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짓기' 보다는 '만들기'

서필 목원대 성악과 교수 2024. 1.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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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공부하다 보니 로마와 비엔나에만 8년을 있었다.

로마와 비엔나의 공통점은 이른바 '조상덕'을 본 도시라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와 특별한 것을 생산하지 않고 도시 자체가 지닌 문화의 힘으로 전 세계의 발길을 불러들인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데 그만큼 대전만의 특색이 없기에 뭔가를 새로이 짓거나 세우는데 방점이 찍혀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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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필 목원대 성악과 교수

음악을 공부하다 보니 로마와 비엔나에만 8년을 있었다. 로마와 비엔나의 공통점은 이른바 '조상덕'을 본 도시라는 것이다. 고대 로마제국부터 베토벤 모차르트로 대표되는 클래식의 성지 비엔나까지 조상이 만든것으로 후세가 먹고 사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두 도시가 생산재보다는 문화 콘텐츠가 주력이라는 점이다. 생산기반 설비를 갖춘 공업 도시가 아닌 관광문화와 음악콘텐츠 소비가 주력사업이다. 현대에 들어와 특별한 것을 생산하지 않고 도시 자체가 지닌 문화의 힘으로 전 세계의 발길을 불러들인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예비후보들이 공약사업을 담은 문자를 보낸다. 한 표라도 더 획득하기 위해 지역민에게 도움이 될 사업과 공약들을 쏟아낸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주로 많이 쓰이는 단어는 건립, 구축, 조성, 유치다. 어떤 시설을 '건립'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단지를 '조성'하고 사업을 '유치'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데 그만큼 대전만의 특색이 없기에 뭔가를 새로이 짓거나 세우는데 방점이 찍혀있는 듯 보인다.

현대에 들어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건 소비재나 생산재보다는 콘텐츠의 힘이 더 크다.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린 건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가전, 자동차, 건축 같은 기술의 꾸준한 발전도 있었지만, 한순간에 세계인의 시선을 끈 건 영화, 드라마, 음악과 음식으로 대표되는 K 문화 콘텐츠의 약진이었다. 문화 콘텐츠로 전 세계의 주목과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정말로 대단한 약진이다. 전 세계 인구의 0.6%에 불과한 나라가 문화 강국이 된 것이다.

모든 도시는 각각의 특색이 있다. 보통은 도시 자체가 지닌 기반 시설과 특산품, 그리고 자연지형과 생산재들이 보통이겠지만, 도시가 지닌 문화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 이름을 높이는 도시들도 상당하다. 온라인에 도시를 검색했을 때 나타나는 연관검색어를 살펴보자. 섬유공업으로 유명한 대구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오페라와 뮤지컬 축제를 갖추고 있다. 얼핏 유제품이 떠오르는 평창 대관령엔 세계적인 수준의 평창 대관령 국제음악제가 있고, 굴과 해상 케이블카가 떠오르는 통영은 통영국제음악제가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제로 발돋움했다. 최대무역항인 부산의 또 다른 모습은 영화 도시다. 대한민국 최대의 부산 국제영화제는 이미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에 대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먼저 뜨는 건 '노잼(재미없는)'이 나타나고 뒤이어 유명한 제과점이 등장한다. 그 영향으로 흔히 대전의 제과점은 어느 곳을 가도 기본 이상을 한다는 게 중론이다. 빵이 도시에 미친 영향이 막대하다. 그만큼 음식문화 콘텐츠가 도시의 제빵수준을 끌어올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무언가를 짓고 건설하는 빌더(Builder) 보다는 어떤 것을 창작해내는 크리에이터(Creator)가 더 귀히 쓰임 받는 시대다. 후세로부터 '조상덕'이란 소리를 들으려면 무언가를 '짓는 것'보다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쓸모 있을 듯하다.
서필 목원대 성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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