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 없고 경제에 부정적…대통령의 위험한 감세정책

한겨레 2024. 1. 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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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유찬|포용재정포럼 회장·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세법개정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등 보수정부가 할 수 있는 감세 대상이 소진됐다고 생각했지만 2023년 세법개정에서도 상속세 등의 감세가 이어졌다. 2024년에는 연초부터 대통령이 솔선해 감세의 군불을 피우고 있다. 놀라운 것은 내용이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분리과세,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 상속세 완화까지 예외 없이 금융·부동산 자산으로 고소득을 누리는 이들에 대한 감세라는 것이다. 과연 어떤 이들의 호사로운 민생을 대통령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가.

감세 낙수효과의 부재와 부자에게 집중된 감세로 인한 불평등 악화를 우리는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윤 정부는 사회의 깊은 우려에 대해 무시로 일관한다. 윤 정부가 제시하는 감세정책은 낙수효과가 없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부정적 경제효과가 클 것이다. 재정이나 조세분야의 정책 결정은 감세가 재정지출의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총수요 축소와 그 경제적 파급효과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항상 같이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윤 정부는 뒷부분을 보지 않고 앞부분에서 감세의 낙수효과만 보고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유별나게 낙수효과가 생기지 않는 분야만 골라서 감세한다는 것도 문제다. 자산·소득상위계층은 감세로 세후소득이 늘면 이를 소비에 사용하기보다 다른 투자에 사용한다. 주로 주식·부동산·해외투자라서 순환경제의 활성화 측면에서는 효과가 생기지 않는 분야들이다.법인세 혜택, 특히 반도체 세액공제는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자금이 부족하지 않아도 지원하기 때문에 투자를 이끌기보다 해당 기업들의 현금유동성만 증가시켜줄 뿐이다. 전체적으로는 재정지출이 줄면서 총수요 축소로 인한 부정적 경제 파급효과만 크게 나타나게 돼 경제에는 매우 해롭게 작용할 것이다.

한국의 소득하위계층에게는 ‘시장에서의 1차적 분배 효과’와 ‘재정·조세를 통한 2차적 분배 효과’ 양 분야 모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소득하위계층의 소득이나 분배 관련한 통계수치들이 심각하게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윤 정부가 주창하는 감세정책들은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지속가능한 의미의 재정건전성은 경제활성화를 통해서만 가능할 뿐이다. 경제를 어렵게 하지 않는 수준의 증세도 재정건전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 현재 자산·소득상위계층에 대해 경제를 어렵게 하지 않는 수준의 증세는 충분히 가능하다. 재정준칙을 통한 재정지출의 억제는 필요한 재정지출을 막아 경제를 어렵게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내용들이 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야기하고 특히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측면에서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매우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과거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 정책과 현재 윤석열 정부의 다주택자 부동산 양도세 중과 폐지는 동일한 경제적 배경에서 출발한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전체 경제에 영향을 주니 어떻게든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여보겠다는 것이다. 차이는 현재 가계부채의 위험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윤 정부는 대출규제를 풀지 않고 세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 비율이 높은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상품의 비교가능성 측면에서 다른 나라의 부동산시장보다 금융상품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금융상품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은 수익을 보고 투자하고, 본질적 용도인 주거 측면에서 판단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금융상품에서 그 수익성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세제다. 투자자에게는 세후 수익률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부동산투자는 결국 시세차익, 즉 양도차익을 노리는 투자이므로 (세후)양도소득에 영향을 주는 양도소득세는 한국의 부동산 투자자에게 잘 작동하는 정책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다.

당장은 높은 이자율로 인해 양도소득세 완화가 투자자들에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이자율이 투자를 자극할 단계로 낮아지면 완화된 양도세는 역할을 시작한다.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집은 짧은 시간에 불타오르고 부동산 시장은 다시 과열된다. 완화된 양도세 시기에 매입한 부동산의 양도차익에 대해 국가는 세법을 다시 개정해도 과세할 수 없다. 소급입법이 되기 때문이다. 개정 뒤 이뤄질 투자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세법 개정은 대출 규제와 달리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국가 경제가 부동산 시장의 부침에 종속된 상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부동산 시장을 통한 단기적 경제활성화는 장기적으로 부정적 효과로 돌아온다. 위험한 정책수단은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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