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eople] 공지영 "고독이 선사한 행복…그 절정서 죽을듯"-②
사형제 '반대'…"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심도 있는 논의 필요"
개 식용 금지법엔 '찬성'…"단백질원 많은데 왜 굳이 개까지…"
엄격한 훈육 '후회'…"좋은 엄마 못됐지만 좋은 할머니 될 것"
(하동=연합뉴스) 정규득 김지선 기자 = "아침에 일어나면 나 혼자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호사를 누려도 되나 생각해요. 하룻밤 자고 나면 하루만큼 더 행복해져 있으니 아마 그 절정에서 죽게 되지 않을까요."
지난 15일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자택에서 만난 공지영(60) 작가는 "행복한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봤더니 '고독'이었다"며 "사람이 준 상처를 자연이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악양벌과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은 집 마당에 들어서자 학대받다 구조돼 '제2의 견생'을 살고 있는 그의 반려견 '동백'이 제일 먼저 취재진을 반겼다.
전남 구례에 작업실을 얻고 지리산을 드나들던 그가 매화 가지를 꺾으러 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집터였다. 한동안 서울과 하동을 오갔지만, 점점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때마침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불어닥치자 서울 생활을 아예 정리하고 하동에 정착했다.
공 작가는 "내가 이렇게 비난받는 것은 세상에 이름이 회자하기 때문이구나. 여기 숨어 살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겠지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가까운 사이였기에 증거조차 남기지 않았던 이들로부터 고소·고발당하고 무죄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환멸이 들었던" 시절이었다.
평생의 업으로 삼아온 글쓰기가 "지옥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작가로서 '번아웃'도 찾아왔다.
공 작가는 500평 땅에 농작물을 심고 예초기로 직접 제초 작업도 하며 정원과 텃밭 가꾸기에만 매진했다. "고구마는 못 건졌지만, 오이는 원 없이 따먹으며" 농사가 주는 기쁨을 만끽했다.
늦어도 오후 10시 전엔 잠이 들고, 동이 트면 알람 없이도 저절로 눈이 떠진다. 가까운 노량 해안에 회를 먹으러 가거나, 커피를 사 들고 차를 몰아 지리산 노고단에 오르는 일도 이곳에선 일상이다.
그러던 중 훌쩍 떠난 중동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공 작가는 다시 펜을 잡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여정은 새로 나온 책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에 오롯이 담겼다.
그는 지나온 3년을 "높다란 대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태어나서 처음 홀로 지내며 '인생의 말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자문자답하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선각자들이 광야로, 사막으로 자신을 내던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택한 일종의 '유배'였다.
이 과정을 통해 늘 죽음을 의식하며, 고독사를 걱정했던 공 작가는 "혼자 죽어가는 공포마저 사라졌다"고 고백한다. 오랫동안 시달려왔던 불면증 또한 어느 순간 떨어져 나갔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주요 배경인 평사리는 그가 소녀 시절부터 '문학의 성지'처럼 여기던 곳이기도 하다.
공 작가는 "일부러 찾아온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꿈을 꾸게 했던 작품의 무대에서 노년을 보내는 일이 결코 우연은 아닌 것 같다"며 "주변에서는 '연어가 회귀하듯 돌아왔다'고 표현한다"고 귀띔했다.
"서울에 올라가기 싫어 약속도 잘 안 잡는다"는 그가 한 달에 한 번 장거리 운전을 해 상경하는 까닭은 서울구치소 사형수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대표작 중 하나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5)을 집필할 때부터 벌써 20년 넘게 해온 일이다.
사형제에 대한 질문에 공 작가는 "사형 집행을 두둔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신체적 형벌을 없애는 것이 인류 발전 수순이기에 폐지가 맞다"고 답했다. 사형수들이 "절망스러울 만큼 속도는 더디지만" 교화되는 장면을 스스로 체험한 것도 이러한 입장에 한몫했다.
그는 "단순히 사형수 목숨을 뺏느냐 마느냐 하는 함무라비법전식 논쟁이 아니라,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을 사회 전체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를 통과한 개 식용 금지법에 대해서는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원이 많은데 굳이 개까지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기본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공 작가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가급적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육류만 먹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원조 K문학' 작가로 꼽히는 그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확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한다고 한다. 질 높은 번역 덕에 우리 문학이 제 평가를 받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나날이 추락하는 국내 독자들의 문해력을 마주할 때면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공 작가는 한때 대척점에 서기도 했던 소설가 김훈을 "현 문단에서 인간적으로 가장 훌륭한 분"이라며 '존경하는 작가'로 꼽았다.
슬하에 세 자녀를 키우며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고, 혹시 버릇이 없어질까 봐 엄격하게 훈육했던 점은 엄마로서 후회되는 부분이다. 그는 "'좋은 엄마'는 아니었지만, 나중에 '좋은 할머니'는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수줍은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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