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교수님의 '빌게이츠급' 기부인생…"학생들 돕는게 그렇게 기뻐요"
대구대 초등특수교육과 최성규 교수
20년간 누적 기부액 7600만 원
"적은 돈이라도 쌓다 보면 큰 기부"
"저 역시 흙수저로 태어나 어렵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게 그렇게 기쁘고 보람찰 수가 없어요" 대구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난 20여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생들을 돕고 후원해 온 최성규 교수(초등특수교육과) 얘기다.
최 교수의 기부가 시작된 건 20여년 전인 2002년, 그가 대구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교수로 임용된 때가 1998년이니까 교수가 된 지 만 4년이 지난 시점부터 그의 기부는 시작됐다.
기부경력이 20년이 되다 보니 학내에서 알만한 교수.학생들은 그가 기부왕이라는 걸 익히 안다. 그래서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이따금 교수님을 직접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 초등특수교육과에 재학중인 졸업반 학생 A씨가 교수님 연구실을 찾아 SOS를 쳤다. "전 고아라서 부모도 없고 어린시절을 보육시설에서 보냈는데, 꿈을 펼치기 위해 대학원엘 진학하려는 목표를 세웠지만 등록금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어요. 선생님 좀 도와주세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 학생이다 보니 알바를 할 수도 없고 장애를 가진 몸으로 학업을 따라가기도 벅찬 상황이었던 것. 그날 면담 뒤 선생님이 대준 300만원으로 A씨는 대학원에 등록할 수 있었고 지금도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 교수가 찾아온 학생을 외면할 수 없었던 건 돈이 없는 딱한 사정도 사정이려니와 그 당시 A씨가 정확히 정부의 '장애인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진 학생의 경우 대학과 대학원 정규과정 장학금을 국가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금전적 어려움 없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대학원 입학에 필수적인 입학등록금은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였다. 제도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던 것. 당시 최 교수의 300만원이 복지사각지대를 이어준 사다리가 됐던 셈이다.
최 교수의 기부는 올해로 22년째를 맞이하면서 누적 기부액도 7600만원을 넘어서게 됐다. 뻔한 사립대 교원의 쥐꼬리 봉급을 쪼개 매년 기부를 이어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풍족해서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여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어쩌면 그가 지금껏 해온 기부액은 한번에 수십~수백만원이니 대부호들의 거액기부에 대면 미미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리는 그의 마음은 '빌 게이츠나 조지 소로스급'이다.
20년이 넘도록 기꺼이 기부할 마음을 이어가는 데는 남모를 그만의 스토리가 있었다.
최 교수가 기부왕 인터뷰 첫 머리에 내놓은 말이 "저 역시 흙수저 출신이어서 어렵게 공부해온 입장입니다. 살아온 여정이 어렵다 보니 조그마한 도움만 있었어도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해봤구요. 그걸 계기로 도와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어요"다.
그의 인생 초년은 파란만장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몹시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언감생심 고등교육을 꿈꾸기 어려운 형편이었다고 한다.
이런 집안 형편 때문에 공군기술고등학교 진학이 그의 첫 선택이 됐다. 고교 등록금을 국비로 내주는 대신 졸업 뒤 7년 동안 군에서 의무 복무해야 하는 조건이다. 대구의 한 공군 부대에 배속된 뒤에는 학업과 미래에 대한 열정이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그야말로 주경야독 정진을 거듭해 모교인 대구대 특수교육과 진학에 성공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순위고사(임용고시 이전)를 거쳐 경남의 한 공립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본격적으로 미국 유학준비에 나섰다. 가난도 나이도 모든게 그에겐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미국 볼스테이트 유니버시티에서 석박사(특수교육학)를 마친 최교수는 모교인 대구대에 터를 잡고 후진을 양성하는데 일생을 바치고 있다.
지식전수의 수준을 넘어 진정한 사랑을 베푸는 최 교수는 "(제가) 제자들 보는 마음은 자식보는 마음입니다. (도움받은)학생들의 눈빛만 보고 얼굴 표정만 봐도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걸 느껴요 그저 열심히 공부해 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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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재기 기자 dlwor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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