF 대출 잔액 중 최대 절반 가량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분양대금, 담보토지 공매 등을 통한 회수금을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인 부동산PF 부실 가능 규모는 최대 7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건설사부터 금융회사까지 사업에 참여한 이해관계자 중 절반은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란 얘기다.
대책 내놨지만…냉혹한 옥석가리기 될까?
정부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해 12월 28일 건설사들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 대책을 즉각 내놨다. 지난 10일에는 건설경기를 끌어올려 부동산PF 사업장의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도 연이어 내놨다. 금융회사도 혹여나 부실이 발생할 경우 금융시스템으로의 위기를 막기 위해 관련 충당금 적립 확대를 주문했다.
이같은 대책을 종합하면 △추가 위기 방지를 위한 유동성 공급 대책 △PF사업장의 사업성 향상 △위기 발생 시 금융시스템으로의 전이 방지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핵심은 이 과정에서 채권자 혹은 채권기관의 추가 만기 연장 등 자발적인 의지가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돈을 댄 채권자들이 어느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 한 관계자는 "사업장의 사업성이 정상화 될 때까지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 당장 급한 불을 끄게 해준다면 살아날 수 있는 사업장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역 상호금융, 개인 채권자 등 만기를 연장하기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사업장 이해관계자들이 억지로 대출의 만기 연장을 추진하면서 부동산PF의 구조조정을 늦추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는 "부동산PF 사업장을 살리는 대책도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업장이 이해관계들에 의해 정리되지 않으면서 부실을 키우는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옥석가리기를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 동반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갑자기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지만 지금은 손해를 아무도 감내하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살릴 수 없는 곳은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워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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