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기운에 '홈런왕'까지…"리그 판도 바꿀 타자, 분명 나올 겁니다" [스포츠조선 지령 1만호 인터뷰]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은 명실상부 KBO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한국 최고의 타자를 논하는 '추강대엽(추신수 강정호 이대호 이승엽)'을 언급하자 "메이저리그와 같은 상위 리그에서 뛴 타자들인 만큼 내 이름은 빼야 한다"고 겸손해 했다. 한일 통산 626개(KBO 467개, NPB 159개)의 아치를 그린 '레전드'. 최고가 아니면 이상하다.
지령 1만호를 맞이한 '스포츠조선'은 최고타자 이승엽의 성장과정과 궤를 같이 해왔다. 고교 시절 '우수투수' 이승엽부터 KBO리그 홈런 신기록. 또 감독 이승엽의 출발선상에도 늘 '스포츠조선'이 함께했다.
이승엽 감독 역시 '스포츠조선'의 인연을 각별하게 언급했다.
이 감독은 "첫 기사 나온 걸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20문 20답'이다. 신인 때 인터뷰 할 일이 많지 않아서 더 특별하고 아직도 예전 생각을 하면서 보곤 한다. 또 스포츠조선은 많은 응원도 해주시고 예뻐해 주셔서 기억에 남는 기사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뒤로 하고 이 감독은 지난해부터 지도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 "아, 맞네요. 청룡기 기운이 참 좋았죠."
최고의 홈런 타자로 KBO리그를 호령했던 이 감독은 스포츠조선과는 '투수'로 첫 인연을 맺었다.
1993년 청룡기(조선일보·스포츠조선 주최)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이 감독이 이끌던 경북고가 정상에 올랐다.
당시 2학년 투수였더 이승엽은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결승전에서 8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등 대회 3승을 홀로 챙겼다.
청룡기 이야기에 이 감독은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 대통령배에서 대구상원고에게 패해 예선에서 떨어졌고, 두 번째 경기로 청룡기에 나섰다. 전력이 좋았는데 첫 경기 때 힘들었지만, 전국대회를 준비하고 경기를 하면서 더 강해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당시 MVP 김수관 현 포철공고 감독에 대한 기억도 생생하다. 이 감독은 "주장이었고 정말 야구를 잘했던 선배다. (김)수관이 형이 동점 스리런을 쳤고, 내가 역전 홈런을 쳤다"고 추억에 잠겼다.
이 감독은 "첫 좌절을 딛고 우승을 달성했던 만큼, 청룡기는 내 야구인생에서 특별했던 경기였다. 흔히 '기운을 받는다'고 하는데, 청룡기 기운이 프로 생활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된 거 같다. 자신감을 가지고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 충격의 생애 첫 야유… "올해 기사 마지막에는 웃어야죠"
현역 시절 이 감독은 늘 '박수갈채'만 받아왔다. 특별한 사건 사고도 없었고, 뛰어난 실력에도 항상 노력하는 자세로 모든 선수의 귀감이 됐다. 이 감독 역시 '야구 선수 이승엽'에 대해 "항상 야구만을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해주길 바랐다.
화려했던 선수 생활 만큼 '감독 이승엽'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다. 삼성 라이온즈의 상징이던 그가 두산 베어스라는 낯선 팀에서 어떤 색깔을 보여줄 지에 대한 기대 섞인 궁금증이 컸다.
첫 경기부터 연장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하는 등 극적인 출발을 했던 그는 시즌 중반 11연승을 달리며 2008년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작성한 감독 데뷔 시즌 최다연승 타이 기록까지 세웠다. 그러나 정규시즌 막바지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고, 5위로 시즌을 마쳤다.
9위였던 팀 성적을 5위로 마치며 가을야구 진출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1차 목표' 달성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더 높은 곳으로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공존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아쉬움도 컸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이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 그라운드로 나서자 일부 팬들은 야유를 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야유는 처음 받아본 거 같다"며 "팬들의 평가니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프로는 냉정하다. 앞으로는 마지막 경기에서 박수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 다이노스에게 역전패를 당하며 한 경기로 마친 가을야구. 이 감독이 2024년 마음 속 깊게 새겼던 순간이다. 이 감독은 신년회에서 "지난 10월19일 창원에서의 패배는 잊을 수 없다. 가슴 속 깊이 가지고 가겠다. 그 패배가 2024년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선수단에 당부한 이유다.
이 감독은 "창원에서 마지막 순간 응원석이 보이는데 정말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기지 못해서 죄송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올해는 '탈락'이라는 기사가 마지막을 장식했는데 작년의 74승을 넘어서 더 많은 승리를 거두고 마지막 순간에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 제 2의 이승엽? "분명히 나올 겁니다"
이 감독이 현역 시절을 상징하는 물건 중 하나는 '잠자리채'다.
2003년 56홈런을 날리면서 단일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을 작성했던 순간이었다. 팬들은 이 감독의 홈런공을 잡기 위해 잠자리채를 그라운드에 들고왔다. 당시 이 감독의 홈런 한방은 신문 1면을 항상 장식할 정도로 화젯거리였다.
최근 KBO리그는 '거포의 부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노시환(한화)이 31개의 홈런을 치면서 '20대 홈런왕'으로 등극했지만, '포스트 이승엽' 찾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감독은 '거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에 "투수가 좋아지는 거 같다.
우리 때와는 비교하기 힘들다. 투수들이 기본적으로 구속도 빠르고 전체적으로 성장했다. 타자보다 투수가 더 성장한 거 같다"라며 "지금 화끈한 공격보다 아기자기한 플레이가 많이 나오는 게 투수가 너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 2의 이승엽'으로 불릴 홈런 타자 탄생은 기대했다.
이 감독은 "분명히 있다. 잠재력이 언제 터질지 모르지만 확실히 좋은 재능을 갖춘 선수가 눈에 띈다. 확실하게 리그의 판도를 바꿀 타자가 나오면 공격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야구가 재미있어지려면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며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땄고, 국제 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많이 보이고 앞으로도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가 더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1만5000호, "박수받는 지도자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스포츠조선과 함께 걸어온 야구 인생. 이 감독은 "정말로 많은 배움을 얻었고 결과도 냈던 거 같다. 1993년 청룡기 대회부터 홈런왕. 그리고 감독 1년까지 좋은 소식과 함께 해서 나로서도 기분 좋고 영광"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은 "앞으로도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스포츠조선을 구독하시는 분도 마찬가지로 항상 좋은 일만 생각하고, 보면서 1만 5000호, 2만호까지 행복한 마음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남겼다.
1만호까지 '이승엽'의 최고의 순간을 담아왔던 스포츠조선. 앞으로는 어떤 기사가 실릴까.
이 감독은 "1만5000호가 나오면 환갑이 넘는데 선수로서 좋은 시기를 보낸 만큼, 지도자로서도 박수칠 만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을 수 있는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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