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두고두고 아쉬운 최종 엔트리 26명[도하NOW]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20일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우리 코치진은 3명의 선수에게 추가로 기회를 줄 수 있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한다. 특히 미래의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카타르 아시안컵 개막 약 한 달 전 최종 엔트리 26명을 발표하면서 이번 대회에서 3명 더 늘어난 명단에 김지수(20·브렌트퍼드) 등 유망주로 분류되는 선수를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최종 엔트리를 다시 쓸 기회를 준대도 지금과 똑같은 명단을 써낼까. 풀백들의 줄줄이 부상, 최전방 자원들의 부진이 겹치면서 앞선 명단에 대해 아쉬움만 커진다. 클린스만 감독의 과거 발언까지 소환되면서 이전 대회보다 확대된 엔트리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26명으로 늘어난 최종 엔트리에 센터백 김지수와 김주성(24·서울), 윙어 양현준(22·셀틱) 등 어린 선수들을 새로 포함했다. 모두 즉시 전력감은 아니지만 향후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김영권(울산), 황희찬(28·울버햄프턴) 등을 대체할 자원으로 평가되는 선수다. 클린스만 감독은 특히 김지수에 대해서는 “한국 축구를 위해 큰 역할을 할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큰 기대를 보였다.

장기적으로 보면 2026 북중미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 클린스만호에게 유망주 육성, 세대교체 또한 중요한 임무다. 하지만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단기 목표 달성에는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김지수는 소속팀 1군 경기에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양현준은 선발보다는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군다나 클린스만 감독은 소속 클럽에서도 선택을 받지 못하던 왼쪽 풀백 이기제(33·수원)를 최종 명단에 포함하면서 연속성을 강조했는데, 유망주에게 기회 부여는 이런 기조와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최종 엔트리 발표 전 황의조(32·노팅엄)가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로 대표팀에서 잠정 배제되고, 대체 자원으로 2023시즌 K리그1 득점왕 주민규(34·울산) 등이 거론됐을 때도 끝내 외면했던 클린스만 감독이다.

카타르 아시안컵 조직위원회가 최종 엔트리 명단을 기존의 23명에서 26명으로 늘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용 인원이 늘어나면 부상자 발생, 선수들의 피로 누적 등 여러 변수에 더 쉽게 대처할 수 있게 되고 전반적으로 경기 수준이 높아지게 된다.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이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수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유망주 육성에 중점을 두면서 센터백을 볼 수 있는 선수는 박진섭(29·전북), 박용우(31·알아인)까지 포함해 7명으로 넘쳐난다. 반면 풀백은 당장 선발 명단 채우기도 어렵다. 현재로선 오른발잡이 설영우(26·울산)가 왼쪽 풀백에 서고, 앞선 조별리그 1·2차전에서 후반 교체 카드로 나섰던 김태환(35·울산)이 오른쪽 풀백으로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이마저도 김태환이 몸 상태가 100%는 아니어서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주전 스트라이커 조규성(26·미트윌란)의 골 감각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후반 교체 카드 오현규(23·셀틱)도 최근 A매치와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예전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늘어난 엔트리 3명을 어느 쪽에 중점을 둬서 채울 것이냐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이제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