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지옥 오갔다"··'잼버리 파행' 뒤 전북특자도 변신

강인 2024. 1.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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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출발하는 전북특별자치도의 책임자인 김관영 도지사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농생명부터 문화관광, 고령친화, 미래첨단, 민생특화 산업까지 전북이 잘하는 걸 더 잘하고 새로운 것은 빠르게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라며 "전북의 새로운 100년, 함께 도전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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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시간'은 여전히 필요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18일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축하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올 겨울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전북 도민들이 도 출범 이후 128년만에 새로운 시대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은 지난 1896년 8월4일 조선에서 시행된 13도제에 따라 전라도가 남북으로 분도된지 128년 만이다.

하지만 불과 몇개월 전 여름까지만해도 전북도는 전세계 155개국 젊은이들이 참가한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 운영으로 전북도의 행정 수장은 사퇴 압박을 받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김관영 전북특별도지사의 이야기다.

그는 잼버리 파행때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부 도민들로 부터 책임을 지라는 압박까지 받았다. 전북 도내 프로축구 경기도중에 청중들이 김 지사 사퇴구호까지 외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외신들까지 비난에 나서자 '국격' 하락을 막기 위해 중앙 모든 부처가 총동원돼 폐영식 장소를 서울로 옮기고 대원들의 숙소를 전국 대학 등으로 분산 시키는 대작전을 펼쳤던 기억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남았다. 잼버리 종료 후 중앙정부와 도 사이의 갈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김 지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향후 100년을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하면서 김 지사는 중앙정부의 특별자치도 출범 지원을 약속 받았다.

128년만에 전북도의 명칭까지 바꾸고 특별자치도 출범식까지 마쳤지만 김관영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앞으로 자치도라는 명칭에 걸맞게 앞으로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잼버리 같은 국제행사를 치룰 수 있는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

또한 김 지사에겐 여전히 수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5일 전 출범했지만 실질적 특별자치는 올해 12월에야 시작될 수 있다. 131개 조문, 333개 특례를 담은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지난해 12월 통과돼 올해 12월에야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전 법률에는 28개 조항만 담겨 있었다.

전북특자도에서는 △농생명산업지구 지정 특례 △최초로 시도하는 문화산업진흥지구, 국제케이팝학교 △고령인구 케어와 신산업으로 주목받는 고령친화산업 육성 △지속가능한 환경자원 이용을 위한 친환경 산악관광진흥특구 △전북이 지정하는 4개 지구·특구·단지에 부족한 인력을 채워줄 외국인 특별고용 특례 △제3금융지 도약을 위한 금융전문인력 양성, 전북핀테크육성지구 지정 등 금융 특례 △자동차 대체부품 인증 특례 등이 추진된다.

김 지사는 "농생명부터 문화관광, 고령친화, 미래첨단, 민생특화 산업까지 전북이 잘하는 걸 더 잘하고 새로운 것은 빠르게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라며 "전북의 새로운 100년, 함께 도전하자"며 심기일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텔타구역 천막 아래에서 더위에 지친 스카우트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권화이 대원,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부터)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여가부 제공
하지만 전국민들에겐 여전히 새만금의 아픔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치유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출범 직전까지 전북도민은 열패감과 상실감을 뼈아프게 경험해야만 했다.

도민들에겐 지난 2017년 유치 성공 이후 6년의 준비기간이 무색하게 파행으로 끝나면서 허탈감이 더 심했다. 155개국에서 4만3000여명이 참가하는 중요한 행사를 망쳤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비난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행사 주체가 10대 청소년들이었기에 그들이 겪은 고통을 본 이들의 분노는 거셀 수밖에 없었다.

영국과 미국 같은 주요 참가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대회 중 새만금 현장을 떠나고, 태풍 북상으로 모든 대원이 비상철수하며 세계 청소년들에게 전북의 아름다운 기억을 심어주겠다는 계획은 철저히 실패했다.

이런 사태의 책임 여부는 여전히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잼버리대회를 진행한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 구성과 예산 집행 내역 등을 감안하면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에 책임 소재의 무게가 쏠리기도 했다. 물론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잼버리 파행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잼버리대회가 새만금에서 열렸고 현장 폭염으로 대원들이 온열질환을 겪었어야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또 집행위원장으로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대회에 관여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대회 직후 감사에 착수해 지난해 12월 현장 조사를 마쳤다. 통상 현장 조사 완료 2~3개월 뒤 결과 발표가 있어 조만간 대회 파행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사도 잼버리 파행 사태로 전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12월12일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 전부개정안 통과의 성과를 알리는 자리에서 "새만금잼버리 파행 이후 국가예산 삭감 등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전북이 직면한 어려움을 인정했다.

특별자치도 출범의 열기속에서도 도민과 국민들의 응어리에 남은 잼버리 아픔을 치유하는 시간은 여전히 필요하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도약의 발판을 더 단단히 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제 첫 날개를 폈을 뿐이다.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청 집무실에서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특자도 출범 이후 첫 결재를 하고 있다. 뉴시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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