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샀는데 나만 물렸네”… 롤러코스터 주가에 엇갈리는 에코프로 주주들
2022년 4분기보다 25% 하락한 양극재 수출 단가
주가 급등락에 비슷한 시기 매수에도 희비 교차
전기차 성장 둔화 우려와 함께 작년 하반기부터 추락하기 시작한 에코프로 그룹주가 올해 들어서도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이차전지 투자 광풍의 최전선에서 관련주 급등을 주도한 만큼 투자심리 냉각에 따른 충격도 더 크게 다가오는 분위기다.
주가가 갑자기 치솟고 또 확 꺼진 탓에 투자자 간 희비도 매수 시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작년 여름 고점에 들어갔다가 물린 개미들은 피눈물을 쏟고 있다. 지난해 초에만 샀어도 여전히 플러스 수익률일 텐데, 남보다 조금 늦게 산 대가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차전지 업종의 주가 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하루 만에 시총 5.2조원 증발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22일) 코스닥 시장에서 에코프로는 전장 대비 4만1000원(7.37%) 하락한 51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비엠은 3만500원(0.95%) 내린 24만8000원, 에코프로에이치엔은 2800원(4.48%) 떨어진 5만9700원을 각각 기록했다.
에코프로 형제는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힘을 내지 못 했다. 에코프로머티가 전장보다 2만4500원(11.32%) 추락하며 19만2000원에 마감했다. 그 결과 직전 거래일(1월 19일)에 57조9346억원이던 에코프로 그룹주 시가총액은 이날 52조7225억원으로 하루 만에 5조2121억원이나 증발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맞물려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 제조사 수익성도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연일 관련주를 끌어 내리고 있다. 에코프로뿐 아니라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금양 등의 주가도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전날 유진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이 2023년 4분기에 매출액 1조4000억원, 영업손실 42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한다는 비관적 관측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의 양극재 수출 단가가 2022년 4분기 대비 25% 하락했다”고 했다.
◇ 막차 탄 개미도, 못 떠난 개미도 “후회막심”
에코프로 투자자들 분위기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온라인 주식 투자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좀 더 일찍 샀어야 했다”며 매수 시점을 아쉬워하는 개미와 “그때 빠져나왔어야 한다”며 매도 타이밍을 안타까워하는 개미로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에코프로 그룹주가 고점을 찍은 지난해 여름 전에 들어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투자자 간 반응이 크게 엇갈린다.
에코프로를 예로 들면 작년 1월 19일 종가가 11만1200원이었는데, 같은 해 7월 26일에는 153만9000원까지 솟구쳤다. 불과 6개월 만에 14배가량 급등한 것이다. 지난해 여름 100만원 위에 매수했다는 한 투자자는 “조금 부침을 겪다가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버텼는데 계속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며 “현재 주가는 내가 매수했던 가격에서 정확히 반 토막 수준”이라고 푸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지난해 초 에코프로 주식을 산 사실을 밝히며 “고점에 털고 나오지 못한 게 너무 아쉽지만, 그나마 일찍 들어간 덕에 여전히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적었다. 이 투자자가 작년 1월 19일 종가(11만1200원)에 매수했다는 전제하에 보면, 여전히 5배가량 수익을 내고 있다.
◇ “이차전지 업종 한파 당분간 지속”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차전지 업종에 불어닥친 한파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보다 국내 이차전지 산업 앞에 놓인 더 근본적인 문제는 빠르게 올라온 리튬인산철(LFP) 기술”이라며 “볼보·GM 등 많은 완성차 기업이 LFP 배터리 채택을 선언했다”고 했다.
LFP 배터리 시장은 그간 중국 업체들이 주도해온 분야다. 한국 기업의 주력 제품은 니켈·코발트·망간 기반의 삼원계(NCM) 배터리다. 이 연구원은 “(LFP와 NCM의) 주행거리 차이가 크지 않은 가운데 가격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LFP가 우위에 있다”며 “삼원계를 적용하는 전기차 수요 둔화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위기 상황이긴 하나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중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유럽연합(EU) 배터리법이 시행될 예정이고, 중국의 해외 공장이 자국에서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연구원은 “중국과 경쟁에 맞서기 위해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소재를 개발하고, 제조 비용을 낮추기 위한 공정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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