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달, 미래 인류를 위한 여덟 번째 대륙
수십억 년을 진화해 온 지구의 주요 지형은 지표면의 약 71%를 차지하는 광대한 바다로 이뤄진 5개의 대양과 육지, 다양한 지형을 포함한 생명체의 주 생활 공간인 6개의 대륙으로 구분돼 왔다. 과거 남극은 사람이 거주하지 못하는 극한의 환경 조건과 제한적인 지리적 접근성 때문에 대륙으로 인식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의 남극은 과학적 발전과 지질학적 연구 진전으로 접근성의 제한이 사라졌으며, 지구의 기후 조절과 생태계 유지라는 중요한 역할의 평가로 인해 당당히 대륙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로써 기존의 '5대양 6대주'에서 '5대양 7대주'로 지질학적 체계가 변경됐다. 최근 우주 과학의 발달과 함께, 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 미래 인류를 위한 달의 가치를 평가한다면 이제 우리는 달을 '8번째 대륙'으로 간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달에 대한 탐사는 이제 더 이상 공상 과학이 아니다.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절, 달은 양 진영의 체제 경쟁의 무대로 활용됐다. 2000년대를 들어서면서 달은 여러 나라로부터 다양한 의미로 재평가되고 있으며, 달 탐사를 통한 우주 과학의 새 지평이 열리고 있다. 중국의 경우 '창어 4호'를 통해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으며, '창호 5' 미션을 통해 달 표면에서 샘플을 수집, 지구로 되돌려 보내는 역사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작년 8월 인도는 '찬드라얀 3호' 미션을 통해 세계 최초로 달의 남극지역 착륙에 성공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러시아는 달 탐사선인 '루나 25호'를 통해 다시 달 착륙에 도전했다. 비록 착륙에는 실패했으나 47년 만에 다시 달에 도전하는 신호탄이 됐다. 일본은 며칠 전 무인 달 착륙선 '슬림'을 통해 달 착륙에 성공했다. 비록 절반의 성공이지만, 이로써 일본은 구소련,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달 착륙에 성공한 다섯 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대한민국 또한 2022년에 올린 첫 달 탐사선인 '다누리'를 통해 세계에서 7번째로 달 탐사에 성공한 나라로 기록되는 영광을 얻었으며, 처음 계획한 1년간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현재 2025년까지 추가 달 탐사 임무를 수행 중이다. 미국은 2028년까지 인류를 최초로 달에 거주시키고 더 나아가 화성에 정착시키기 위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우주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미션을 수행 중이다. 국제적인 달 탐사 경쟁은 달이 가진 과학적, 자원적, 사업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평가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는 두꺼운 대기권과 강한 자기장 층이 존재해 태양풍으로부터 보호받는 환경이지만 달은 대기권이 없고 자기장 층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태양풍에 바로 노출돼 있다. 이러한 환경조건으로 인해 지구에서는 희박한 헬륨-3와 희토류 등이 달에는 다량 보존돼 있다. 수십억 년간 누구도 다가서지 못한 자원의 신대륙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달 또한 남극 대륙처럼 인류의 과학적 발전과 공학적 진전을 통해 새로운 자원 영토로 개척되고 있다. 특히, 헬륨-3는 핵융합 에너지원으로서 지구상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우주 탐사 및 개발에 필수적인 핵심 자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래 인류를 위한 이와 같은 달의 가능성과 역할이라면 언젠가 우리는 달을 '8번째 대륙'으로 간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달의 표면적은 약 3.8×10^7㎢로서 지구의 표면적의 7.4%에 해당하며, 아시아대륙(약 4.4×10^7㎢)과 아프리카대륙(약 3.0×10^7㎢) 사이의 크기이다. 만약 지질학적 체계를 확대해 달을 '5대양 8대주'에 포함한다면 달은 두 번째로 큰 대륙이 된다.
달이라는 새로운 '대륙'에 대한 인식이 일반 대중들에게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도전을 통한 탐구가 필요하다. 달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 변화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류의 지식과 경계를 확장하는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가 미래 우주 탐사 및 개발을 대하는 중요한 기본자세일 것이다. 상징적 의미에서 달을 우리의 '8번째 대륙'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미래를 향한 중대한 발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혁신연구센터장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예금 보호 한도 '5000만→1억' 상향… 여야 6개 민생법안 처리 합의 - 대전일보
- '세계 최대 규모'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3.6㎞ 전 구간 개방 - 대전일보
- 안철수 "尹 임기 넘기면 더 심한 특검… DJ·YS 아들도 다 감옥" - 대전일보
- 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생중계 안한다 - 대전일보
- 가상화폐 비트코인, 사상 첫 9만 달러 돌파 - 대전일보
- 尹, 수능 하루 앞두고 수험생 격려…"실력 유감없이 발휘하길" - 대전일보
- "방축천서 악취 난다"…세종시, 부유물질 제거 등 총력 - 대전일보
- '이응패스' 편리해진다…내달 1일부터 휴대전화로 이용 가능 - 대전일보
- "요즘 음식점·카페, 이용하기 난감하네" 일상 곳곳 고령자 배려 부족 - 대전일보
- 한동훈 "대입 시험날 시위하는 민주당… 최악의 민폐"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