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롯데·LG만 우승 못했을까" 궁금했던 19년차 베테랑, 이제 반가운 고향팀 반등 위해 헌신한다

양정웅 기자 2024. 1.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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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롯데 진해수가 취재진과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진해수. /사진=롯데 자이언츠
"야구를 하면서 궁금했다. 해마다 한 팀씩 우승하는데 왜 롯데와 LG만 못 했을까. 이제 LG가 했으니까 롯데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프로 19년 차, 이미 3개 팀을 거쳐온,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좌완이 돌고 돌아 드디어 고향팀으로 왔다. 부산으로 돌아온 진해수(38·롯데 자이언츠)가 새 출발에 나선다.

진해수는 최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팀이 불러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니까 조금 더 많이 반가운 것도 있다. 야구 인생 막바지로 가고 있는 시점에서 마지막에 내 모습으로 끝내볼 수 있는 환경이다"고 말했다.

진해수는 지난해 11월 2025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권을 대가로 LG 트윈스에서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팀 내 부족한 좌완을 채우기 위함이었다. 당시 박준혁 롯데 단장은 "좌완 투수 뎁스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며, 내년 시즌 즉시 전력이 가능한 선수이다. 성실한 자기 관리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여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동삼초-경남중-부경고를 졸업한 진해수는 2005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 50순위 지명을 받은 뒤 2006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이후 2013시즌 중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트레이드된 뒤 2015시즌 LG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통산 788경기에 등판, 23승 30패 2세이브 152홀드 평균자책점 4.96의 성적을 거뒀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플레잉코치인 한화 정우람(1004경기) 다음으로 많은 등판 수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24개의 홀드를 따내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진해수가 2017 KBO 시상식에서 홀드상을 받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년까지 7년 연속 50경기 이상 등판하며 LG 마운드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던 진해수는 지난해 19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나마도 6월 7일 이후로는 1군에서 등판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결국 팀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도 멀리서 지켜봐야 했다. 차명석 LG 단장도 시즌 중 "많이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고 한다.

지난 시즌을 돌아본 진해수는 "(염경엽) 감독님의 기대를 만족시켜드리지 못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밀렸다. 처음에 기회가 왔었고 그걸 못 살린 건 내가 못한 것이다"고 말했다. "소속팀이 잘해서 29년 만에 우승한 건 축하할 일이고 좋았지만, 같이 울고 웃었던 동료들 사이에서 나만 빠졌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래도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었다. 진해수는 퓨처스리그에서는 부상 없이 시즌 끝까지 소화하며 27경기 1승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1.61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진해수는 "2차 드래프트가 있어서 무조건 이적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2군에서도 기록이 남고, 2군에서도 못하면 나이가 있어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경쟁해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LG 시절의 진해수.
비록 프로에서 처음 뛰어보는 팀이긴 하지만 롯데는 낯선 곳이 아니다. 부산 출신이기에 학창 시절부터 롯데 경기를 많이 지켜봤고, 아직도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부산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진해수는 "야구를 하면서 계속 집에서 먼 곳에서만 있어서 부산에 올 시간이 거의 없었다. 경기 있는 날 (사직 야구장에) 오셨는데 등판하는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어서 내가 야구하는 모습을 가족들이 많이 못 봤을 것이다"며 "이제는 홈팀이니 자주 오시면 한번이라도 더 볼 수 있을 거고, 20년 야구하면서 가족들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모습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지난해 말 롯데의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57) 감독 역시 과거 SK 시절 배터리코치와 투수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당시에는 중간 연차여서 내가 특별히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고 말한 그는 "배터리코치님이셔서 '자신있게 하라'는 정도만 말해주셨다. 두산 감독 하실 때 보여준 모습은 무서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나만 잘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도 했다.

선수 중에는 KIA에서 같이 뛰었던 좌완 임준섭(35), LG 시절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포수 유강남(32) 등과 인연이 있는 진해수는 "오히려 코치님들과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1군에서만 해도 KIA 때 동료였던 김주찬(43) 타격코치, SK에서 한솥밥을 먹은 임훈(39) 타격보조코치와 정상호(42) 배터리코치가 선수로 같이 뛰었다. 이외에도 이병규(41) 2군 타격코치와 임경완(49) 2군 투수코치는 선배로 함께했고, 동기인 이재율(38·개명 전 이왕기) 2군 불펜코치도 있다.

LG 시절의 진해수(왼쪽)와 유강남.
진해수는 타 팀에 있을 때도 롯데의 상황을 체크했다고 한다. 고향팀인 것도 있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궁금했다. 매년 한 팀씩 다 우승하는데 롯데와 LG는 우승하지 못했지 않나. 둘 중 하나는 우승할텐데 언제 할까 생각했다"며 "이제 LG가 했으니까 롯데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김진욱(22)과 심재민(30)을 제외하면 1군에서 바로 기용할 수 있는 좌완이 없는 상황이다. 진해수에게 많은 기회가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으려면 내가 잘해야 경기에 나갈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야구를 1, 2년 더 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올해로 프로 19년 차가 되는 진해수는 과연 어떤 시즌을 보내고 싶을까. 그는 "롯데가 지난해 초반에 잘하다가 아까운 시즌을 보냈는데, 꾸준히 갈 수 있는 안정적인 팀이 되려면 뎁스가 좋아야 한다. 지난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위로 올라가서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도움이 될 수 있게 잘 준비하고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진해수. /사진=롯데 자이언츠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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