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깊어진 특례상장…이 와중에 '딥테크' 1호 올해 나올까

신현아 2024. 1. 2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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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제도 출범했지만, 시행은 '아직'
과기부 고시 완료 안돼…산업부는 완료
"2월 고시 마칠 것…늦어도 2분기 시행 가능"
사진=한경DB


'초격차 기술(딥테크) 특례상장' 제도가 늦어도 올 2분기 내에는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딥테크 특례상장이란 인공지능(AI), 양자 등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기술을 가졌다고 인정받은 기업에 대해 상장 기준을 다소 완화해주는 제도다. 올 1월부터 시행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국가기관의 행정 절차 준비되지 않은 만큼 본격 시행까진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딥테크 특례상장 제도가 금융위원회 의결, 한국거래소의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작년 12월 28일)과 함께 올 1월 출범했다.  

 '딥테크 특례상장'이란…

딥테크 특례상장이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정하는 '국가첨단전략기술·국가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단 1곳의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A등급 이상)만 받아도 기술특례 상장 신청을 허용하는 제도다.

국가기관이 승인한 국가첨단·전략기술을 가졌더라도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며, 벤처금융(VC) 등으로부터 최근 5년간 100억원 이상을 유치했어야 딥테크 특례상장을 신청할 수 있다.국가첨단·전략기술 가운데 우주항공(8개 기술), AI(4개), 양자(3개) 등 12개 분야 50개 기술은 과기부가, 디스플레이(4개), 2차전지(3개), 바이오(2개) 등 4개 분야 17대 기술은 산업부가 맡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기존 기술특례 상장 트랙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이상, 2개의 전문평가기관(복수)으로부터 A·BBB등급 이상의 평가등급을 받아야 했다. 단수 기술평가는 오직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에 대해서만 허용됐다.

딥테크 특례상장은 기존 기술특례에 비해 기업의 규모는 작더라도 '기술'에 중점을 둔 상장제도라고 볼 수 있다. 

과기부 고시 완료 안돼…'차질'

다만 과기부 내 기술평가 관련 추가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제도 시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례상장을 신청하기 전 업체들은 국가기관으로부터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했단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과기부는 근거법(국가전략기술육성특별법)상 국가전략기술이 무엇인지 확정하는 고시를 아직 완료하지 않았다.

과기부 관계자는 "기술을 확정하고, 고시하고, 제도를 설계하고, 설계된 제도가 규제로 작용하는지에 대해 국무총리실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며 "최종 고시 이전에도 법제처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물리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DB


이어 "이르면 2월 중 고시가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 기업들에 공고한 뒤 기술 확인 신청서를 받는 단계가 늦어도 2분기 내엔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산업부는 이미 고시가 완료된 기업들로부터 기술 보유 확인 여부 관련 신청서를 받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만 "보통 기술 수출을 하거나 핵심 기술 보유 기관이 해외 인수합병(M&A)을 하기 전 해당 기술 확인 신청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현재 딥테크 특례상장을 목적으로 기술 확인 절차를 받은 기업이 있는지에 대해선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파두사태로 기술기업 '불신'…딥테크 괜찮을까?

이번 딥테크 상장이 이른바 '파두 사태'로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깊어진 가운데 시행된 제도인 만큼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기존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적용됐던 각종 유예 요건들이 딥테크 특례상장 기업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딥테크 상장기업이 부실화했을 때를 대비해 마련된 별도의 보완 장치는 아직 없다. 

파두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감독원, 거래소 등은 부랴부랴 기술특례상장 기업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불신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전날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 제출 직전월의 매출액·영업손익 등의 투자위험요소 등을 신고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거래소는 최근 3년 내 상장을 주선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 후 2년 안에 부실화하면 주관사가 이후 주선하는 기술특례상장에 대해 주식매도선택권(풋백옵션)을 추가 설정하도록 했다. 상장 주관사의 책임 강화를 위한 조치다. 풋백옵션은 일반 투자자가 공모주 청약으로 받은 주식이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상장 주관사에 이를 되팔 수 있는 권리다.

거래소는 또 내부 경영평가 지표도 개선한다. 기술특례상장 등 특례상장 실적 비중을 현행 25%보다 확대하는 한편, 특례기업이 상장 후 2년 내 관리종목에 지정될 경우 감점 요인을 도입한다. 거래소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같은 내용을 경영평가지침과 내부평가지침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딥테크 등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기술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취지의 제도인 만큼 마냥 부실기업에 상장 허들을 낮추는 제도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테슬라, 엔비디아 등과 같이 10개 기업 중에 1개 기업만 제대로 성공해도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술 기업들이 특례상장 트랙으로 자금 조달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순 없는 격"이라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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