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중국 16강 가능성 남았다…카타르전 0-1 패배에도 극적 3위 마무리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중국이 한 골도 넣지 못하고 2023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토너먼트 통과 가능성은 남아 있다.
23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카타르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같은 날 열린 타지키스탄과 레바논 경기로 중국에 생존 희망이 생겼다. 타지키스탄이 레바논을 2-1로 이기면서 중국이 승점 2점으로 3위, 레바논이 승점 1점으로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아시안컵은 조 3위 팀 중 상위 4개국이 16강에 오른다.
다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각 조 3위 팀 중 바레인과 인도네시아가 승점 3점으로 중국에 앞서 있다. 남은 자리는 2자리. 중국으로선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장유닝과 웨이 시하오가 전방에서 카타르 골망을 조준했다. 허리에선 왕 샹위안, 우 시, 린 리앙밍이 뛰었고 포백은 류양, 주천제, 장광타이, 장린펑, 류빈빈이었다. 골키퍼 장갑은 얀 쥔링이 꼈고 주전급 공격수였던 베테랑 우레이는 벤치를 지켰다.
카타르는 이미 A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해 놓은 덕분에 주전 선수를 일부 빼고 중국에 맞섰다. 조별리그 2차전까지 맹활약했던 아피프는 벤치를 지켰다. 골키퍼도 백업인 알시브에게 장갑을 맡겼다. 전방에선 알라에딘, 압두리사그, 마지드가 뛰었고 허리에선 마샬 하템, 아사달라를 배치했다. 수비는 알라위 코우키, 알리 알브레이크 등이 활약했다.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 승리가 절실했던 중국은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 중국의 전략은 카타르 측면 공략이었다. 반면 카타르는 중원에 힘을 실었다. 전반 초반엔 얼리 크로스로 중국 진영을 위협했다.
중원에 힘을 실은 카타르가 시간이 지나면서 볼 점유율을 회복했다. 중국은 수비진에 다섯 명을 배치해 카타르의 공격을 막아세웠다. 카타르는 중국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고 천천히 볼을 돌렸다.
카타르는 매섭게 중국 진영에 달려들어 슈팅 수를 늘렸다. 중국은 간헐적인 역습 이후 카타르 진영에 볼을 전달했는데 사하오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인사이드에 정확하게 댔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득점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측면에서 볼 컨트롤을 하면서 카타르 수비에 균열을 내려고 했다.
중국은 전반 중반을 넘어서 몇몇 슈팅 기회를 잡았는데 위협적이지 않았다. 중국이 밀집 수비로 카타르 공격을 틀어 막으려고 하자, 카타르는 측면에서 크로스로 공중볼 다툼을 시도했다. 전반 추가 시간 3분에 사하오가 또 슈팅을 했는데 골대를 강타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카타르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골키퍼와 최전방 공격수를 교체했다. 후반 6분 마지드가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 들어 슈팅까지 시도해 중국 골망을 조준했다. 반대 쪽에서 레바논이 1골을 넣어 리드를 잡았던 상황에 중국은 조 3위로 추락했다. 코너킥에서 세트피스로 카타르 골망을 노렸지만 카타르 수비 벽에 막혀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중국은 후반 15분 우레이와 쑤신을 준비했다. 하지만 카타르가 세트피스에서 환상적인 득점으로 골망을 뒤흔들었다. 후반 19분 아피프가 올린 볼을 알 하이도스가 환상적인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카타르는 주전 공격수 조합으로 선제골을 넣고 더 분위기를 올렸다.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 모인 홈 관중들도 열띤 응원을 보냈다. 이후에도 핵심 공격수 아피프가 매섭게 중국 배후 공간을 타격하며 추가골을 노렸다.
중국은 남은 시간 동점골에 총력을 다했다. 교체로 들어왔던 우레이가 전방에서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영향력은 떨어졌다. 정규 시간 종료를 4분 남겨둔 시점에 골망을 갈랐지만, 크로스 과정에서 골 라인 아웃으로 판정돼 인정되지 않았다. 경기는 중국의 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레바논과 타지키스탄전 결과에 중국 생존 여부가 달렸다. 이번 대회는 각 조 1위와 2위가 직행하고 3위는 각 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자격을 얻는다.
레바논과 타지키스탄은 한 명이 퇴장 당하는 혈전을 벌였고 추가 시간은 16분이 주어졌다. 타지키스탄이 2-1로 레바논을 제압해 승점 3점을 확보해 레바논이 최종적으로 탈락하게 됐다.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얀코비치 중국 대표팀 감독은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한 골도 내주지 않은 카타르를 축하하고, 타지키스탄과 열심히 싸워준 레바논에도 축하 인사를 전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태도와 팀을 위한 정신이 자랑스럽다. 마지막 순간 전방에서 기회가 있었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전반전에 우린 몇 차례 기회를 놓쳤다. 득점 기회가 세 번 정도 있었다"며 "우리 운명은 이미 다른 팀들 손에 있기 때문에 실망하긴 했다"고 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것에 대해 얀코비치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과 무관하다며 "우린 단지 몇 번 기회를 놓쳤을 뿐이다. 운이 없었다. 앞으로는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회를 만들지 못하면 걱정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도 기회를 만들어 놓고도 골을 못 넣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76년 이란 대회와 1992년 일본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한 중국은 2015년 호주 대회와 2019년 쿠웨이트 대회에선 모두 8강까지 올랐다.
세르비아 출신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이번 대회와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위해 오랫동안 전력을 꾸렸지만 아시안컵 조별리그 조차 통과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으며 조별리그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얀코비치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얀코비치 감독은 "중국에서 6년 동안 일하면서 다음 세대롤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경험은 나에게 소중한 것이다. 내가 얻는 것보다 이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오늘 밤 결과에도 우리에겐 아직 산술적으로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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