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작년 영업익 32% 감소... 쿠팡·D2C 전략으로 반등 노린다
가맹점 사업 중단, 온라인 판로 확대... 쿠팡과 5년만 화해
폐쇄적인 포인트 제도 개편... 내년 새 멤버십 공개
LG생활건강이 지난해 4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이어갔다. 실적과 주가 모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경영 목표를 ‘성장 전환’으로 삼은 이정애 호(號)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손익구조 30% 이상 변경 공시’를 통해 작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87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3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연결 매출은 6조8048억원으로 5%가량 줄었다.
작년 4분기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672억원과 5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58% 감소했다.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1년과 비교하면 2년 사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 62% 쪼그라들었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화장품 부문의 실적 악화에 있다. 증권가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로 인해 면세점을 포함한 4분기 대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36%가량 감소한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취임 1년을 맞은 이정애 사장이 대표 브랜드인 ‘후’를 재단장하고,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사업 확장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2022년 11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임 차석용 부회장에 이어 수장이 됐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는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새롭게 성장하는 변곡점의 한 해가 되어야 한다”라며 더후 등 브랜드 리빌딩(재건)과 글로벌 시장 확대, 소비자 직접 판매(D2C) 강화 등을 강조했다.
변화의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인 쿠팡과의 상품 직거래를 5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앞서 양사는 2019년 납품 협상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거래를 중단했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의 갑질을 인정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고, 이에 쿠팡은 공정위를 상대로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낸 상황이다.
하지만 행정 소송 판결이 나기 전 양사는 손을 잡았다. 업계에선 지난해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등 가맹점 사업을 중단하고, 온라인 판로 확대에 나서는 LG생건으로썬 더 이상 쿠팡을 외면할 수 없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LG생건은 총 12개의 D2C 공식 쇼핑몰을 구축했다. 작년에만 6개의 브랜드 쇼핑몰을 개설한 데 이어, 올 들어 오휘, 숨, 글린트 등의 쇼핑몰을 구축했다. 또 이달 22일부터 28일까지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에서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등을 최대 72% 할인 판매하는 ‘레드위크’ 행사를 연다.
LG생건 관계자는 “D2C 몰의 경우 브랜드 별로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집중하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올해 고객 멤버십 제도를 새롭게 준비해 내년에는 온오프라인에서 시너지를 낼 방침”이라고 했다.
LG생건은 그간 ‘엘케어 멤버스’라는 이름의 멤버십 제도를 운용해 왔으나, 각 브랜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예컨대 오휘에서 제품을 구매해 쌓은 포인트를 오휘에서만 쓰는 식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양한 브랜드와 유통 채널에서 연동할 수 있도록 포인트 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주가는 반등할 기미는 커녕 연일 하락세다. 22일 LG생활건강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33% 하락한 31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LG생활건강은 한때 주가가 178만원(2021년 7월 1일)까지 갔던 ‘황제주’였지만, 지난해 1월 11일 최고점(76만8000원)을 찍은 후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쿠팡과 거래를 재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2일에도 주가는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화장품 시장의 주도권이 중국 중심의 대형사에서 일본, 미국 등으로 매출이 다변화한 중소형사로 옮겨간 것을 주가 부진의 이유로 지목한다.
DB금융투자는 지난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두 자릿수의 적자를 본 사이, 클리오·아이패밀리에스씨 등 중소형 화장품과 주문자 개발 생산(ODM) 업체(코스맥스·한국콜마 등)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세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후 브랜드 리뉴얼을 시작, 미국과 일본에서 자사 브랜드 사업 확장 의지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아 해당 시장에서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주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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