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ESG] 이우봉 풀무원 전략경영원장 “지주사가 자회사 100% 소유하는 투명한 지배구조… 기업 의지 문제”

유진우 기자 2024. 1. 23.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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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 철학과 정체성, 건전한 지배구조는
사실상 오너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우봉 풀무원 전략경영원장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는 ESG를 구성하는 세 축이다. 여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없다. 다만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서 부족한 부분은 과감한 투자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지배구조는 그렇지 않다. 뼈를 깎는 자기 반성을 거쳐야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이렇게 지배구조를 가다듬고 나서야 비로소 사회와 환경 부문에서도 책임을 다할 근간이 선다. 매년 국내 기업 ESG 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이런 점을 고려해 다른 항목보다 지배구조를 까다롭게 평가한다.

종합식품기업 풀무원은 국내외 주요 ESG 평가기관이 모두 인정한 ESG 우수 경영기업이다. 2017년 이후 식품업계 최초로 KCGS ESG 평가에서 5년 연속 통합 ‘A+’ 등급을 획득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모회사 S&P글로벌은 2022년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DJSI)에서 풀무원을 지속가능경영 연례 보고서(The Sustainability Yearbook Member)에 5년 연속으로 편입했다.

풀무원은 경제적·사회적·환경적 가치 창출을 풀무원의 사회적 책임으로 정의한다.

풀무업 기업 정관

이우봉 풀무원 전략경영원장은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풀무원은 2019년 기업 정관에 ‘사회공익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이라고 정체성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풀무원 전략경영원장은 풀무원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을 포함한 전사 경영전략을 총괄 진두지휘하는 자리다.

이 원장은 “풀무원이라는 브랜드를 시작한 고(故) 원경선 풀무원 원장이 추구했던 이웃사랑, 생명존중 정신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지배하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숙고한 결과”라며 “매년 이 정관을 다듬어 창업 이념과 임무, 소비자 가치와 일하는 방식 같은 구체적인 사항을 종합적으로 정리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풀무원 ESG경영은 기업 태동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타계한 원경선 창업주는 생전 ‘생명 농부’라고 불렸다. 그는 국내에서 ‘유기농’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사법을 한평생 고수했다.

1955년부터는 경기도 부천 소사 지역에서 전쟁 고아들과 넝마주이를 데려다 거친 땅을 개간하고 농사를 가르쳤다. 이 때 만든 농장 이름이 ‘녹슬고 쓸모없는 인간을 풀무질로 달구고 담금질해 쓸모있는 인간으로 만드는 터전이 되자’는 뜻을 담은 풀무원이다.

그래픽=정서희

2018년 풀무원은 1984년 창사 이래 33년간 지속했던 오너 경영을 마무리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상장기업 경영권을 창업주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승계하는 사례는 한국 기업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 원장은 “당시 풀무원 오너였던 남승우 전 총괄 최고경영자(CEO)께서 은퇴 약 3년 전부터 가족이 아닌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겠다고 공언했다”며 “상장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능한 전문 경영인에게 승계한다는 평소 믿음을 단호히 실천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후 전문경영인 경영 체제는 풀무원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그는 “전문지식과 경영 노하우를 가진 경영인이 자율적으로 기업 경영을 해서 성과와 실적에 책임을 지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서 지배구조 건전성을 확보하자 시장에서도 신뢰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풀무원은 전문 경영인을 도와 기업 최고 의사 결정기구에 해당하는 이사회가 실질적인 의사결정 기구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이사회 체계를 강화했다. 풀무원 이사회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사외이사는 주주를 포함해 이해관계자 권리를 대변하고, 경영진 자문과 견제를 동시에 수행한다.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의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 4분의 1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풀무원은 이사회 11명 중 사외이사가 7명이다. 상법이 정한 기준 25%를 훨씬 웃도는 64%를 기록했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경영하면 오너나 최고경영자가 부정행위를 저지를 위험을 낮추고, 비합리적으로 경영 방침을 결정하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 원장은 “이사회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다양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이사 승계 계획을 세운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정서희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업 전략과 시장 변화 같은 사항을 고려해 이사 역량을 이사역량구성표(BSM·Board Skill Matrix) 형태로 관리한다. 이 계획에 따라 각 이사가 가진 역량을 조합(Skill Mix)해 다양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확보한다.

BSM을 보면 성별 다양성까지 고려한다. 풀무원에는 현재 이사 가운데 3명이 여성이다. 사외이사로 국한할 경우 40% 수준으로, 국내 기준(최소 1명 이상)을 크게 웃돈다.

전략경영원에 따르면 여성 이사 비중이 높아지자, 직급별 성비 격차가 줄면서 여성 핵심인재 유출이 최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사외이사에 해당하는 이지윤 이사는 회사 내 문서에서 사용하는 성(性) 편향적 문구를 성 중립적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빠르게 받아들여 사내 문화를 개선했다.

풀무원은 이렇게 엄선해서 뽑은 이사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원장은 “기존에는 전략경영원 산하 조직과 간사 부서를 지정해서 이사회를 지원했지만, 이사회 역할을 꾸준히 강화하면서 전문 지원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10월에 이사회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이사회사무국 테스크포스(TFT)를 신설했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이 TF를 올해 정규 조직화할 예정이다.

전폭적인 지원만큼 책임도 묻는다. 풀무원은 매년 한 번씩 사외이사평가위원회에서 이사진 활동내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그 성적표는 내부 뿐 아니라 외부에도 공개한다.

이 원장은 “이사회 운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사외이사평가위원회에서 4개 부문 21개 항목을 점검한다”며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은 개선할 뿐 아니라, 이사보수 한도를 결정하는데 결과를 참고한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형태로 운영한다. 현재 합자회사를 제외하면 2003년 세운 지주회사 풀무원이 자회사 지분을 전부 가지고 있다. 극히 적은 지분으로 기업 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순환 출자 방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 원장은 “풀무원이 지주회사를 도입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상장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한 케이스는 흔하지 않았다”며 “국내에서는 선도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워서 미국과 독일, 일본에서 사례를 모아 분석하다가 네슬레나 다논 같은 글로벌 기업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마침내 2019년 풀무원은 자회사들 지분 100%를 취득해 이들 기업 같은 체제를 굳혔다. 2023년 6월말 기준 유일하게 상장한 지주회사 풀무원이 7개 자회사와 그 아래 20여개 손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 가운데 합자회사 풀무원다논과 풀무원샘물을 뺀 풀무원식품, 풀무원푸드앤컬처, 풀무원건강생활이 모두 완전자회사다. 지주회사 풀무원은 경영과 브랜드, 연구개발(R&D)을 총괄 관리하고 풀무원식품 같은 자회사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구조다.

그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면 핵심 자회사 상장으로 일반 주주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ESG 이니셔티브가 요구하는 지배구조 수준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세계 수준에서 인정받을 만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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