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못받고 이사”…지난해 임차권 등기신청 전년比 4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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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전세, 전세사기 등 여파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임차권 설정등기)을 신청한 건수가 지난 2022년의 4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전셋값이 상승 전환했지만, 2년 전보다는 여전히 낮은 데다 고금리도 장기화하면서 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한 임차인의 피해가 이어진 탓이다.

22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총 4만5445건(집합건물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대법원이 지난 2010년 임차권등기명령 건수를 공개한 이후 역대 최다이며, 지난 2022년(1만2038건)의 3.8배에 달하는 규모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 기간 만료 후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할 때 임차인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거주 이전을 하면 세입자의 권리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해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생기는데, 등기부등본에 임차권 등기가 되면 이사를 해도 이러한 권리가 유지된다.

전문가들은 지난 2022년부터 전셋값이 급락하며 역전세 문제가 심화한 데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급증하면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9일부터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임대인에게 고지되기 전이더라도 임차권등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것 역시 신청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총 5429건으로 월별 최다를 기록했고, 상반기(1만9203건) 대비 하반기(2만6242건) 신청 건수도 36.7%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신청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만4천787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신청 건수(3천713건)의 4배 수준이다. 이어 경기가 1만1995건, 인천이 9857건을 기록했다. 광역시도 가운데 신청 건수가 1000건을 넘는 곳은 부산(2964건) 유일했다.

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