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재회' 女 정구 DGB대구은행 듀오 "끊긴 에이스 계보 복원해야죠"
한국 여자 소프트테니스(정구) 명문 DGB대구은행 간판 듀오가 필리핀 결의를 다졌다. 잠시 이별을 딛고 운명처럼 다시 만난 만큼 함께 한국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를 이끌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다.
김민주, 김한설 23살 동갑내기 듀오다. 모교인 옥천여중의 무패 행진을 이끌었던 최강 복식조를 재현하겠다는 다짐이다.
둘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 중인 팀의 전지 훈련에서 함께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필리핀 국가대표와 합동 훈련을 소화하면서 현지 유소년들을 지도하는 재능 기부까지 펼치고 있다.
특히 팀 에이스로 꼽히는 김민주, 김한설은 필리핀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친다. 힘과 스피드의 열세를 구위와 기술로 만회한다. 대구은행 조경수 감독은 "기본적으로 여자 선수들이 테니스에서 다진 필리핀 남자 선수들의 운동 능력을 따라잡지는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구력과 노하우가 있는 김민주, 김한설 정도만 대적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까지 실업 무대 4시즌을 보낸 만큼 기량이 무르익었다는 평가다. 먼저 김민주는 지난해 국제 대회로 승격된 순창 오픈에서 초대 여자 단식 챔피언에 올랐다. 제61회 대통령기 전국 대회 등 단식 4관왕에 등극했다.
복식에서도 김한설과 우승을 합작했다. 김민주는 대통령기 전국 대회에서 실업 데뷔 후 첫 복식 정상에 올랐다. 이어 순창 오픈에서 역시 김한설과 복식 우승을 차지했다. 대통령기와 순창 오픈 모두 2관왕이었다. 4년을 함께 보내면서 점점 호흡을 완벽하게 맞춰가는 모양새다.
사실 둘은 충북 옥천여중 시설 최강 듀오로 군림했다. 특히 3학년이던 2016년 전국 대회에서 옥천여중의 5관왕을 이끌었다. 특히 54회 대통령기에서는 단체전 우승과 복식 1·2위, 단식 1·2위를 석권할 정도였다.
하지만 고교에서 둘은 잠시 이별을 해야 했다. 김민주, 김한설은 "당시 학교에 문제가 생겨 같은 고교에 진학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김민주는 전남 순천여고, 김한설은 대구여고로 향해 3년을 따로 보냈다.
그러다 김민주, 김한설은 같은 실업팀에서 재회하게 됐다. 중학교 시절부터 이들을 눈여겨본 조 감독이 꾸준히 관심을 보이면서 동시 스카우트에 성공한 것. 조 감독은 "둘의 학교 지역이 달라 힘들었지만 계속 찾아가 공을 들여 영입하게 됐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김민주, 김한설이 한국 소프트테니스의 주역으로 나설 때가 됐다는 전망이다. 사실 대구은행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관왕, 2003년 세계선수권 3관왕 박영희,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5년 세계선수권 2관왕을 이룬 김지연 이후 대형 선수 계보가 끊겼다. 이후 과감한 세대교체를 진행했는데 조 감독은 "김지연 이후 올해 6년 만의 국가대표 배출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각오도 다부지다. 김민주는 "지난해까지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 4위로 아깝게 탈락했다"면서 "올해는 반드시 태극 마크를 달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후위 플레이어로 단복식을 뛰는 김민주와 달리 전위로 복식 위주로 나서는 김한설도 "다른 팀 선수가 복식조를 하자는 제의도 있었지만 민주와 함께 대표팀에 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올해는 오는 9월 경기도 안성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안방에서 개최되는 대회인 만큼 국내 선수들의 선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여기에 아시안게임보다 큰 연금 포인트가 걸려 있어 국내 선수들에게는 종목 중 가장 큰 대회다.
사실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식 금메달을 따낸 문혜경(27)이 사실상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올해를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다. 지난해 대표 선발전 단식 1, 2위 이민선(26·이상 NH농협은행)과 송지연(30·문경시청) 등 전반적으로 간판들의 연령대가 일본, 대만 등에 비해 높은 편이다. 부상으로 아쉽게 지난해 아시안게임 출전이 무산된 이수진(23)과 김민주, 김한설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대표팀을 이끌어야 할 상황이다.
김민주와 김한설은 "김지연 언니 이후 대구은행에 국가대표가 없었다"면서 "올해 태극 마크는 물론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국 여자 소프트테니스 명문 대구은행의 부활을 이들 듀오가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마닐라(필리핀)=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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