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후생은 고려 않는 '오락가락' 플랫폼법

이재현 기자 2024. 1. 2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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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을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소비자 후생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입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는 "소수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면서 소비자, 소상공인, 스타트업의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플랫폼법 제정의 명분을 내세웠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상공인 단체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가 각각 입장문을 내고 법 제정을 반대한 것이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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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을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소비자 후생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입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입법 추진 단계부터 국내 사업자와 소비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플랫폼법은 독과점 플랫폼을 미리 지정해 각종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사전규제 법안이다.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입점) 제한 ▲최혜대우(유리한 거래조건 요구) ▲자사 우대 ▲끼워팔기를 일삼는 독과점 플랫폼에 시정명령과 고강도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공정위는 "소수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면서 소비자, 소상공인, 스타트업의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플랫폼법 제정의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명분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상공인 단체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가 각각 입장문을 내고 법 제정을 반대한 것이 방증이다.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당사자가 반대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누구를 위한 법안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민간 주도 플랫폼 자율 규제를 외치던 정부가 강력한 사전 규제 기조로 돌아선 것도 의아해 한다. 정책 일관성에 혼란을 줬기 때문이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구체적인 내용 조율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을 막겠다는 법안이 오히려 소비자에 불편함만 초래할 것이란 볼멘소리도 있다.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려는 혁신이 사전 규제에 막히게 되면 불편함은 이어지고, 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플랫폼이 제정돼 시행되면 국내 주요 플랫폼들이 제공하던 각종 혜택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택시, 쿠팡 로켓배송, 배달의민족 주문 등에서 받을 수 있던 혜택과 편의 등은 더 이상 받기 어렵다. 웹툰, 웹소설 등 플랫폼 내 자체제작 콘텐츠도 자사상품으로 규제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쿠팡이 '와우멤버십' 회원들에게 주던 쿠팡이츠 할인도 불법이 된다. 이는 소비자 불편을 넘어 미국과 중국 기업이 입지를 강화하는 이커머스시장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작은 결점을 고치기 위한 수단이 지나치면 오히려 손실만 커진다. 교각살우의 교훈을 새겨야 할 때다.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중소상공인까지 "생존을 위협하는 법안"이라고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섣부른 인터넷 관련 법을 시행해 토종 플랫폼이 몰락한 아픈 경험이 있다. 우리 기업이 안방 시장을 지키고 해외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자.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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