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자동차파업 때 응원도 했는데…미시간 선택은 트럼프?

김종훈 기자 2024. 1. 2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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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격전지 들어가는 미시간, 4년 전과 달리 '변심'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9월 26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웨인카운티 벨빌 소재 제너럴모터스(GM) 공장 앞에서 열린 전미자동차노조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경고가 미국 민주당에서 나온다. 미국 대통령이 역사상 최초로 노조 파업 현장에서 메가폰을 잡는 장면을 연출했던 미시간 주가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미시간서 트럼프에 밀리자 민주당 내부 "정책 아닌 사람 문제"
21일(현지시간) 여론조사 결과 집계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게시된 지난해 11월 이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시간 주는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밀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EPIC-MRA와 CNN, 블룸버그통신, 디트로이트뉴스 등 4곳에서 각각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양자 대결을 가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해보니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이 4%포인트 이상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 격차는 최대 10%포인트(CNN 여론조사)였다.

지난해 9월 전미자동차노조가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3대 기업을 상대로 파업 시위를 벌이자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시위 현장에서 메가폰을 들고 "포기하지 말라"며 노조원들을 격려했고, 다음달 시위가 노조의 승리로 끝나자 "역사적 합의"라며 축하를 보냈다. WSJ(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시간 주 자동차 산업 종사자 수는 30만 명에 이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애보츠 크리크 커뮤니티 센터에서 바이드노믹스 홍보 연설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그럼에도 미시간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부진하자 당 내부도 긴장하고 있다. 엘리사 슬로킨 미시간 주 하원의원은 최근 측근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이 자신의 상원 진출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민주당 선거전략가 아드리안 헤몬드도 "정책보다 사람 문제"라며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자 지구, 바이든 표심 악재로
지지율 부진 이유 중 일부는 아랍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잃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CNN은 지난해 11월 가자 지구 문제로 아랍계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1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을 뒤지고 있다./AFPBBNews=뉴스1

인구통계사이트 월드포퓰레이션리뷰가 미국 2021년도 인구조사 자료를 인용해 만든 자료에 따르면 미시간 주 아랍계 시민 비율은 2.1%(21만 명)로 미국 내 50개 주 중 가장 비율이 높다. 이들이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2016년 대선 때 미시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겨우 1만1000표 차로 제쳤고, 지난 대선에선 바이든 전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15만 표 차로 앞질렀다.

미시간은 △노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위스콘신 △네바다 △애리조나 △펜실베니아 등 6개 주와 함께 이번 대선의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꼽힌다. 이중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한 6개 주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겼으나, 지난달 모닝컨설트·블룸버그통신 합동 여론조사에서는 7개 주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에게 반전의 기회는 있다. 최근 공화당은 크리스티나 카라모 미시간 주 의장이 당 지도부의 사퇴 요구를 거절하면서 내분이 불거지고 있다.

뉴햄프셔, 바이든 이름 없이 비공식 경선 치르기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표심은 오는 23일 뉴햄프셔 주 민주당·공화당 동시 경선에서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오와와 달리 뉴햄프셔 경선은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일반 유권자도 참여한다. 뉴햄프셔 경선 결과에 따라 대선 초반 판세가 갈릴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 (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앳킨슨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연설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뉴햄프셔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은 투표용지에 인쇄되지 않는다. 원래 대선 경선은 아이오와 코커스(당원 투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순서로 진행되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첫 경선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변경했기 때문. 이에 반발해 뉴햄프셔는 자체적으로 먼저 비공식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바이든은 이 지역 후보 등록을 안 했지만 유권자는 빈칸에 바이든 대통령 이름을 적는 식으로 투표할 수 있다.

민주당 측은 경제적, 인종적 다양성을 감안하면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첫 경선지로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월드포퓰레이션리뷰가 미국 통계청 자료로 작성한 도표에 따르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흑인 비율은 각각 4.86%, 2.3%에 불과하다. 반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흑인 비율은 26.04%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표심에 기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도 흑인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줄지는 미지수다. 지난 11월 뉴욕타임즈(NYT)와 시에나대학이 △미시간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등 6개 주를 대상으로 합동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흑인 응답자 403명 중 71%가 바이든 대통령을, 22%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다고 했다.

NYT는 최근 50년 간 공화당 후보에 대한 흑인 지지율은 12%를 넘은 적이 없고,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흑인 지지율은 8%를 밑돌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충격적인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실패, 유색인종보다 성소수자에 치우진 정책이 감점 요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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